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6. 09:00ㆍ영화
경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면 의례 짐작이 간다.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 지 예측이 된다. 범인을 잡는 내용은 너무 당연하다. 여기에 좀 더 비틀면 경찰 내부에 배신지가 있다. 배신자가 조직에서 심은 것이 아닌 내부의 배신자. 두더지라고 표현하는 배신자는 경찰 감찰 조직에서 심는다. 특정 경찰의 비리를 캐기 위해서 같은 부서에 배치되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면서 이를 통해 잡는다. 주로 나오는 것은 마약조직이나 깡패조직과 경찰이 서로 일합을 겨루는 것이다.
<경관의 피>도 그런 내용이다. 처음에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최민재(최우식)가 현장에서 범인을 잡는다. 동료 배우가 법이 아닌 현장에서 즉석으로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백을 이끌어낸다. 민재는 이를 참지못한다. 원리원칙대로 법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료 경찰은 강압적인 방법이 재판에서 불리하게 진술된다. 민재의 강직함을 본 황인호(박희순) 감찰계장이 제안을 한다. 광수대에 마약수사를 전담하는 에이스 박강윤(조진웅)을 감찰하라고 한다.
거절하지만 경찰까지 죽인 인물이라는 이야기에 제안을 받아들인다. 박강윤 부서에 들어가자마자 즉식 함께 다니게 된다. 박강윤은 반장인데 경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벤츠를 몰고 다닐뿐만 아니라 고급 빌라에서 거주한다. 입고 다니는 옷은 전부 명품이고 다른 경찰과 달리 슈츠만 입고 돌아다닌다. 민재에게도 슈츠를 입고 함께 돌아다니게 한다. 박강윤은 칠성파 두목(박명훈)과 마약조직을 키우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던 중이다.
반대 조직인 나영빈(권율)을 제거해야 칠성파가 전국 마약을 전부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의심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박강윤은 최민재와 함께 돌아다니고 최민재는 가는 곳마다 녹취와 촬영을 하면서 이를 자료로 남긴다. 과연 박강윤은 진짜로 경찰이 아닌 자신의 이권을 노리고 잇속만 챙기는 인물인지가 영화를 보는 키포인트다. 영화는 원탑이 아닌 조진웅과 최우식의 투탑이다. 카리스마를 갖고 극을 이끌어가는 조진웅과 부드러운 느낌으로 협력하는 최우식.
조진웅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최근에 재미있게 본 것은 대부분 <경관의 피>와 같은 분위기다. 뭔가 터질 것 같은 느낌으로 영화가 흐르면서 위태위태한 모양새가 계속 펼쳐지는 전개. 여기에 조진웅은 정체에 대해 다소 의구심이 들면서 계속 칼 날 위에서 걸어가는 느낌을 연기한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나 조진웅은 배신자인지, 나쁜 놈인지, 착한 놈인지에 대해 아리까리한 느낌을 계속 준다. 조진웅의 연기는 결코 그렇지 않지만 트릭으로 관객을 혼동스럽게 만든다.
최우식은 선한 이미지를 항상 갖고 있다. 초반에 시트콤때부터 눈여겨 봤었는데 <마녀>로 악역을 했을 때는 다소 맞지 않은 옷 같았다. 연기를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색했다. 배우에게 그런 면에서 탈이 중요하다. 탈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게 연기자에게는 숙명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변화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같았다. 강직한 인물이지만 선택의 순간이 매번 올 때마다 고뇌를 한다. 그런 모습이 최우식이 하는 연기에 힘이 붙는다.
권율은 여러 이미지가 있는데 최근에는 주로 악역을 주로 한다. 그것도 좀 똘아이와 같이 나사가 풀린 인물을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영화에 나온 캐릭터 자체가 다소 보여줄 것이 많지 않아 보이긴 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좀 더 눈이 돌아가는 연기였으면 어떨까했다. 영화에서는 연남회가 나온다. 서울에 연남동이 있으니 이를 근거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벌어진 모든 것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느낌이다.
영화가 중반까지 과연 박강윤이 나쁜 놈인가에 집중한다. 중반 이후는 영화의 전개가 달라진다. 본격적으로 달린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또 다른 반전까지 함께 하면서 꽤 재미가 있었다. 보통 영화를 볼 때 중간 정도에 다소 지루해 질 때가 있다. 영화가 시종일관 달리기 힘드니 중간에 그렇게 되는데 이번 영화는 그렇게 볼 때 달리진 않아도 지루하진 않았다. 영화 화두 중 하나가 회색지대다. 경찰이 법대로 일을 해야 하는지, 적당히 불법도 해야 하는지다.
이는 최민재가 갖고 있는 법에 의한 진행과 범인을 때려 잡기 위해서는 불법도 서슴치 않는다는 가치가 서로 부딪친다. 회색지대에서 경찰은 적당히 오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짜 경찰의 생활은 알 수 없고 주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아는 상식이 전부다. 지금까지 살아와보니 법대로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는 적당한 타협으로 회색지대가 맞다는 것이 내 판단이긴 하다. 아마도 이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얻는 사회에서 느끼는 부분으로 보인다. 영화는 꽤 긴장감있게 반전을 주면서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시간 순삭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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