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9. 09:06ㆍ영화
그냥 끌렸던 영화였다. 예고편을 봤을 때 뭔가 어딘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고를 잘 못 봐서 살짝 다른 쪽으로 생각했지만 말이다.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았다. 한국에서 미혼모는 여전히 약자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출산율이 그렇게 떨어지면서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사실 아이만 놓고 볼 때 미혼부보다는 미혼모가 훨씬 중요하다. 아이에게 아빠의 존재보다는 엄마의 존재가 거의 절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혼모에 대한 일방적인 질시는 오히려 숨기게 만들고 출산을 억제한다. 억지로 아이를 낙태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볼 때 자신이 의지를 갖고 출산하려는 것에 대한 이런 편견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 미혼모에게도 정부에서 도움을 준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미혼모라도 해도 아이당 일정 금액을 매월 지원한다. 아이에게 아빠가 있는건 여러모로 좋겠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전까지는 엄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미혼모에 대해 사회적으로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변하지 않는 한 출산율 자체도 쉽게 개선되지 않을 듯하다.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문제인데 억지로 하기는 힘들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합의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가능하다. 언제 될련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라 생각된다. 누가 누구에게 가타부타 간섭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정작 <애비규환>은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면서도 살짝 다른 결을 보여주는 영화다.
무엇보다 꽤 심각하고 진지한 영화가 될 수 있지만 작품은 무척이나 경쾌하고 유쾌하며 웃는 장면도 여럿 보여준다. 보는 내내 진지한 자세로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다. 내용 자체는 그렇지 않지만 풀어내는 과정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마도 티켓파워가 아쉬울 뿐이다. 좀 더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가 출연했다면 충분히 흥해에서도 꽤 성공했을 듯하다. 주인공이 크리스탈인 정수정이다. 아무래도 티켓파워를 갖고 있으려면 보통 30대는 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주인공이 이제 경우 21살 정도 된 대학생이라 20대 중후반이 맡을 수 있다. 30대가 맡기에는 이미지 상 너무 힘들다. 출연 배우들은 연기는 전부 좋지만 관객의 시선을 잡는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지만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토일(정수정)과 과외를 하는 남친(영화 소개에 캐릭터 이름이 여주인공말고 안 나온다 - 신재휘)이 서로 눈이 맞아 불꽃을 피운다. 5개월 후 임신을 하게된 토일이 엄마(장혜진)과 아빠(최덕문)에게 고백한다.
이미 5개월 지난 후 알리는 것이라 둘 다 노발대발하지만 일단 화를 참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한다. 역시나 남친에게 가니 남친 엄마(강말금)과 남친아빠(남문철)은 오히려 좋아하고 호의를 갖고 둘에게 잘 해준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남자 부모라 그럴 수도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고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은 분명히 진실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임신과 관련되어 아들과 딸의 부모입장에서는 다르다. 현실적인 문제이면서도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집에 있기가 껄끄러운데 어릴 적 헤어진 친아빠를 찾으려 한다. 엄마와 아빠는 현재 15년 전에 재혼했고 그 이후로 친아빠를 만난 적은 없다. 그저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대구로 내려가 할아버지 집에 머물며 이름만 알고 있으니 이를 근거로 찾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대구 여기저기를 보여주는데 저런 곳이 대구에 있구나..하면서 보게 되었다. 나중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기하고 이상하게 어른보다 아이들의 사투리가 더 찰지고 자연스럽고 정겹다.
우여곡절 끝에 친아빠(이해영)를 찾는데 정작 남친이 사라진다. 이때부터 소동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온 가족이 함께 다니며 여러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여기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낳아준 부모와 길러준 부모. 난 언제나 일관되게 생각한다. 낳아진 부모보다는 길러준 부모가 더 중요하다. 날 낳아준 부모덕분에 내가 세상에 나온 건 맞다. 그 사실을 제외한다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부모가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있으며 추억과 많은 것들을 함께 한다.
이 영화에서는 무엇보다 크리스탈의 연기가 좋다. 다소 까칠하고 도도한 분위기를 갖고 연기를 했다.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에 맞는 역할을 보여줄 뿐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다소 마이너 영화에 출연한 것도 박수 칠만 한다. 꼭 연기자로 보는 바로미터는 아니지만 아이돌 스타였던 크리스탈이 이런 영화에 출연한 것도 훌륭한데 연기도 좋다. 무엇보다 자신을 내려놓고 토일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해 준 점에 아주 높은 점수를 줄 만했다. 더구나 임신한 역할이라 쉽지 않았을텐데.
그 외에도 여러 작품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배우들이 영화에 나온다. 많은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다 주연이나 마찬가지 영화였다. 영화를 보면 어른으로 걱정은 된다. 이제 경우 20살이 된 남녀가 임신을 통해 결혼하는 것은 좋은데 아직 군대도 안 간 상태에서 어떻게 헤쳐나갈련지 말이다. 결혼은 현실이라 금전적인 문제가 어마하게 중요할텐데 말이다. 양가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환경으로 보이긴 해도. 여하튼 영화가 무겁지 않게 편한 마음으로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장면 : 토일이 배드민트 채를 들고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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