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계자

2024. 5. 31. 09:00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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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계자는 전적으로 강동원 배우에게 의지합니다. 여러 배우가 나오지만 결국에는 강동원이 출연했기에 영화가 제작되어 극장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사실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홍콩에서 2009년에 만든 <엑시던트>가 원작입니다. 보통 원작이 있는 작품은 내러티브가 탄탄합니다. 이미 모든 구조가 짜여진 상황에서 새로운 요소까지 도입하며 재미를 배가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설계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가면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허무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렇다할 액션이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치밀한 내러티브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놀라게 만들어야 하는 영화입니다. 마지막에 가서 뒷통수를 치며 속았다라고 한다면 성공이죠. 그런 영화를 기대했다면 아닙니다. 분명히 마지막에 그렇게 하려 했다는 건 느껴집니다. 대실패라 전혀 느끼질 못했던거죠. 영화에서 말하는 건 세상에 대한 음모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음모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무엇이든지 다 말이 됩니다. 얼마든지 설명이 될 수 있고요. 가끔 설명이 안 되고 우연이 아니고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어집니다. 그럴 때 빈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 음모론입니다. 음모론은 빈틈을 완벽하게 채워줍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음모론을 믿게 되고요. 음모론에는 어떤 증거는 없습니다. 그저 그럴 가능성이 크다. 설명 안 되는 지점은 전부 누군가 말하는 억축만으로도 이해하게 만들죠.

설계라는 표현처럼 누군가 어떤 상황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설계한 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해야 합니다. 설계를 하려면 엄청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다양한 상황까지 감안해야 하는 이유죠. 그걸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속은 걸 전혀 모르니까요. 사기 당할 때 모든 게 끝난 후에 깨닫게 되는 것처럼요. 영화에서 영일은 설계하는 대표입니다.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으면 고의가 아닌 걸로 위장해서 살인을 저지릅니다. 자연스럽게 발생한 사고로 둔갑하게 만드는 거죠.

영일 입장에서는 사건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사고죠. 영화 초반에 어떤 기업 사장을 그런 식으로 처리합니다. 모든 준비를 한 상태에서 자기들이 준비한 곳으로 몰아넣습니다. 그곳은 건축 중인 곳이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벽이 무너지는 것도 불행할 뿐 불가능한 건 아닌 상황인거죠. 이런 걸 초반에 보여주면서 얼마나 치밀한 설계를 할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데요. 그 이후에 진행된 모든 사건은 전부 고의라는 게 느껴집니다.

고의가 아니라면 아무리봐도 우연에 의한 사고처럼 보이거나요. 설계를 하는 영일에게 함께 하는 팀이 있는데 자신들보다 상위 설계자로 청소부가 있습니다. 자기들이 구멍가게만 그들은 대기업이라고 칭하죠. 청소부가 자기들을 없애려 한다고요. 왜 그렇게 하려는지에 대한 이유는 나오질 않습니다. 추측하면 경쟁업체를 제거하는 게 아닐까하는 정도고요. 자기 아버지를 죽여달라는 설계를 의뢰받는데요. 오래도록 준비해서 비오는날 감전으로 사망하게 설계합니다.

솔직히 여기서부터 설계가 엉성하게 느껴집니다. 감전되는 설계를 위해 비오는 날로 설정한 건 좋은데 과정이 저는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이때부터 중요한 건 설계를 받는 게 아닌 영일 팀이 위험에 빠지는 겁니다. 자신이 청소부에게 위협받는다고 생각한 영일이 다소 폭주한다고 할까요. 전혀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청소부를 찾아 영일은 주변 인물을 의심하고요. 출연한 배우들의 캐릭터나 연기가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너무 기능적인 역할에 머문다는 생각이 들고요.

여기에 유튜버가 등장하는 건 너무 뜬금없더라고요. 중간부터 등장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라이브 방송하는데요. 그중에서 음모론처럼 말하는 유튜버가 살인사건을 예고합니다. 그가 말하는대로 진행이 되는 데 이걸 또 영일은 믿고 따르게 되고요.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데 아무거나 막 떠드는 유튜버 말을 왜 듣는건지 이해도 안 되고요. 출연한 배우들이 솔직히 다른 배우가 역할을 했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만큼 개성이라는 걸 전혀 영화에서 살려주지 못한 느낌입니다.

배우들이 더구나 정식 출연인지 특별출연인지 애매하더라고요. 느낌상 주연급 배우인데 비중이 작거나. 우정출연같은 분량인데도 꽤 지속적으로 역할이 있고요. 제 생각에 강동원을 제외한다면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동원마저도 솔직히 다른 배우가 했어도 별 차이는 없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데 강동원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게 된 게 아닐까하는 느낌말이죠. 설계라는 판을 잘 짜놓으면 그 자체로 엄청나게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였을텐데요.

막판에 계속 존재만 언급되던 청소부가 나온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설정입니다. 심지어 주인공인 영일마저도 솔직히 내용 전개를 볼 때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제대로 된 게 별로 없이 영화가 끝난 느낌입니다. 이거 자체가 관객에게 설계를 한 것이라고 하면 차라리 낫겠네요. 커다란 걸 기대한 관객에게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설계한 걸로 말이죠. 마지막에 사고를 보여주면서 이런 게 누군가 설계한 사건이다라는 뉘앙스로 끝내는데요. 너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내가 설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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