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인 1부 - 시공초월

최동훈 감독이 간만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전부 흥행에 성공한 감독이다. 흥행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평가도 좋다. 평론가들의 평도 좋은 편인 감독이다. 여러 감독이 부러워한다는 인터뷰도 본 듯하다. 감독에게 흥행은 중요하다.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힘을 준다.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흥행하지 못하면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영화제의 수상이 그나마 이를 상쇄한다고 할까.


이번에는 다소 특이한 소재와 내용으로 찾아왔다. 처음에 이 영화 예고편을 봤을 때 영화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뭔가 무척이나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감독이 최동훈이라는 걸 알고 갑자기 달리 보였다고 할까. 역시나 후광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식으로 구성되었는지는 몰랐다. 그나마 영화가 개봉되기 전 평은 교차되었다. 괜찮다는 평과 별로라는 평으로 나뉘웠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난 보기로 결정했으니 개봉일에 봤다.


난 재미있게 봤고 웃으면서 봤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 영화는 어떤 영화인지 알려준다. 도술을 할 줄 아는 인물이 나와 판타지 영화가 될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배경이 고려인데도 도술을 통해 사람을 홀리기도 하며 무협 영화가 된다. 거기에 코믹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진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알려준다. 거기에 VFX를 통해 로봇이 나오면서 SF장르도 함께 있다는 것도 알게 해준다.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즐겁게 만들어준다.


아무래도 VFX가 영화에서 그저 보여주는 측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다. 로봇이 나오고 외계인도 나오면서 그들과 싸운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인데 아주 자연스럽다. 한국의 기술이 이제는 딱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믿어도 될 듯하다. 가드(김우빈)은 지구에 있는 죄인을 관찰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로봇이다. 알 수 없는 외계에서 자신들의 평화를 위해 죄인을 지구인 몸에 집어 넣어 가둔다.

지구와 그 행성은 서로 대기가 달라 지구인의 몸에서 나오면 5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다. 가드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과거로도 가서 문제가 생기면 지구인에게서 탈옥하는 외계인을 소멸시킨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한 아기를 현재의 지구로 데리고 온다. 그와 함께 살아온 10년 동안 별 문제는 없었다. 여기에 고려는 고려대로 시간이 돌아간다. 그곳에는 무륵(류준열)이 도술을 부리는 인간으로 현상금을 찾아 돌아다닌다. 사람을 낫게 만드는 신검이 나타나 이를 차지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무륵은 여러 인물이 노린다는 걸 알게 되고 이들과 서로 치열하게 가지려고 한다. 이안(김태리)도 신검을 찾고 흑설(염정아)와 청운(조우진)도 찾는다. 고려 시대에서 이런 인물이 있다면 현대에서는 또 다른 인물들이 있다. 문도석(소지섭)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로 경찰이었다. 이들이 서로 만날 일이 전혀 없지만 만나게 된다. 문도석에게 외계인이 자신들의 죄인을 집어넣으면서 소동이 벌어진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는 재미를 더해가고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최동훈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스토리텔링에 있다. 내용이 전개되는데 <테넷>을 본다는 느낌이 있다면 좀 과장이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는데 전혀 접전이 없는데도 이 둘이 왜 교차로 편집되면서 보여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두 세계에서 각자 시간은 흘러가는데 서로 연관성이 없지만 그렇게 보여주는 이유는 후반부에 가서 밝혀진다. 그런걸 볼 때는 역시나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하면서 보게 만든다.


여기에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맛을 돋구워준다. 류준열은 특히나 그렇다.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영화를 관람하는데 있어 더욱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다른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온다. 오마쥬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코믹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드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특히나 염정아와 조우진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는 모든 웃음을 책임진다. 염정아가 나오자마자 상당히 특이한 톤으로 말을 하는데 '뭐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염정아는 오랫만에 최동훈 감독과 재회했는데 연기력이 엄청 늘었다고 해야 할까. 이번 영화에서는 신스틸러 그 자체였다. 조우진과 함께 하는 캐미가 영화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였다. 영화가 1부라서 2부가 있다는 뜻인데 마지막에 가서는 예측은 했지만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2023년에 한다니 나도 모르게 '겨울에 안 하고?'라고 생각을 했다. 보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감독의 믿음대로 재미있는 영화였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무협과 SF의 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