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8. 09:00ㆍ영화
역대급 한국영화 여름 대전의 마지막으로 <보호자>를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지막으로 보길 잘했습니다. 솔직하게 올 여름 총 여섯 편의 한국 영화 중 재미가 제일 적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정우성과 이정재는 브로맨스라고 할 정도로 친합니다. 이정재가 감독한 <헌트>에 정우성이 나와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보호자>도 정우성이 감독했으니 이정재가 나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도 했네요. 정작 이정재가 나올만한 캐릭터는 없긴 하지만요.
제목처럼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제목이죠. 영화는 장르상 액션이라고 봅니다. 큰 줄거리는 자신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지키려 노력하는 내용입니다. 수혁(정우성)은 10년 동안 복연 후 출소합니다. 함께 조직생활을 했던 응국(박성웅)은 거물이 되어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동생이었던 성준(김준한)은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혁이 출소 후 사귀었던 여자에게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평범한 사람이 되어야 딸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탄탄하게 회사를 운영하던 입장에서 수혁의 출소는 꺼림직한 요소입니다. 성준은 지레짐작으로 수혁을 쳐내기로 하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의뢰했던 우진(김남길)에게 연락합니다. 우진은 언제나 진아(박유나)와 함께 합니다. 수혁의 제대로 된 정체를 모르고 섣불리 제거하려다 오히려 역습을 당하죠. 그 과정에서 수혁의 딸을 진아가 납치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수혁이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아빠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딸을 위해서 말이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혁수는 클러 같은 곳에서 불을 끄고 휘레시만 들고 등장합니다. 그곳에 있는 조직의 우두머리를 제거하기 위해 나타난거죠. 이때에 혁수 혼자 10명도 넘는 인원을 전부 물리칩니다. 이때 불은 소등이 된 상태로 액션이 펼쳐집니다. 카메라 워크와 후레쉬 빛의 움직임과 음악으로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런 시퀀스는 권상우가 출연한 <신의 한 수 :귀수편>에 나옵니다. 화장실 씬에서 이런 액션이 나와 기억에 남았거든요. 권상우도 똑같이 조명 하나가 움직이며 보여주는 액션이었습니다.
솔직히 <보호자>보다 훨씬 잘 찍은 듯합니다. 혁수의 액션만 놓고 볼 때 조직원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밀 기관의 요원같은 느낌이었죠. 혁수의 생김새나 몸매를 볼 때도 그렇죠. 영화 <아저씨>의 원빈느낌이었죠. 이런 혁수의 모습을 보여줬으니 향후 액션이 어떨지 기대가 좀 되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후로 이런 액션은 전혀 나오질 않습니다. 액션이 나오긴 하는데 뭔가 보여줄 듯하면 끝내버리더라고요. 사실 기대했던 건 이랬습니다.
혁수가 보여줬던 액션만 놓고 볼 때 초반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혁수는 평범하게 살겠다고 응국에게 찾아갑니다. 이 때에 성준이 혁수에게 도발하며 조용히 찌그러져 살라고 하죠. 성준이 결국에는 혁수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을 때 액션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구나. 제가 예상했던 건 혁수가 응국 조직을 전부 혼자 물리치는 거였습니다. 살짝 존 웍을 기대했던 제가 실수였습니다. 충분히 존윅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더라고요.
성준이 일을 맡긴 인물이 우진을 연기한 게 김남길입니다. 아마도 너무 비중이 높은 배우에게 역할을 맡긴 게 아닌가해요. 처음부터 중요 대결 구도가 혁수와 우진입니다. 혁수가 조직을 깨부시는 게 아니더라고요. 근데 우진은 그다지 싸움을 잘하지 못합니다. 똘아이인데 본인은 미끼 역할을 하고 진아가 뒷처리를 다합니다. 손재주가 좋아 폭탄 같은 걸 만들줄 알더라고요. 일을 활용해서 전부 제거합니다. 우진은 싸움은 하나도 못하고 도구를 활용하는 모습이고요.
도구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우진에게 혁수가 마음놓고 때려잡거든요. 뭔가 똘끼는 충만한데 정작 보여주는 모습은 그다지 없더라고요. 우진의 캐릭터 자체가 별로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이건 우진을 연기한 김남길의 잘못이 아닌 시나리오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영화에서는 딱히 서사를 보여주진 않습니다.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당위성과 개연성을 보여주진 않죠. 그저 상황에 놓인 인물에 최선을 다해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상황이 긴박하면 되겠죠.
혁수가 성준에게 찾아갈 때 본격적인 액션이 펼쳐 질 것이라고 예상했거든요. 액션이라 할 만한 것은 카액션 정도인데 주로 회전하는 모습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 외는 성준이 총들고 나타나자 그 곳을 빠져나가 다소 허탈하더라고요. 여기서 뭔가 대단한 능력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 한 명있었습니다. 혁수와 아주 잠시 격투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순간입니다. 더구나 혁수가 지기도 하고요. 10년이라는 시간을 교도소에 있었으니 혁수를 아주 인간적으로 묘사하기로 한 듯하더라고요.
나중에 그 인물과 혁수가 다시 대결을 하는데 거의 보여준 것도 없습니다. 혁수가 거의 당하기만 하거든요. 너무 뜻밖에 둘의 대결이 끝나는데 이게 뭔가싶더라고요. 영화가 분명히 액션 장르라고 생각되는데 시원한 액션이 전혀 나오질 않고 영화는 끝납니다. 우진의 에피소드를 반 이상 줄여버리고 혼자서 조직을 전부 없애버리는 내용. 이렇게 했다면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혁수가 딸을 지킨건 맞지만 그거 이외는 한게 도대체 뭔가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액션 영화인데 액션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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