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31. 09:00ㆍ영화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공포가 결합되면 정말로 무섭죠. 일상의 균형이 깨진다는 건 내 정체성과도 연결됩니다. 내가 자주 가는 길에 살인 사건이 난다면 나랑 당장 상관없지만 괜히 무섭죠.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나한테 이제는 벌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인간은 상상하는 능력때문에 공포를 느낍니다. 인간이 상상하는 능력이 없다면 공포를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내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상상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타겟>은 분명히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제게는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그런 느낌은 저만이 아니더군요. 극장에서 영화가 끝났을 때 주변에 '무섭다'라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우리 일상이 누군가에게 노출된다. 노출된 정보를 갖고 상대방이 내 모든 걸 알아낸다. 그것만으로도 공포입니다. 더 무서운 건 상대방이 누군지 나는 모른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은 나를 알고 조금씩 나를 옥죄는데 누가 나한테 그러는지 알 방법도 없습니다.
내 일상은 무너지고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어디서 상대방이 날 보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한 행동을 상대방이 보고 있다는 생각하면 더욱 무섭고요. 이런 내용이 전개되는 영화입니다. 그 출발은 중고 거래입니다. 중고 거래는 예전과 달리 좀 더 가까워졌습니다. 과거에는 상대방의 위치를 잘 몰랐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근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상대방이 어떤 해꼬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긴 힘들죠. 그건 서로간의 암묵적인 합의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아무런 짓도 안 하고, 상대방도 내게 그럴 것이다. 이런 합의가 있기에 서로 직접 만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과거와 달리 돈만 갖고 도망가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당신 근처는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중고 거래를 해 본적은 있습니다. 직접 만나 돈 주고 물건 받고 끝이었습니다. 대부분 제가 직접 갔었죠. 당시에는 직접 현금을 찾아 줬습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죠. 상대방 만나 계좌이체를 하면 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영화에서는 그런데 굳이 현금을 줍니다. 영화적인 장치긴 하지만 다소 현실과 동 떨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서울 시내가 나오면서 온갖 곳에서 소리가 나며 중고 거래를 위한 물건을 올립니다. 그 중에서 한 명이 컴퓨터를 파는데 일부러 여자만 찾습니다. 컴퓨터라 직접 집으로 찾아 오라고 하죠. 뭔가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뉘앙스였죠. 집에 찾아온 인물은 여자의 오빠라고 합니다. 남자는 다소 실망했고 여자의 오빠라는 사람은 돌변합니다.
위험했던 건 물건을 펼려던 남자였죠. 집이 공개된 남자의 모든 물건이 팔리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예쁘게 찍은 후에 중고 사이트에 올려 팝니다. 그 중에서 건축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수현(신혜선)있습니다. 이사한 후에 세탁기가 고장나 고치려니 새로 사는게 좋습니다. 중고로 사려 찾아보니 누군가 이민가려 싸게 판다고 합니다. 신나게 결제하고 세탁기를 받았습니다. 세탁기는 불량이라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무려 30만 원이나 썼는데 사기당한거죠.
아무리 찾아봐도 물건을 판 인간은 이미 잠적했습니다. 경찰에 가서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뻔합니다. 이런 사기 사건이 엄청 많으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3달 정도는 평균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그것도 접수라고 해야겠죠.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너무 억울해서 찾다 우연히 그 놈을 발견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거래가 성사되기 전에 덧글로 매수자에게 사기꾼이니 구입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놈은 이 사실을 알고 수현에게 연락합니다. 그 정도에서 멈추라고 말이죠. 수현은 사기를 당했는데 그 놈이 오히려 협박입니다. 참지 않고 웃기지말라고 하죠. 경찰에 신고했으니 너는 잡힐 것이라고 말이죠. 그 놈은 계속 협박하면서 후회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수현이 있는 집으로 주문도 안 한 배달이 옵니다. 겁이 나 경찰에 신고하지만 여전히 움직이질 않습니다. 뭔가 직접적인 행동이 나온 건 아니라 경찰도 움직이지 못하는거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수현에게는 일상이 공포로 변합니다. 자신이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 그렇습니다. 집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 찾아온다. 자신이 초청하지도 않았는데 온다. 꽤 불편하겠죠. 그것도 찾아온 상대방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다면요. 혼자 살고 있는 여자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과정이 나옵니다. 일상이 무너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반면 그 놈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건 옥의 티였습니다.
뛰어난 해킹 실력으로 수현의 모든 걸 파악합니다. 솔직히 그렇게 대단한 실력으로 고작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사기치다니. 훨씬 더 큰 걸 노려도 충분할 정도로 보이는데 말이죠.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숨길 정도의 능력자니 말이죠. 수현 역의 신혜선의 연기와 음악이 긴장감과 끔찍함을 상상하게 만들어줍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스토킹 문제도 살짝 다룹니다. 수현의 직장 상사가 거의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집까지 찾아오니 말이죠.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찾아오면 스토킹이죠.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니 말이죠. 영화가 꽤 구성을 잘 짜고 내용도 좋습니다. 아쉬운 건 마지막에 그놈을 잡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놈을 꽁꽁 숨기고 출연자에도 노출되지 않습니다. 형사 역할을 한 김성균은 영화에서는 진짜 형사처럼 노력만 하는 걸로 그려지고요. 일상에서 벌어지는 무서움이 진짜 공포인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그런 이유로 긴장감이 줄지 않아요. 음악도 공포영화와 똑같은 타이밍을 쓰고 말이죠. 긴장하며 볼 영화입니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일상은 건드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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