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1984

2020. 12. 24. 09:20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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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유명했던 DC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적었던 마블에게 영화로 완전히 발렸다. 이런 저런 영화를 냈지만 여전히 마블의 인기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슈퍼맨과 배트맨마저도 흥행면에서 그랬다. 침체기를 겪던 DC에서 드디어 빛을 본 첫 작품이 원더우먼이다.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가 뭐래도 원더우먼 역할을 한 갤 가돗에서 절대적으로 빚을 졌다고 본다. 예전 드라마일 때의 원더우먼 이미지를 생각하면 다소 느낌이 다르지만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성공했다.

우아하고 지적이며 어딘지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을 간직한 갤 가돗은 이후로 DC를 거의 살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첫 작품이 원더우먼의 탄생 배경이라면 이번 작품은 배경이 지금이 아니다. 이미 여러 슈퍼 히어로에 현대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다. 당연히 현대를 배경으로 할지 알았는데 1984년이었다. 그 이유는 찾아보면 알겠지만 귀찮아 찾지는 않았다. 시대와 배경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작정하고 만든 듯하다.

초반에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원더우먼이 어릴 때 시합에 출전한다. 다들 성인이지만 원더우먼만 홀로 이제 갓 10대 초반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엄청난 판단력과 근력은 물론이고 신체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3분의 2까지 1등을 하다 낙마 후에 지름길을 통해 우승 직전에 안티오페(로빈 라이트)가 저지하며 이루지 못한다. 정당한 실력이 아닌 편법으로는 1등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진실은 누구도 가리지 못하니 반드시 공정한 시합을 통해 우승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 시합하는 과정이 꽤 박진감넘치고 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 씬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쇼핑몰에서 도둑들이 귀금속을 턴다. 이를 원더우먼이 막아내는 일을 한다. 연속적으로 20분도 넘게 액션을 보여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시선을 다른데 돌리지 않게 만들고 집중해서 볼 수 있게 한다. 작정하고 액션을 보여주는데 그저 눈여기는 아니다. 여기서 나온 액션은 뒷 이야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둘 다 원더우먼에게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가치를 가져다준다.

신비의 돌이 발견된다. 중요한 유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다소 저렴해 보인다. 그곳에는 라틴어로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고 써 있었다. 별 생각없이 이를 조사하는 바바라(크리스튼 위그)와 다이애나(갤 가돗)은 각자 소원을 빈다. 이를 조사하던 맥스(페드로 파스칼)는 바바라에게서 이 돌을 가져와 자신이 신비의 돌이 되어버린다. 누구에게나 소원을 빌게 하여 그의 소원을 이뤄지면서 이를 다시 빼앗는다. 등가교환의 법칙이라고 할까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

소원을 빈 사람은 성취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잃는게 생긴다. 이 소원 덕분에 바바라는 다이애나의 힘을 갖고 된다. 다이애나는 그의 유일한 소원인 스티브(크리스 파인)이 다시 환생한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환생했지만 그가 하는 말은 둘 만이 알 수 있어 믿게 된다. 다이애나는 크리스를 다시 만나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다이애나에게 크리스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 이후로 어떤 사람에게도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다이애나는 모든 것이 다 필요없고 오로지 크리스만 있으면 그저 만족한다. 문제는 다이애나는 인간이지만 지구를 지켜야하는 히어로다. 영화에서는 히어로로 살 것인지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살 것인지 선택의 여부가 나온다. 항상 당당하고 느름(?)하고 멋진 다이애나이자 원더우먼인데 점차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잃으면서 힘을 잃는다. 이걸 얼굴로 표현하는데 다소 초췌하게 나오는데 그마저도 괜찮게 보이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보다는 사랑을 눈앞에 둔 원더우먼의 고민.

도대체 왜 지구를 지켜야 하는 영웅은 제대로 된 사랑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혼자서 외로이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은 가능한데 딱 한 명에게만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일까.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영화인데 나는 오히려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연인을 드디어 찾았는데 영화에서 다른 선택이 없다. 자신의 소원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래 힘을 찾아 지구를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는 걸로 나오긴한다. 영웅에게 꼭 그런 시련을 주고 양자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안타까웠다.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원더우먼이라 더 지구를 지키는데 힘을 쏟게 되겠지만. 영화를 보니 그동안 원더우먼은 날아오는 총은 전부 피하거나 막는 것인지 알았는데 피부도 강해서 그랬나보다. 강한 원더우먼도 좋았지만 다소 약해졌던 원더우먼도 이상하게 매력적이었다. 영화 중후반이 살짝 매끄럽지 못했지만 재미있게 본 영화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트럭 밑에서 점프하며 하늘로 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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