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3. 09:00ㆍ영화
처음 이 영화를 얼핏 봤을 때 무척이나 유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코드가 강하다는 소문은 있지만 딱히 끌리지 않아 보질 않았다. 추석을 맞이해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하고 선택은 하나 밖에 없었다. <육사오>를 제외하면 내게 남은 선택이 없었다. 어지간한 것은 봤기에 보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재미있고 웃음이 넘친가는 소문 하나만 믿기로 했다. 대체적으로 이런 영화는 볼 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웃어주마.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재미 하나도 없이 보게 된다. 웃기겠다고 작정한 영화를 보면서 비평적으로 본다고 하면 잘못이다. 전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상황에 대해 관대해야 한다. 말이 안 되어도 그러려니 해야 한다.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도 터무니 없다면서 냉소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어떤 내용이든 심각한 영화가 아니라는 관점에서 봐야한다. 분명히 어느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나 장면이 있던 건 사실이다.
모든 걸 다 떠나 정말로 작정하고 웃으라고 만든 영화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난 마음것 웃었다. 지루할 틈없이 웃으면서 영화를 봤다. 내가 이미 웃자고 마음을 먹고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는 혼자서 조용히 집에서 봤으면 달랐을 수도 있겠다. 극장에서 본다는 것은 함께 사람들이 호흡을 하며 웃을 때 웃는다. 내가 딱히 크게 웃지 않는 장면도 주변 사람들이 웃는 소리에 감염되어 웃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웃기도 했겠지만 남들 안 웃을 때 웃을 때도 있었다.
보통 웃긴 장면에는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여기서 웃는걸 다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긴 한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가서 박수까지 치면서 웃는 경우는 무척 희박하다. 사람이 정말로 웃기면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웃는다. 이 영화 <645>는 그런 장면이 꽤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다 박수 치며 웃을 때가 많았다. 박수소리가 간혈적으로 군데군데에서 나온게 아니다. 집단적으로 다함께 박수를 치며 보는 걸 느낄 정도로 박수소리가 상당히 많이 나왔다.
어지간해서 박수까지 치며 웃지 않는 나도 한 번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여기에 사람이 진짜 많이 웃으면 눈물이 나온다. 그렇게 볼 때 사람의 눈물은 참 신기하다. 슬플 때도 눈물이 나오지만 웃길 때도 눈물이 나온다. 정말로 웃겨 웃음이 끊이지 않을 때는 눈물이 나온다. 거기에 멈추지 못할 정도로 웃으면 배가 땡긴다. 이 영화에서 배가 땡길 정도로 웃지는 않았지만 거의 직전까지 갔다. 보통 몇 군데에서 웃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쉬지않고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는 설정이 기 막혔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설정인데 이걸 기막히게 잘 섞었다.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상황은 남북이 분단이라는 점이다. 이를 갖고 작품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최근에는 심각한 작품보단 코믹한 작품이 많다. 또한 내 편견인지 몰라도 살짝 한국보다는 북한 쪽 인물이 대체적으로 더 잘나고 능력있는 걸로 나온다. 로또에 당첨된다는 설정 자체는 흔한데 여기서 로또를 산 것도 아니다. 우연히 로또를 줍는 것으로 시작한다.
줍는다는 그 설정으로 인해 영화가 진행되면서도 거의 내것이다라는 정확한 주인이 없다는 진행이 자연스럽다. 로또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로 인해 펼쳐지는 모든 것이 전부 재미있었다. 북한에서도 돈은 중요한데 한국인이 아니라서 돈을 받을 방법이 없다. 북한군이 갖고 있는 당첨종이가 의미없게 된다. 서로가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싸운다. 다음에는 서로 어떤 식으로 신뢰를 할 것인지에 대해 또 싸운다. 그러면서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
이 영화의 대본을 쓴 사람이 - 아마도 여러 명이겠지만 - 유머감각과 코드가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로 기발한 방법으로 웃게 만든다. 상황으로 인해 빵빵 터진다. 여기서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상황에 빠져 웃게 만든다. 출연한 배우들이 전부 구멍없이 진지하게 웃게 만든다. 사실 뻔히 예측이 되었는데도 그들이 하는 연기 덕분에 박장대소하면서 웃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 이렇게 웃으면서 본 영화는 처음인 듯하다. 나중에 TV 등에서 또 보게 될 듯하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계속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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