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7. 09:00ㆍ영화
슬램덩크가 극장판으로 나온다고 했다. 처음에는 만화 책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나 했다. 일부러 관련 정보를 찾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니 송태섭이 좀 더 나온다는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인터뷰를 봤다. 슬램덩크는 내가 유일하게 몇 달에 한 번씩 나오자마자 즉시 서점으로 달려가 샀던 만화 책이다. 다른 책들은 대부분 완결이 되었거나 그랬지만 달랐다. 우연히 보게 된 만화였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너무 주옥같은 대사도 많았다.
워낙 많지만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영감님의 전성기는 언제였습니까? 전 지금입니다." 극장에서 보니 전성기를 영광이라고 변경했는데 좀 아쉬웠다. 그 외에도 소현의 시선같은 경우는 참 많이 웃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황금의 90년대에 슬램덩크도 함께 전성기였다. 90년대 초반이긴 했지만. 덕분에 당시에 농구도 참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워낙 고딩때부터 농구를 했던지라 나름 좀 더 기본은 탄탄했다. 페이드 어웨이 슛으로 재미를 좀 봤었던 기억도 난다.
다른 건 몰라도 수비할 때 난 좀 질식수비라서 체력으로 끝까지 밀어부치고 코트 끝에서 코트 끝까지 전력으로 달려가며 속공을 주로 했었다. 그랬던 슬램덩크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제목으로 찾아왔다. 이 만화를 가장 좋아할 세대는 40대 중반이 아닐까하는데 막상 극장에서 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곧장 산왕과 북산의 시합이 펼쳐진다. 슬램덩크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열광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능남고와 시합도 좋은데 말이다.
초반에 사운드가 좀 아쉬웠다. 의도적으로 그런 듯도 한데 경기장에서 시합을 하는데 공간을 채워야 할 소리가 너무 적었다. 코트와 관객석에 사람들이 가득한데 너무 조용한 편이었다. 그렇게 조용한 것은 뒷 부분에서는 긴장과 감동을 선사하긴 하는데 초반과 중반에 좀 더 환호성이 나왔는데 훨씬 더 극대화 되었을 것도 같다. 영화를 보니 그랬다. 늘 볼 때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만 주로 눈에 들어왔다. 워낙 4명이 다 서사가 있다보니 저절로 눈이 가게 되었다.
그에 반해 송태섭은 실제로 이렇다 할 서사가 없었다. 거의 대부분 농구 경기하는 모습이나 연습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코트에서 가드라서 주인공이 충분히 될 수 있는 캐릭터였는데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성히어로라는 표현이 딱 맞는 캐릭터였다. 송태섭이 없으면 시합이 도저히 되지 않는 캐릭터였는데 말이다. 이렇다보니 송태섭의 서사에 많은 걸 집중한다. 어느 정도는 송태섭과 관련된 서사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작가마다 다르긴 해도 보통 어떤 캐릭터를 만들면 따로 서사를 만들어 놓는다. 그래야 그 캐릭터가 하는 행동이나 대사가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만화책에서는 이 부분을 미처 못 넣고 계속 구상하다 이번에 한 듯하다. 송태섭에게 같은 생일인 형이 있었고 불의의 사고가 났고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었다. 형의 등 뒤에서 달려온 송태섭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중간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도 나오긴 한다. 그렇게 볼 때 만화를 본 사람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도 나온다. 정우성이 슬램덩크에서 정점에 선 인물인데 그런 부분의 설명이 살짝 아쉽고 활약도 좀 적었다. 서태웅도 역시나 각성해서 활약하는 장면이 좀 부족하게 느꼈고.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기에 원작에 있는 그대로 내용은 전개된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데도 뒤로 갈수록 꽤 감동적이었다. 눈물 살짝 날 정도로 감동인 건 이 영화만 봤을 때 그런 것인지 이미 내가 모든 서사를 알고 있어 그런 것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송태섭의 어떻게 보면 약간 불우한 개인사와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는 영화다. 아마도 원작을 본 사람은 그런 면에서 송태섭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한다.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은 송태섭이 주인공처럼 보이는데 반해 활약상은 상대적으로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을 듯하고 말이다. 마지막에는 원작에는 없는 내용을 넣었는데 송태섭이 나오면서 이 영화는 송태섭이 주인공이야..하고 알려준다. 사실 원작이 산왕공고에서 끝나서 너무 아쉬웠고 원망스러웠다.
분명히 결승까지 갈 것이라고 믿고 봤는데 배신처럼 느껴지면서 허무하기도 했다. 다시 보니 그 덕분에 슬램덩크는 전설이 될 수 있었다. 구질하지 않게 말이다. 일본 만화가 좀 길어지면서 질리기도 하고 구질하기도 한데 말이다. 후속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의 기대를 그런 면에서 작가가 응하지 않는 것이라 본다. 다시 나와도 엄청 히트할 것 같지만. 영화는 일본에서 아바타를 능가하고 1위를 할 정도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고 감동하며 볼 영화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추억에 젖어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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