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1. 09:28ㆍ영화
제목이 <둠둠>인데 소재도 클럽 DJ다. 자연스럽게 이모티콘 등에서 자주 나오는 둠치둠치가 떠오른다. 둠치둠치는 경쾌할 때 하는 의성어다. 영화 내용이 그렇다면 경쾌하고 발랄할 것같은데 포스터에서도 느껴지는게 그렇지 않다. 다소 음울한 분위기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가는게 어려운가? 그게 분명히 어렵지 않아야 할텐데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게 돈이 된다면야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 문제다.
이런 분야는 특히나 예술 계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 분야에 대해 어릴 때 관심을 갖는다. 천성적으로 사람들은 노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음악, 체육, 미술 같은 분야는 어릴 때 한 번씩은 호기심을 갖고 해본다. 그 중에서는 호기심을 넘어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재미를 넘어 자신의 인생이 되기를 희망하고 노력한다. 불행히도 노력한다고 꼭 되는 분야가 아니다. 여러가지 제약조건을 극복하지 않으면 취미로 끝내는 경우가 더 많다.
전공을 해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된 후에는 학생 때와 달리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한다. 이를 이겨내는 것은 더욱 어렵다. 더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희소하다면 더욱 그렇다. 사람이 적은만큼 경쟁이 덜 치열할 수 있지만 먹고 사는 건 훨씬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분야는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이 있으니 똑같이 먹고 살기 힘들다. 예체능 분야는 아무리 잘해도 그런 이유로 먹고 사는게 늘 화두이고 버거움의 연속이다.
영화는 다소 낯선 분야인 클럽 DJ를 꿈꾸는 이나(김용지)는 모든 걸 포기하고 전화 상담 일을 하고 있다. 무기력하게 회사에서 일을 하고 집에 가면 쉴 수 없다. 집에서는 엄마인 신애(윤유선)이 기다리고 있다. 약간 강박관념이 있는지 방공호 같은 곳을 만들고 있다. 지진 같은 걸로 집이 무너질 수 있기에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나와 함께 평생 살 것을 꿈꾼다. 아마도 남편이 떠난 후 유일하게 믿고 자기 인생을 맡길 수 있는 딸의 존재감을 집착으로 변질된 듯하다.
이나는 딱히 미래를 개척하거나 희망을 갖고 살지 않고 있다. 이나에게는 아이가 있다. 미혼모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들어 입양하기로 되어있다. 현재 집에서는 엄마의 상태가 좋지 못하니 대신에 위탁을 교회에서 알고 지내는 분들이 하고 있다. 이나는 아주 우연히 길거리에서 DJ공연 하는 모습을 보던 중 민기(김진엽)을 만나게 된다. 민기는 예전에 함께 DJ활동을 하며 지냈던 동료인데 지금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예전과 달리 EDM쪽으로 방향을 틀어 잘 나간다.
거기에 아이돌그룹과 협업도 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졌다. 이나에게 여전히 활동하냐고 하면서 파티에 초청을 한다. 이나는 그 파티에 참석한 후에 그동안 눌러왔던 DJ 음악활동에 대한 마음이 다시 생긴다. 예전에 함께 했던 준석(박종환)오빠가 있는 클럽에서 활동하기로 한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해야 하지만 일단 하고자한다. 자신과 맞지 않았던 전화 상담은 때려치우고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클럽 DJ 일을 밤마다 한다. 이제 유일한 탈출구로 DJ활동을 하려 한다.
마침 베를린에 있는 클럽에서 오디션을 통해 2년 동안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여기에 합격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 것 할 수 있다. 돈을 받아가며 할 수 있다. 엄마에게도 탈출할 수 있고, 아이도 함께 데려가서 키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도 갖는다. 주인공인 이나를 중심으로 주변인물과 관련인물이 여러 사건으로 엮이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나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집에서는 늘 엄마가 호시탐탐 이나를 어떻게하든 떠나지 못하게 한다.
그나마 DJ 활동을 할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도 거의 웃지 않고 집중을 한다. 영화에서도 대사로 재미있게 해야하는데 왜 그러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다. 절박하게 꼭 합격을 해야한다는 말을 한다. 분명히 절박은 무조건 성공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지만 예능에서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밝은 음악을 틀어줘야 하는데 심각한 표정이라면 과연 누가 그 음악을 듣고 공감할 수 있을까. 이나는 준비를 하면서 그 괴리감에 힘들어한다.
영화 내내 밝은 느낌이 전혀 없는 것은 이나가 겪고 있는 감정을 대신한다. 마지막에 가서야 그나마 좀 긍정적이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결과는 나온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느냐다. 그나마 이나의 상황은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은 아니었다. 충분히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느껴졌다. 아마도 수많은 미혼모들이 있을텐데 그들에게 제대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준다면 한국의 인구도 증가하지 않을까.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나의 앞 날을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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