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5. 09:30ㆍ영화
사후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누구도 죽은 사람을 만나적은 없다.
자신이 죽어 본 적도 없으니 더욱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다.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상상력이 동원되어야만 가능한 영역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사후세계를 믿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많은 것들이 억압을 받기도 하고, 기쁨과 슬픔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전혀 알 수 없으니 그저 막연히 이럴 것이라는 상상만 할 뿐이다.
더구나 죽은 후에 곧장 어느 곳으로 가는지 중간에 어떤 단계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중간 단계가 있다는 점은 또한 매력적이라서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다.
이런 관점에서 <원더풀 라이프>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죽은 후에 곧장 천국을 가는 것이 아닌 특정 기억을 간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만 기억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곳에서는 그런 순간을 다시 촬영해서 죽은 자의 기억속에 넣는 것이 아닐까한다.
이를 위해서 일주일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를 그곳의 스탭과 함께 나눈다.
자신에게 어떤 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는지를 찾는 과정이니 여러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그곳에 있는 사람(이 아닌 영혼이라고 해야겠지만)은 남녀노소가 다 모여있다.
출연진을 볼 때 연기자가 아닌 실제로 일반인이 직접 출연한 느낌도 들었다.
진짜로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에서 다시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같았다.
나이가 젊은 사람이나 어린 아이는 어떤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하게 될 지 궁금하기도 했다.
사람마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순간이 있을텐데 여기서 미스매치가 생기기도 한다.
만약 연인이라면 나는 상대방과의 어떤 추억을 간직하려고 하는데 상대방은 다른 걸 이야기한다면 말이다.
이 영화는 예전에 잡지 책에서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걸 알고 흥미있었는데 이제서야 보게되었다.
소재가 상당히 흥미롭긴 한데 다소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게 무엇이든지 전부 기억속에 남아 추억이 되어 살아가게 마련이다.
꼭 행복한 순간만이 지금의 나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소 어렵거나 힘든 순간도 지금와서 돌아보니 덕분에 지금을 생각하며 행복할 수도 있다.
특히나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기억도 있지만 여전히 계속 간직한 추억도 있다.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지 그 중에서 하나만 간직하라는 것은 결코 좋은게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런 선택은 형벌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굳이 딱 하나만 기억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게 굳이 그럴 이유는 전혀 알지 못하겠다.
그럴 바에는 모든 기억을 전부 삭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 동안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마지막으로 돠돌아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지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험을 했고 그것들이 지금까지 내 머리 어딘가에 간직되어 있다.
잊고 살다 어떤 계기로 나도 모르게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흐믓하게 웃을 수 있는게 오히려 행복 아닐까.
행복한 순간을 굳이 찾으려 하지 말고 살면서 그때마다 떠오른 기억이 추억이 되어 더 행복하지 않을까한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추억은 그 자체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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