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17. 09:00ㆍ영화
죄수의 딜레라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죄수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나와 다른 상대방이 동시에 잡혀 범죄에 대해 고백해야 한다. 그도 나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이 풀려난다. 둘 중에 한 명이 진실을 말하면 나는 더 큰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 지에 대한 실험이다. 이 실험은 영화에서도 유명하다. <배트맨 다크나이트>에도 이 내용이 나온다. 배를 폭파해야 하는데 둘 중에 한 배만 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다양하게 변주된 실험이 있다. <데시벨>은 한국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 영화라 할 수 있다. 초반 자막이 나오는데 배급사가 마인드마크로 처음 들어보는 신생 배급사라 호기심이 일었다. 다음으로 제작관련된 인물과 기업이 얼마나 많은지 1분 정도는 나온 듯하다. 그만큼 거대 자본이 투입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폭탄과 관련된 영화로 알았는데 처음에는 잠수함이 나온다. 잠수함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라 다들 약간 들뜬 마음이다.
서로 사진도 찍고 추억도 벗삼아 기대에 차 있었다. 아무 사건도 없이 무사히 돌아오던 중 갑자기 어뢰가 발사된다. 어뢰는 잠수함을 쫓아오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부함장인 강도영(김래원)은 공을 많이 세운 인물로 이번에도 절망스러운 순간에 어뢰를 피하려 노력한다. 1년이 지난 후 강도영은 무사히 잠수함에서 살아남은 영웅이 되었다. 사람들이 자세한 질문할 때면 다소 곤란해 하지만 잠수함에 타있던 동료를 무사히 지상으로 인도한 건 사실이다.
발신제한표시가 된 전화가 온다. 강도영이 받자 폭발사고가 난다고 알려준다. 오늘 하루가 무척 바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폭발사고가 난 곳은 잠수함에 함께 탔던 동료였다. 놀이터에도 폭발장치가 있는데 강도영의 아내인 장유정(이상희)이 폭발제거를 하려 현장으로 간다. 강도영을 밀착마크하던 군사안보팀의 차영한(박병은)이 의심스러워 쫓아다닌다. 강도영에게 축구경기가 있는 아시아드주경기장에 폭탄이 설치되었으니 그곳으로 가서 해결하라고 말한다.
일반 폭탄이 아닌 소리에 따라 폭탄에 달려있는 타이머가 반응해서 시간을 단축한다. 경기장에 관람하던 오대오(정상훈)는 뜻하지 않게 강도영과 함께 폭탄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 대략적으로 이런 내용이다. 데시벨이란 음파를 뜻하는 걸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역대가 있다. 사람도 나이에 따라 들리는 데시벨이 달라진다. 영화에서 데시벨은 폭탄과 연관이 된다. 일반 폭탄과 달리 주변 소음에 따라 시간이 단축된다. 또한 영화 소재 중 하나인 잠수함과도 연결된다.
잠수함은 밖을 전혀 볼 수 없다. 물체를 알 수 없기에 데시벨에 따라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거리를 측정한다. 소리를 발산한 후 되돌아오는 걸 통해 알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영화 제목인 중의적인 표현인데 꽤 잘 지은 듯하다. 영화는 이미 누가 나오는지 알려져 있기에 사실 범인이 누군지 쉽게 파악이 된다. 굳이 이를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종석이 범인인데 사연과 서사를 갖고 있다. 이종석은 예전에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군대를 다녀 온 후 장르와 역할과 출연비중을 따지지 않고 연기한다. 꽤 좋은 배우로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까지는 확실히 연기할 때 자아를 내려놓을 정도까지는 못 갔지만. 김래원은 아직도 목소리 톤이 다소 뜨긴해도 영화를 선택하는 안목은 좋은 듯하다. 물론 늘 배역이 비슷하다는 느낌은 없지 않아 있긴해도 말이다. 이번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부산 전역을 뛰어다니며 하는 모습이 좋았다. 자신이 잘 알고 익숙한 역할을 연기로 잘 보인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다.
영화에서는 이종석이 분한 전태성이 왜 그런 테러를 저질르는지 후반에 보여준다. 잠수함이 어뢰에서 폭파되지는 않았다. 대신 피해를 입어 더이상 운항이 힘들어졌다. 자신들이 찾아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문제는 돌아오던 중이라 예정되어 있는 산소가 한계가 있었다. 사람 인원을 볼 때 예상 기간보다는 반 정도면 산소가 사라진다. 전부 죽든지 일부라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했다. 차갑지만 냉정하고 비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순간의 선택에 따라 죽음과 생명이 결정된다. 살아도 남은 인생이 편하지 못하다. 그 부분에 있어 전태성은 단순히 살았다는 점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한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분노한다. 대상이 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한다. 영화는 지루하지 않게 꽤 흥미진지하게 내러티브를 이어간다. 특히나 폭파물이 데시벨과 연관된다는 소재가 흥미로웠다. 그로 인해 긴장감이 배가 된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영화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데시벨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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