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9. 09:00ㆍ영화
영화 <유령>은 이해영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이 <독전>이었다. 전작이 워낙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와 느낌을 잘 살렸다.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기도 했겠지만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만드는 건 전부 감독의 역할이다.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감독이다. 감독의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어쩌구 저쩌구 해도 감독이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 감독이 판을 잘 짜지 못하면 죽었다 깨워나도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일제 시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뭔가 철지난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10년 전만해도 여전히 일제 시대와 관련된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 잊으면 안 되겠지만 이제는 일제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는다. 더이상 애국심에 호소해서 통할 시기도 지났고 말이다. 제목인 '유령'은 비밀스러운 조직 내 인물을 뜻한다. 영화를 보기 전 감상평은 아니고 영화평은 좀 아쉽다는 표현이 제법 많은 걸로 봤다.
언제든지 될 수 있는 한 영화를 보기 전 그런 걸 안 보려고 했지만 봐 버렸다. 아무래도 영화를 보다보면 그런 평에 좌우되어 내 순수한 감정이 달라질까봐. 근데, 영화 내용은 그저 하나만 알고 있었다. 유령을 색출하라다. 어떤인물이 유령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서로 의심하고 감시하면서 자신이 유령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전개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 유령인지를 영화보면서 감독과 술레잡기처럼 찾으려 노력하는 재미도 있다.
분명히 감독은 최대한 누가 유령인지를 숨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어떻게하든 유령이 누구인지를 찾으려 한다. 이 싸움에 감독이 이겨야 결국에는 영화가 재미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설경구라고 할수도 있다. 설경구는 누가 뭐래도 어느 작품에서 출연해도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악인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설경구가 연기하는 무라야마 쥰지에 대한 정체성을 모호하게 그려야 한다. 관객이 헛갈려야 하니 말이다.
이를 위해서 무라야마가 잘나가다 좌천된 이유가 나온다. 엄마가 조선인이다. 이를 숨기고 살았지만 밝혀지면서 좌천되었다. 장교로 승승장구하던 인물이라서 과연 무라야마가 유령일지 반반의 심정으로 보게 된다. 처음부터 이하늬가 연기한 박차경은 유령이라는 걸 분명히 밝힌다. 점조직처럼 되어있는 유령조직에서 경성에 새롭게 부임하는 총독을 제거하는 임무를 도와준다. 이를 밝히려 하는 카이토(박해수)가 얼마나 빨리 박차경이 유령인지를 아는 게 핵심인 듯했다.
총독 암살 작전이 실패한 후에 폐쇄된 호텔이 잡혀 들어온 인물 중 천은호(서현우)는 누가 봐도 아닐 것 같지만 보통 이런 인물이 뒷통수를 치는 경우가 많아 역시나 반신반의를 하며 보게 된다. 작품에서 가장 순수한 인물로 나온 백호(김동희)는 박차경이 뭔가를 했다는 걸 눈치채고 도와주는데 좋아하는 마음때문이다. 여기에 약간 똘아이 같은 인물로 거의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는 유리코(박소담)은 완전히 싸가지가 제대로인 배역을 아주 찰떡같이 소화했다.
이런 인물이 모여서 이 중에서 누가 유령인지를 카이토가 밝히려 한다. 또한 무라야마도 자신이 직접 유령을 밝히겠다면서 개별 활동을 하지만 조신인이라는 점 때문에 카이토는 1도 믿지 않는다. 더구나 둘은 라이벌 사이라 더욱 그렇다. 영화는 3분의 2까지는 이를 밝히는데 전력한다. 밝혀지면서 영화가 종결되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박차경으로 이미 밝혀진 유령이 한 명있고 또 다른 인물이 누굴까에 대한 추리였는데 모두 다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꽤 긴장감있게 내용이 전개되는데 중반부터는 다소 힘이 떨어지긴 했다. 아마도 너무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유령의 정체가 밝혀진 다음부터 아닐까한다. 유령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개연성이 좀 뜬금없어 그런 듯하다. 그 이후에도 또 다른 인물이 더 있나하는 궁금증이 계속 있긴 했다. 일제 시대가 배경이다보니 일본어가 제법 많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핵심이랄 수 있는데 좀 아쉬운건 잘 외웠다는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언어에 따라 맛이 분명히 있다.
일어를 아주 잘 하는 건 맞는데 그게 한국 사람이 잘 하는 느낌이었다. 한국 억양으로 일어를 하다보니 일본 작품에서 느껴지는 그 억양과 뉘앙스가 아니었다. 다들 연기 잘하는 건 맞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생각지 못하게 빨리 퇴장하는 인물도 있고, 의외로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이 생각지 못한 캐릭터라서 의외기도 했다. 아무래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면 선악이 너무 확실히 구분되어 스트레오 타입이 나오기 마련이다. 유령이 누군인지 찾는 재미로 보면 좋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2인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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