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 아버지

2021. 10. 30. 23:44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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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이 드라마를 출연했던 것이 기억에 가물할 정도다.

영원한 고전인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감독인 허진호.

여기에 류준열이 함께하는 드라마가 나온다니 안 볼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인간실격>은 그렇게 출연배우와 감독만 보고 선택한 작품이다.

대신에 제목에서 깊게 풍겨지는 뭔가 음울한 느낌에서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영화감독이 드라마 연출을 많이 하는데 매체의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이를 위해서 공동연출을 하거나 공중파가 아닌 OTT로 가서 드라마를 제작한다.

매체의 성질이 다르고 호흡이 다르니 이를 얼마나 잘 뛰어넘는냐도 중요하다.

제목에서 짙게 나오는 느낌처럼 드라마도 무척이나 음울한 내용이다.

이 드라마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나 행복이라는 단어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에서 나오는 캐릭터 중에 정상은 없어 보였다.

정상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부터 잡아야겠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바로 그 정상이다.

부정(전도연)은 출판사 편집자 역을 하다 아란(박지영)과 틀어지면서 대필작가는 물론이고 멍하게 산다.

그나마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때문인지 외부 시선때문인지 파출부 일을 하는데 하필이면 아란 남편 내연녀였다.

부정은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을 아란의 탓으로 돌리면서 - 실제로도 그렇지만 - 덧글로 비방을 한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까지 시도하려 할 정도로 바닥까지 갔었다.

강재(류준열)는 심부름이나 역할대행 등을 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호스트바에서 일을 했었다.

부정 아빠인 창숙(박인환)은 강재와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데 치매증상이 있고 폐휴지를 줍는다.

부정의 남편인 정수(박병은)는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일하며 경은(김효진)과 친구이자 좋아한 사이다.

정수의 엄마 민자(신신애)는 혼자 살면서 전형적인 아줌마지만 그나마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다.

강재 친구인 딱이(유수빈)과 민정(손나은)은 함께 역할대행을 도와주면서 각자 자신의 일을 한다.

이런 관계로 이뤄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드라마다.

거의 유일하게 딱이와 민정만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여기에 딱이 누나인 순규(조은지)는 약사인데 집에서 친구인 우남(양동근)과 셋이 함께 산다.

아빠 오피스텔에서 우연히 만난 부정에게 강재는 먹을 거를 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렇게 둘은 서로 알게 되고 우연히 마주치면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부정이 하는 선택은 선뜻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완전히 망가뜨리려한다.

그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아빠는 폐휴지를 하면서도 살아가려 노력하는데.

충분히 드라마에서 드러나지 않지만 굳이 왜 파출부 일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는 잘 되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몸을 쓰면서 하는 일을 하려고 했다고 할 수도 있긴 한데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

아란에 대한 쌓인 감정과 비관적으로 모든 걸 생각하면서 끝까지 감정을 몰고 갔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한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고 그런 존재라고 생각을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가장 악한 인물은 언제나처럼 가장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을 한다.

이런 것이 부조리라고 할 수 있는데 역설적으로 착한 사람들이 오히려 노력을 덜하는 듯하다.

악한 인물일수록 오히려 아무 생각없이 직선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착한사람은 온갖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과연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되고 결말이 될지에 대한 궁금증은 있었다.

워낙 템포도 느리고 이렇다할 액션이나 감정고조도 없었고 긴장감과 집중해야 할 장면도 없었다.

이러다보니 시청률은 그다지 좋지 못했지만 충분히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우리는 누구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감정을 갖고, 경험하고 살아간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 그렇겠지만 바닥일지라도 미소를 짓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드라마의 마지막이 뭔가 희망적이고 열린 결말로 끝낸것처럼.

(드라마 내내 부정과 강재는 둘 다 끊임없이 아버지로 시작하는 내레이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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