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종 - 난 넘 무섬

2021. 7. 15. 09:00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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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나오는 영화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영화는 언제나 해당 악령이나 초자연적 현상이 모습을 보이면 김이 빠지면서 무섭지 않다. 그 전까지 계속 보일 듯 말 듯하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걸 잘 해내면 무서운 거고 그렇지 않으면 별로 무섭지 않다. 본격적으로 악령과 싸울 때는 정작 무섭지 않다. 그때부터는 액션 영화로 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다보니 악령이 모습을 보이기 전이 가장 무섭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이런 악령이 나오는 영화를 꽤 많이 봤다. 공포 영화를 그다지 즐겨 보지는 않는다. 그나마 나이를 먹으면서 공포 영화에 대해 다소 무감각해지면서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어지간히 유명한 공포 영화는 거의 대부분 봤다. 공포 영화는 대체적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는데 목적이 있다. 사람을 죽이면서 점차적으로 고조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작 그런 영화를 그다지 무섭게 본 적은 없다. 다소 놀라기는 했어도 그건 제작진의 의도를 충실히 만족시켰을 뿐이다.

 

악령이 나오는 영화가 그런 면에서 오히려 좀 무섭다. 오컬트 장르라고 하는데 오컬트 장르가 무서운 것은 다소 상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상상을 하기 때문에 무서움을 느낀다. 인간이 상상하지 않는다면 무서움을 느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여기에 공포 영화를 볼 때 무서움을 느끼는 90% 이유는 음악때문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운드다. 사운드가 우리를 무섭게 만들고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운드가 없다면 공포영화는 오히려 웃길 수 있다.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 정말로 무섭다고 했던 것은 <엑소시스트>였다. 비디오로 봤는데 악령이 나타나 움직일 때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다소 충격적이라 무서웠다. 다음으로 <링>이었다. 극장에서 봤는데 갑자기 TV를 통해 사다코가 나올 때 정말로 경악했다. 당시에 시사회로 봤는데 관객 대다수가 여성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사다코가 나올 때 지르는 소리에 더 놀란 것이 아닌가도 싶다. 두 영화가 전부 악령과 관련이 있는 영화라는 특징이 나에게 있다.

 

그 이외의 공포 영화는 엄청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처키라든가 공포의 13요일 등은 무섭기보다는 다소 액션 영화처럼 느껴졌다. 공포영화는 아니지만 최근에 본 <미드소마>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전개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장이 상상을 너무 자극해서 속이 매스꺼울 정도였다. 해당 감독의 <유전>은 그나마 무섭기는 해도 보는데 지장 없었지만 말이다. 이로고 나서 <랑종>을 보게 되었다. 철저히 제작을 한 나홍진이라는 이름 석자때문에 보게 되었다.

 

 

공포영화인데 태국영화라면 내가 굳이 봤을까 생각하면 안 봤을 듯하다. 그저 태국에서 온 공포영화구나했을 듯하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도 극장에서 봤는데 난 무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소 특이하게 한국의 주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을 했다. 그런 감독이 그 다음편으로 감독한 작품이 아닌 제작한 작품이다. <랑종>을 감독한 반종 피산다나쿤은 이전 작품인 <샴>과 <셔터>가 엄청 무섭다는 소문은 들었다. 최근에는 로맨스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다큐라는 자막이 나온다. 어느 무당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라고 알려준다. 다큐로 시작을 한 후에 나중에는 일반 영화처럼 전환이 되는 것이 아닐까싶었다. 영화는 철저하게 다큐 관점으로 시종일관 형식이 유지된다. 절대로 제3자 관점은 드러나지 않고 연출자와 촬영팀이 인물을 쫓아다니면서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를 편집한 것으로 나온다. 님(싸와니 우툼마)는 무당인데 태국 언어로 랑종이다. 그는 언니가 신내림을 받았을 때 거절해서 자신이 받았다고 한다.

 

언니 노이(씨라니 얀키띠칸) 남편이 사망하며 간 장례식에서 조카인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이상행동을 발견한다. 오빠인 맥도 오토바이로 사망했다. 오빠인 마닛(야사카 차이쏜)과 함께 뭔가 이상하다고 하지만 노이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밍의 이상행동을 발견한 촬영팀은 허락을 받고 밍을 촬영한다. 밍은 순간 순간 뭔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이런 사실은 이미 이전부터 이뤄졌다는 것이 친구의 폰에 녹화된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촬영팀은 밍의 가족과 님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면서 내용이 이어진다. 밍에게 들어간 존재는 님의 신이 신내림을 한 것이 아닌 다른 존재로 밝혀진다. 이때부터 밍은 본격적으로 자아를 잃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영화는 그 후에 밍에게 들어간 악령을 쫓아낼 것인지에 대해 보여준다. 이렇게 악령의 존재가 어느 정도 밝혀지면 그때부터 무섭기보다는 액션으로 진행될 듯한데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 않는다. 다큐형식답게 영화는 절대로 그 어떤 초자연적인 행동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주 평범하게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만 나온다.

 

내 생각에는 엑소시스트와 관련된 영화에서는 거의 한계까지 밀고 나간 영화가 아닐까한다. 무엇보다 밍의 연기로 모든 것을 전부 커버한다. 밍의 연기와 카메라 워크, 사운드가 모든 걸 공포로 자아낸다. 나는 너무너무 무서워 중간에 극장을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공포영화가 대부분 특정 영역만 무서운데 이 영화는 점점 공포가 극대화되면서 그 긴장이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도대체 출구를 보여주지 않는다. 무려 1시간 30분 정도를 계속 긴장하면서 봤다. 막상 평점을 보니 악평이 쏟아졌는데 내 생각에는 이 영화는 상상력이 좋은 사람들에게 너무 무서운 영화다.

 

작년부터 태국영화를 좀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잘 만든다. 태국이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장 영화 문화가 발달한 것이 아닌가싶다. 이 영화에서 오로지 연기로만 무서움을 고조시키는데 이것은 철저하게 시나리오와 감독의 역량이 아닌가한다. 마지막 30분 정도는 작정하고 보여주는데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소 힘들정도였다. 하여 눈을 감으면 더 무서우니 잠시 귀를 막기도 했다. 실제로 예상했는데도 엄청 놀란 장면도 있다. 예고편은 정말로 맛보기고 놀라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일 영화고 진짜로 악령 영화를 무서워하면 보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한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겁 나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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