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 누가 남나

2020. 3. 7. 20:5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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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에 범죄의 품격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끝까지 다보니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제목도 <젠틀맨>이니 말이다. 정작 영화에서 착한 놈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 나오는 놈 중에 착한 인간은 1도 없다. 표현 그래도 나쁜 놈만 나온다. 그 중에서 누가 더 나쁘냐, 착하냐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나마 나쁜 놈들 중에 누가 좀 더 품격있게 나쁜 짓을 저질르냐 정도만 있다. 흔히 영화를 보면 깡패와 건달의 차이도 나오는데 관건은 품격이 아닐까.

솔직히 영화 초반에 졸았다. 그러다보니 뭘 이야기하는지 몰랐다. 플레처(휴 그랜트)와 레이먼드(찰리 허냄)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도대체 뭘 저렇게 열심히 이야기하는지 초반에는 적응을 못했다. 졸다보니 흐름을 놓치는 바람에 초반에 쫓기가 힘들었다. 딱히 그렇다고 별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초반에는 다소 지루하게 내용이 흐른다. 전체적으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사전 설명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누군지를 친절히 설명하는.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는 런던에서 유명한 마약왕이다. 정확히 마약 중에서도 대마초를 키워서 제조해 판다. 나야 잘 모르지만 외국 영화를 보면 이게 좀 다르다. 대체적으로 대마초는 그래도 중독은 없다고 한다. 아울러 깔끔하다고 할까. 그저 대마초를 말아 피는게 전부다. 깔끔하게 그 때뿐이다. 흥미롭게도 레이는 스스로 대마초를 피면서도 약하는 놈들을 싫어한다. 바로 거기서 자신들의 사업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플레처는 기자라고 생각했는데 포스터에는 사립탐정이란다. 여하튼 그는 레이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정리하고 쓴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초반에는 누가 누군지를 설명하며 딱히 액션도 없고 긴장된 장면도 없다. 기억에는 음악도 아주 평범하고 잔잔하게 흐를 뿐이었다. 이러다보니 초반 30분까지는 그다지 몸을 앞으로 숙이지 않고 뒤로 파묵고 있어도 지장이 없었다. 더구나 이 놈들이 나쁜 놈들이라는 것 정도만 겨우 캐치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상영 시간이 지나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씩 깨닫게 된다. 자신의 사업을 판매하려는 믹키는 돌봐야 하는 귀족들이 있다. 이들은 믹키를 통해 어느 정도 먹고 산다. 영국은 아직까지 신분이 살아있다. 이를 인정하고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한국과는 무엇인가 정서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귀족이나 왕족에 대해 차이를 인정하며 살아가니 말이다. 엄청난 부자에 대해서도 용인하고 그러려니 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한다. 한편으로는 또 그렇다.

영화에서 빈민촌이 나온다. 이곳은 자신들의 구역이 아니라며 레이가 다소 꺼려한다. 실제로 그 곳은 딱히 무슨 조직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아이들이 나이 유무와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빼앗을게 있으면 덤빈다. 사실 한국에서는 그정도까지는 상상할 수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사업을 팔려하자 이를 얻기 위해 조직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두뇌싸움이라고 하면 두뇌싸움이다. 영화는 청소년불가다.

일단 볼 때 야한 건 단 하나도 없다. 잔인한 장면 때문에 그럴 수 있는데 내 눈에는 둔감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플레처가 계속해서 극을 자신의 멘트로 이끌어간다. 로맨스 영화에서 항상 달달한 모습을 보이던 휴 그랜트가 말 많은 수다쟁이 아저씨에 다소 욕망가득한 인물로 그려진다. 매튜는 미국인이지만 런던에서 대마초 시장을 지배하는 엄청난 악단으로 나온다. 상대적으로 젠틀하고 쉽게 누구를 건드리지도 않는다. 내가 이곳의 사자라는 정도의 포스를 보여준다.

분명히 누군가를 죽이는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믹키쪽의 사람들은 무척이나 젠틀하다. 결코 무리해서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지 않고 쓸데없는 살인도 저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을 안 죽인다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중반부터 흥미로워진다. 믹키에게 맞서서 드라이 아이(헨리 골딩)라는 중국인이 도전을 한다. 주로 마약을 다루는 조직인데 믹키 사업마저 차지하려 한다. 믹키는 지는 해고 자신은 뜨는 해라고 생각하며 호전적이고 도전적이다.

중간에 이를 이간질 시키는 인물이 있는데 영화 마지막에 가서 핵심인물이 된다. 추가로 복싱 코치로 나오는 콜린 파렐은 기존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데 마초적이면서 젠틀하고 뜻하지 않게 착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나쁜 짓을 한다. 영화는 그런 식으로 무척이나 아이러니한 상황을 많이 만든다. 예전에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때부터 지켜봤던 가이리치 감독이다. 당시에 새로운 영국 영화 물결을 만들었다고 꽤 화제가 되었다. <트랜스포팅>가 비슷하게 말이다.

꽤 노골적인 영화를 유머를 섞어 만들던 감독이 <알라딘>으로 다소 외도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에 다시 원래 그 감각대로 왔다. 한동안 다소 별로라는 느낌이 들다보니 살기 위해 찍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비해 후반에는 꽤 재미있었다. 뜻하지 않은 유머도 선사하면서 유쾌하게 봤다. 후반부에는 총질이 난무하며 유쾌라는 표현이 다소 어색하지만. 딱히 착한 놈은 없지만 결국에는 가장 젠틀하게 사업을 하는 놈이 좋은 놈처럼 보이는 어색한 상황으로 영화는 끝난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믹키를 위해 레이가 살수를 살인하고 드라이브 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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