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7. 09:00ㆍ다큐예능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짝찾기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 원조격인 <짝>도 본 적이 없다. 채널을 돌리다 나오면 잠시 본 적은 있지만 그래도 1~2분 정도였다.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꽤 인기가 있는 장르가 지난 10년 넘게 다양한 변주를 통해 프로그램이 융성했다. 누군가 나에게 <환승연애2>를 보지 않느냐고 물었다. 관심이 없으니 안 본다고 했다. 진짜로 1도 볼 생각은 없었다. 뉴스를 보다 이번에 티빙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이고 유료 회원을 모집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프로라고 한다.
급 관심이 생기면서 어떤 프로기에 그런가 했다. 일반인이 나온 프로그램이 엄청난 자본과 스타가 나온 프로보다 성공했다니. 어차피 집중해서 볼 생각도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볼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처 몰랐다. 내가 이 프로그램에 과몰입하며 보게 될련지는 꿈도 꾸지 못했다. 더구나 회차당 프로그램 시간이 평균 2시간이 된다는 사실도. 총 20회니 전부 합치면 40시간도 넘는 듯하니 꼬박 아무것도 안 하고 이틀 정도는 봐야 가능한 분량이었다.
거의 일주일동안 TV에서 다른 예능이나 드라마도 하지 않기에 더욱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초반 1회에 보면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지 못하게 되었다. 초집중하면서 봤다고는 못해도 꽤 집중하면서 봤다. 어떤 내용과 전개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청을 했다. <환승연애2>에서 환승이 어떤 뜻인지도 별 생각없이 봤다. 초반에는 그런 이유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X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걸 뭘 뜻하는지 모르니 어리둥절하면서 내용 전개를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출연진이 전부 자신의 X에게 받은 편지를 직접 낭독하는 장면이 나왔다. X는 헤어진 전여친이나 남친을 의미했다. X가 자신에 대해 소개한 글을 읽는데 다들 하나같이 울기 시작한다. 사귈 때는 미처 듣지 못했던 내용일테고 직접적으로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싶다. 그때부터 급관심이 올라가면서 보게 되었다. 그들이 낭독하며 우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면서 보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을 초반에 보여주니 누가 누군지 모르지만 지켜보게 되었다.
일단 보면서 느낀건 제작진이 판을 잘 깔았다는 점이다. 진심으로 제작진이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적재적소에 가장 흥미로운 요소를 출연진에게 던진다. 그로 인해 파문이 일어 각자 마음의 동요를 만들게 한다. 제작진이 그걸 노렸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허나 어느 정도 상황을 만들어놓고 출연진의 상황에 따라 맞는 미션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 요소는 역시나 헤어진 커플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 점을 철저하게 숨겨야만 한다.
초반에 첫 등장으로 출연했던 인물이 자신의 X에 대해 아마도 공개를 했는지 퇴소가 되었고, 그의 X마저도 미안하다며 퇴소한다. 여기서 서로 각자 커플만 자신의 X를 알고 타인은 전혀 모른다. 분명히 이 프로그램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러니 자신의 X를 제외하고 다른 이성을 만나면 된다. 여기서 극의 재미가 나온다. 그 어떤 로맨스보다, 로코보다, 애절한 사랑 드라마보다 더한 전개가 펼쳐진다. 분명히 헤어진 상태에서 이 프로그램을 나왔다.
출연 하기 사전 미팅을 둘이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묻는다. 편하게 서로 참여하자고 다들 말은 한다. 막상 참여를 하니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분명히 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내 X가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데이트하는 걸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분명히 깨끗하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내 마음이 흔들린다. 난 아직도 X를 잊지 못했다는 걸 자각하면서 힘들어하는 캐릭터도 나온다.
특히나 3회차 정도에 등장한 성해은이 전체 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물론 내가 볼 때. 정규민의 X인데 해은이 오기 전 이나연과 어느 정도 썸이 형성되었다. 성해은이 입소할 때 남희두도 함께 들어오는데 이나연의 X다. 여기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해은과 나연은 룸메이트로 서로 절친으로 친해지고 속마음을 터놓는 사이다. 해은은 여전히 규민을 잊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일편단심이지만 규민은 철벽을 쌓고 해은을 대한다. 그런 상황에 해은은 무너지면서 연일 운다. 몰래 울지만 모두 운다는 걸 안다. 누가 X인지 모를 뿐이다.
해은이 매회마다 계속 울어대니 나중에는 우는 장면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또 울어!'하면서 애잔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박원빈과 김지수는 서로 X인데 비중은 좀 작은 편이었다. 대신에 박원빈은 내가 볼 때 정말로 착한 친구인데 여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다. 출연진이 거의 대부분 20대인데 아무래도 개성이 좀 적다보니 눈에 띄지 않은 듯하다. 박원빈 같은 스타일이 20대에는 관심을 못받지만 좀 더 나이를 먹으면 가장 좋은 남편이 될 남자라고 본다. 무척 여리고 좋은 오빠나 동생 스타일. 다들 만나 이야기를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20대 때는 덜 빛나는.
김태이와 이지연은 서로 X인데 뒤늦게 온 박나언과 정현규는 서로 X이다. 김태이는 박나언과 서로 썸을 탄다. 정현규는 들어오자마자 해은에게 직진하는데 다들 응원하며 행복하라고 한다. 해은이 워낙 매일같이 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뒤늦게 온 남희두와 지연은 또 썸을 타는 듯한데 지연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희두에게 급격히 마음이 돌아간다. 내용이 이런 식으로 계속 그 안에서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복잡하다. 각자의 행동과 마음이 전부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해은이 행동이나 마음을 보고 엄청 응원했다. 규민이가 가장 인기남이었다. 여러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을 정도였다. 아마도 출연진 중에 가장 연장자인 것도 한 몫한 것이 아닐까한다. 이런 상황에서 규민이는 철저하게 해은이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했었다. 선택하기 전 날 둘이 함께 데이트를 하면서 무너진다. 내겐 둘이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규민이 했던 모든 행동은 난 방어기제로 봤다. 막판에 생각지도 못한 결론이 나면서 난 좀 짜증이 나긴 했다. 그래도 너무 재미있게 봤다. 그 외에도 각커플이나 내용에 대해 할 말은 너무 많지만.......
전혀 쓰진 않는 표현이지만 내겐 올 해 최고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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