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4. 09:00ㆍ영화
역사를 근거로 상상력을 더한 작품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이미 끝난 역사 안에서 사실을 훼손하지 않으며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명확히 전달할 때 훨씬 더 재미있다. 내가 보고 있는 내용이 사실인지 잘 알지 못할 때 믿어버리는 위험까지 존재한다. 무엇보다 과거 역사에서 비극적인 부분이 있을 때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상상이 끼워들 틈이 없다. 아주 작은 틈새라도 있다면 이걸 근거로 창작하는 것이 창작자의 자유다.
얼마나 흥미롭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작품을 쫓아가며 더욱 집중하게 된다. 최근에는 워낙 역사물이 다양하게 변주된다. 내가 보는 작품에서 나온 배경과 내용이 진짜였는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다.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해 제대로 좀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까지 할 정도다. 이왕이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최소한 올바른 역사를 알고 있어야 도움되지 않을까. 좀 더 재미있게 볼 수도 있고, 인상을 찌푸리며 볼 수도 있는 위험도 있다.
영화 <올빼미>는 꽤 흥미로운 소재를 갖고 팩션을 풀어낸다. 천경구(류준열)은 침술사인데 눈을 볼 수 없다. 어떻게 해서 침술사가 되었는지 알려주진 않는다. 일반인도 아닌 맹인이 침술사가 되는 건 무척 어려울텐데 말이다. 그저 꽤 뛰어난 실력으로 궁에 들어가게 된다. 궁에 들어간 이유는 하나뿐인 동생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지병을 앓고 있는 듯한데 치료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궁에 들어가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으니 택한 수단이다.
궁에 들어가 초반에 텃세를 받는다. 사람 목숨을 다루는 곳이라 위계질서가 명확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시하면 따라야 하는 곳이다. 천경구는 운이 좋게도 당번 서는 날 침을 놓을 수 있게 된다. 인조(유해진)이 다스리는 국가에서 청나라에 볼모로 잡혔던 소현세자(김성철)이 7년 만에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부모 얼굴도 모르고 애타게 기다리던 경선군은 강빈(조윤서)과 함께 볼 수 있어 기쁘다. 청나라에서 온 소현세자를 인조는 그다지 반가지 않는다.
자신에게 치욕을 안겼던 청나라에 대해 배우고 따라야 한다는 소현세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현세자는 기침을 자주하며 몸이 안 좋은 편이다. 천경수는 밤마다 야근을 하며 인조와 소현세자가 아플 때면 주치의인 이형익(최무성)과 함께 불려가서 침을 놓는다. 천경수는 비밀이 있었다. 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환한 불빛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모든 빛이 꺼져있을 때는 어느 정도 눈이 보인다. 보고 움직일 수 있는 상태다.
굳이 이런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봐도 보지 않은 듯 살아오는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었다. 궁에서는 더욱 그런 일이 중요하다. 궁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 있다. 어느 한 쪽에 서게 되었을 때 잘 될 때와 달리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곳이다. 본 것을 나중에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 곳이다. 천경수는 가장 최상의 인물인 인조와 소현세자의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고 직접 침을 놓게 된다.
영화 자체는 사실을 근거로 천경수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준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서 볼모로 잡혀 간 후 돌아와서 인조와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는 3년 만에 사망을 했는데 사망 원인은 학질이다. 문제는 당시에도 독살이라는 의심을 많이 했다. 당시 의학과 기술로는 절대 밝히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소현세자의 죽음은 미스테리다. 독살이라고 보지 않을 근거도 꽤 있다. 워낙 건강이 안 좋아 꼭 독살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바로 이 지점을 영화는 파고든다. 독살을 한 주체가 누군가다. 그런 명제가 늘 따라다닌다. 누군가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득을 보는 자가 범인이다. 이런 사실 말이다. 영화에서 보면 그런 점은 명확히 드러나진 않는다. 가장 득을 보는 자가 보통은 다른 왕의 아들 중 한 명일 듯하다. 영화에서는 그런 점에서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을 보여준다. 그 과정이 천경수라는 인물을 기준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천경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류준열은 어느 작품을 출연해도 믿음이 가는 배우다. 이번 작품 <올빼미>에서도 역시나 주인공으로 극을 힘입게 이끌어간다. 유해진은 극이 꽤 흐른 후에 나오는데 이번에는 왕이다. 굳이 꼭 왕 역할을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반까지는 비중이 작다. 그 후반에 가서 인조가 한 행동과 관련되면서 중요한 역할이라 유해진이 했어야겠구나했다. 그 외에 최무성과 조윤서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배우도 잘했지만 말이다. 신선한 소재로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재미있게 만든 작품이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사실에 창작을 넣는게 쉽지 않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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