2023. 3. 16. 09:00ㆍ영화
이 영화 <소울메이트>제목을 보자마자 중국 영화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떠올렸다. 그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라 판단했다. 역시나 맞았다. 원래 중국 작품을 잘 안보는데 뭔가 끌리는게 있었다. 보고나서 꽤 괜찮았고 여운도 많이 남았다. 어떤 식으로 한국은 풀어낼지 궁금했다. 중국은 정말로 깡촌과 북경을 비교하며 중국 역사의 변천을 알려준다. 고도 성장 시대에 완전 시골에서 북경으로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한 여정을 함께 그렸기에 더욱 괜찮았다.
그렇게 볼 때 한국 작품은 시대적인 부분은 없다. 그보다는 레트로적인 느낌을 강하게 줬다. 배경은 제주도다.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니 중국 작품처럼 서울과 좀 멀면서 비슷한 느낌이 어디있을까해서 골랐다고 한다. 이미 봤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볼까하고 고민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기를 잘했다. 결이 다르긴 했지만 담백하고 제목인 소울메이트라는 관점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소울메이트인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의 사이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고 할까.
미소는 서울에서 제주도로 전학을 왔다. 첫 날 하은의 짝이 되자마자 도망친다. 자주 이사를 가며 이 학교에 오기 싫었던 이유였다. 가방을 놓고 간 소미를 찾아 하은이 함께 논다. 그 날 길에 버려진 새끼 길고양이도 데리고 오고 서로 친해진다. 소미 엄마가 다시 서울로 가며 하은과 함께 성장한다. 고등학생이 되어 하은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낙서처럼 그림을 그린다. 소미는 그림을 좋아하는데 틀에 박힌 걸 싫어해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길을 가려한다.
하은이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자 소미는 직접 만나 잘 해주라고 말한다. 하은과 진우(변우석)은 본격적으로 사귄다. 그러던 중에 아주 살짝 진우가 소미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러자 소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간다. 이때부터 둘은 서로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몇 년 만에 다시 만나고 함께 하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았기에 또 다시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둘은 만났다 헤어졌다는 반복한다. 영화는 둘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고 주변 인물을 아웃포커싱한다.
자유롭고 자유분방한 소미는 언제나 제멋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 다소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는 하은은 딱 정해진 루트대로 살아가는 느낌이 강하다. 소미는 딱 27살까지 10년 동안 자유롭고 재미있게 살고 죽고 싶다고 말한다. 나머진 하은이 대신 해달라고 말한다. 소미의 자유로움은 자기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다. 누구도 소미를 도와주지 않는다. 자기 혼자 힘으로 모든 걸 해내야 한다. 한마디로 자기의지와 달리 현실은 고달프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정한 규칙대로 살아가며 몸부림친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진정한 단짝인 하은에게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게 볼 때 소울메이트인데 왜 그럴까. 자신의 모든 걸 전부 보여주는게 소울메이트 아닐까. 또 다른 면을 볼 때 소울메이트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이해해줄 수 있어도 내 삶을 나눠가질 수 없다. 또한 그런 내 모습을 본다면 소울메이트니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 차라리 말하지 않는게 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왕이면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을테니.
영화는 중간에 페이크가 섞인다. 하은과 소미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을 하은이 쓴 블로그 글을 소미가 읽으면서 추억에 젖는걸로 보여준다. 하은이 제출한 그림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하은은 전혀 연락도 안 되고 노출된 것도 없다. 소미에게 연락이 와서 연락처를 알고 있냐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흡사 사진처럼 그린 소미의 그림이 대상이었다. 어떻게 볼 때 둘의 관계는 하은이 쓴 글을 토대로 진행되니 하은의 관점이다.
고등학생 일 때 둘은 서로 거의 완벽하게 알고 지내지만 성인이 되면서 각자의 삶을 살다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부분이 달라진다. 그럴 때마다 오해도 하지만 다시 또 인정을 하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하은이 소미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 주로 소미의 삶이 나온다. 하은은 다소 평범하게 제주도에서 대학을 나와 교사가 되는 모습이다. 소미는 바닥에서 시작한다. 허드렛일부터 차근차근 노력해서 올라간다. 다소 허세가 섞인 일도 하지만 좌절도 겪는다.
중간에 페이크가 들어가다보니 소미에게 생긴 일 중에 몇몇 부분은 진짜인지에 대해 의구심은 들었다. 아울로 굳이 아이 아빠에게 그렇게 말을 했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은 든다. 소울메이트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더 잘 알수 있다. 틀에 박힌 삶을 살던 하은은 자유로운 소미를 부러워했고, 자유를 추구하는 소미는 틀에 박혔지만 안정적인 하은을 부러워했던 듯도 하다. 서로가 상대방에게 자신이 갖지 못한 걸 부러워하지만 이해했다고도 할 수 있다.
막판에 하은이 그린 많은 작품이 나오는데 하은 아빠는 없다. 그건 좀 아쉽게 느껴졌다. 고양이도 그렸는데 엄마나 아빠나 작품에서 비중은 차이가 없던데 왜 아빠 그림은 없는 걸로 나왔는지 말이다. 내가 아빠라 그렇게 봤는지도 모르겠고. 김다미는 데뷔에 비해서 출연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고르는 눈은 탁월한 듯하다. 자신에게 잘 맞는 작품을 선택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이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작지만 괜찮은 영화라서 또 다시 볼 생각이 들었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소울메이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해해주는 거.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 (0) | 2023.03.31 |
---|---|
페어웰은 동아시아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0) | 2023.03.19 |
두번할까요 | 누구랑 하는지 끝까지 봐야한다 (0) | 2023.03.12 |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영화가 이제는 좀 (0) | 2023.03.09 |
놉은 응.. 아냐..라는 뜻인가? (0) | 2023.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