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 - 개고생

2020. 3. 7. 20:37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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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2020년 아카데미 영화에서 <1917>이 작품상을 수상할 것이라 점쳤다. 뜻하지 않게 <기생충>이 독식했지만 영화를 보니 아카데미가 참 좋아할 만한 요소는 거의 다 있는 듯하다. 작년에도 <그린북>이 흑백이 함께 조화롭게 뜻을 모은 내용이었다. 이번 <1917>은 전우애와 사명과 목표를 갖고 전진하는 인물이 나온다. 영화 자체는 감독인 샘 멘데스가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모티브라 한다. 전령이 되어 위기에 빠진 연대에게 내용을 전달해야 했다.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정작 할아버지는 병으로 인해 전령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샘 멘데스는 007시리즈 중에 상당히 호평을 받고 아름다웠고 오프닝이 인상적인 영화를 찍었다. 아울러 영화를 보기 전 확인하니 원테이크 형식으로 찍었다고 한다. 보통은 컷과 컷이 이어지며 영화는 진행된다. 다양한 각도에서 내용을 보여주고 시간을 점프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대략 하루 정도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처음 1시간 정도는 거의 영화 시간과 실제 시간을 비슷하게 구성했다.

예전 영화인 <하이눈>이 그런 식으로 영화 러닝타임만큼 실제 시간과 일치했던 걸로 기억한다. 원테이크 형식이긴 하지만 실제로 원테이크는 아니다. 배우들이 건물을 지나가거나 할 때 컷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카메라는 계속해서 배우들의 뒤나 앞에서 쫓아가거나 앞장서서 보여준다. 이러다보니 다소 연극같은 구성이면서 좀 더 풍성한 느낌이라고 할까. 한편으로는 전쟁영화라 그런지 몰라도 1인칭 슈팅게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뒤에서 카메라워킹이 쫓아가니 말이다.(다 쓰고 찾아보니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 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에게 따라오라고 한다. 이 때에 딱 한 마디를 더한다. 아무나 한 사람을 더 데리고 오라고 한다. 이때에 화면 구성이 꽤 재미있다. 블레이크는 뒤에 약간 포커 아웃이 되었고 정작 주인공처럼 스코필드(조지 맥케이)가 화면 앞에서 기대 자고 있었다. 뒤에 있는 블레이크는 이 말을 듣더니 너무 당연하게 스코필드에게 가자는 제안을 한다. 싫어하면서 억지로 블레이크가 가자고 다시 제안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선다.

영화 전체를 놓고 볼 때 역시나 뭔가 마음이 캥기면 안 하는 게 답이다. 두 사람이 있던 곳은 전방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대였다. 전방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괜히 따라나선 스코필드는 완전히 개고생을 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 더구나 블레이크는 친구도 아니다. 스코필드가 형인데 그저 같은 전우였고 하필이면 그 시간에 블레이크 바로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 뿐이다.

영화에서 꽤 많은 특별출연이 나온다. 카메오인지 특별출연인지 잘 모르겠는데 역할이나 비중을 볼 때 다들 한 인지도 있는 분들이라서. 그곳도 요소요소에서 툭하고 나온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배우들이 초반에 목소리만 나온다.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앤드류 스콧, 리처드 매든이 나온다. 이름만 들으면 가물할 배우도 있겠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아~~ 하는 정도의 인지도는 다들 갖고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블레이크와 스코필드가 전부다.

이들이 계속 전령으로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특정 연대가 다음 날 오전에 독일이 점령하고 있는 방향으로 총 공세를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는 독일의 함정으로 밝혀졌다.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준비한 함정이었다. 당시에는 무전기도 없던 시대라 전달할 방법이 없다. 오로지 직접 해당 지령을 갖고 위험을 무릅쓰고 해당 연대까지 찾아가야 한다. 심지어 그 연대가 어디 있는지도 대략만 알 뿐 찾기도 힘들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편하지 알 수 있다.

이러니 낮인데도 찾아가야 한다. 어지간해서는 이럴 때 명령이면 가야 하는 건 맞지만 블레이크의 형이 바로 그 연대에 있다. 블레이크 입장에서는 가지 말라고 해도 가야하는 상황이다. 반면에 스코필드는 가야 할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사지에 가야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블레이크가 가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또 따라간다. 바로 독일군과 대치한 상태에서 참호를 벗어나야 한다. 이건 뭐,,,, 죽으라고 하는거다. 독일군이 철수했다고 하지만 믿기도 힘들다.

여기서도 재미있는 건 영국군과 독일군의 참호현장이다. 영국군은 다소 투박하고 자연친화적이지만 독일군의 참호는 빽빽하고 단정하고 아주 잘 만들었다. 이게 디테일인지 감독의 의도인지 여부까지는 모르겠다. 오로지 둘이서 그 현장을 헤쳐간다. 바로 앞에서 독일인도 아닌 독일군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진한다. 그 와중에도 원테이크 형식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순서대로 되었지만 원테이크라 그런지 점프되는 시간이 생략된 듯했다. 스코필드가 총으로 위협받을 때는 영국군과 헤어지자 마자였다.

당연히 헤어진 즉시였으니 영국군으로 총소리를 듣고 와야 하는데 오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영화를 보면서 다소 이해는 안 되었다. 영화 중반에 완전히 반전인 요소가 나오는데 이때부터 스코필드의 개고생은 더욱 심해진다. 스코필드가 뛰어난 영웅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인물이다. 온갖 고생을 다하며 연대에 간다는 내용이 전부기도 하다. 그저 1600명을 사지에 보내지 않겠다는 사명감보다는 시작한 미션을 끝까지 해야 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분명히 농밀도있게 만든 영화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 자세한 내용은 패스.

핑크팬더의 결정적 장면 : 독일군의 포탄에 스코필드가 뛰어가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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