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9. 09:00ㆍ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든 신카이 마코토 영화는 메가히트작인 <너의 이름은> 이전부터 좋아했다. <언어의 정원>이 참 좋았고, <초고속 5센티미터>도 좋았다. 그러던 감독이 <너의 이름은>을 통해 일본에서는 완전히 넘사벽 감독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무려 380만 명이 관람을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히트를 했다. 일본 영화가 히트하기 힘든데 애니메이션이니 놀라울 정도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애니에 대해서 과거와 달라졌다고 해도 어른들이 보기에는 좀 그런 정서가 있다.
이런 정서를 이겨내고 엄청난 성공을 했다. 일본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했는데 무엇보다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하면 대 반전이 꽤 인상깊었고 울림이 있었다. 한데 어떻게 보면 그 점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는 독이 된 것이 아닐까싶다. 이전까지는 다소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너의 이름은>은 은유와 스케일이 커지면서 대박을 떠뜨렸다. 애니라서 이걸 스케일이 커졌다고 하는 게 맞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워낙 잘 만든 작품이라 그렇다.
문제는 대박을 떠뜨린 작품이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에서 <아바타>를 누르고 흥행 1위를 할 정도였다. 이건 일본만의 특수성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애니가 실사 영화보다 더 많은 관람을 하는 독특한 문화다. 이번에 한국에서 개봉을 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봤다. 사실 직전 작인 <날씨의 아이>가 어떤 내용인지 꽤 오래도록 가물가물했다. 케이블에서 할 때 슬쩍 슬쩍 보긴 했지만. 이번에 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자기 복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 갖고 있는 공포에 대해 은유적으로 풀어낸 점은 좋다. 그걸 이렇게 매 작품마다 반복적으로 한다는 건 별로였다. 일본인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하긴 할 듯하다. 쓰나미의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여전히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해당 지역은 여전히 폐쇄되었고 쓰나미로 죽은 사람이 나와 관련된 사람이 많다. 여기에 수시로 벌어지는 지진은 일본인에게는 익숙하지만 공포도 있을 듯하다.
바로 그 지점에 대해 정확히 모르겠지만 연작으로 3편이 연달아 같은 주제라면 주제다. 내용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특히나 이번에 만든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과 차이가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라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스즈메는 어릴 때 엄마를 찾던 꿈을 꾸고 일어난다. 등교에 앞서 이모가 도시락을 싸주는데 현재 엄마가 없는 상태다. 스즈메가 사는 곳은 산등성이 정도에서 이모랑 단둘이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우연히 소타가 올라오는 걸 본다. 너무 잘생겼다면서 지나치려는데 소타가 스즈메에게 이 근처 폐가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그곳을 알려주고 학교에 가려다 혹시나 하고 폐가를 갔다. 그곳에서 어떤 문이 있는 걸 발견했는데 그곳 문을 열자 알 수 없는 세계가 보였다. 들어 갈 수는 없었는데 그 옆에 있는 돌같은 걸 주웠는데 다이진이었다. 다시 학교로 갔는데 폐가인 곳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같은 것이 솟아오르는 걸 다른 사람은 안 보이고 스즈메에게만 보인다.
다시 그곳을 찾아가니 그 문에서 나오는 에너지였다. 소타가 이 문을 막으려 하고 있었는데 힘이 딸리자 스즈메가 도와준다. 문을 닫으며 열쇠로 잠궈야 하는데 그 장소에서 있었던 사람들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야만 열쇠구멍이 나온다. 그 이후 다이진이 소타를 스즈메 집에 있던 엄마가 남긴 유산인 다리 3개 있던 의자로 변신시킨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진을 잡으려고 스즈메와 쇼타가 큐슈에서 도쿄까지 간다. 영화에서 폐가가 된 곳마다 찾아간다.
한 때는 사람들이 많았던 마을이나 놀이공원이나 학교 등이다. 현재 일본은 인구가 줄면서 시골은 하나씩 인구가 떠나고 있거나 노인들만 살고 있다. 이걸 지진과 연결해서 스토리를 만들었다. 일본 곳곳에서 지진이 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간직해야 한다. 폐가였던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우리 이웃이었고 내 친구나 가족이었다. 그들을 잊지 말아야 지진을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무엇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전작과 달리 곧장 이야기속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여기에 애니답게 사람을 의자로 만들어 의인화가 되어 펼쳐지는 내용이 코믹해서 웃음을 자아내게한다. 중반 이후에는 소토의 친구인 세리자와와 이모인 이와토가 막판 재미를 더해준다. 이 영화에 나온 내용처럼 일본에서 다시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다. 자잘한 지진은 어쩔 수 없어도 큰 지진은 인명피해가 너무 심하니 말이다. 신카이 감독이 스케일을 좀 줄여 만들면 좋겠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많은 사람의 즐거운 추억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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