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은 네덜란드

2023. 10. 17. 09:00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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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칸느에 초청받았다는 영화에 대해 기대하지 않습니다. 칸느 자체가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에 좀 더 치중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칸느에서 기립박수를 친다는 건 대단한 일로 알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어지간한 작품에는 다 기립박수를 치는게 칸느 문화인 듯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칸느라는 걸 전면에 내세운 것 중에 재미있다고 생각한 건 극히 극소수였습니다. 영화를 꼭 재미로 보는 건 아니죠. 영화를 보고나서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울림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건 다른 재미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고 만듭니다. 다 본 후에는 여운이 남고요. 칸느 출품작은 그런 측면에서 봐야겠죠. 칸느에서는 다양한 영화를 선보여야 합니다. 그런 칸느에 초청받았다는 건 나름 인정받았다는 뜻이 되죠. 그것도 공식 초청작이라면 더욱 그렇죠. 칸느 초청작이 흥행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기생충>같은 경우도 있지만 수상을 했으니 화제성까지 더해 흥행했죠. <화란>은 칸느 초청작이라는 걸 마케팅에서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다음으로는 송중기였고요. 정작 송중기가 주인공은 아니라는 게 밝혀졌죠. 제목인 화란은 사람 이름인가 했습니다. 영화를 보노 화란은 네덜란드를 뜻하더군요. 아주 예전에 화란을 그런 뜻으로 썼는데 지금은 쓰는 사람이 없는데 말이죠. 일단 작품성은 인정을 받았으니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받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영화 내용은 다소 심플합니다. 사춘기 소년이 성장하는 내용입니다. 사춘기 소년 성장기가 작품으로 만들 때는 유난한 부분이 아주 많이 들어가죠.

연규(홍사빈)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학교에서 친구 머리를 돌로 내려 칩니다. 그 즉시 부모님이 학교에 와서 사죄하죠. 알고보니 연규 동생인 하얀(비비)을 괴롭힌 복수였습니다. 연규는 동네에서 짜장면 집 배달하며 돈을 벌고 있었죠. 300만 원을 합의금으로 달라고 하는데 돈이 없습니다. 짜장면 집 사장님도 돈이 없다고 합니다. 집에서도 앞 길이 막막합니다. 엄마는 재혼한 상태인데 아빠는 술만 먹으면 인사불성이 되어 폭력을 일삼으며 연규도 맞으며 살았거든요.

우연히 짜장면 집에서 식사를 하던 송중기가 듣습니다. 동네에서 사채업을 하며 오토바이를 훔혀 손 본 후에 판매하는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죠.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송중기가 연규에게 돈을 주면서 쓰라고 합니다. 대신에 절대로 자신에게 오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요. 연규는 그 돈으로 합의금을 마련합니다. 짜장면 집에서는 짤리기까지 합니다. 배달 후 집으로 가던 중 피해 학생이 있던 폭력서클에서 연규를 폭행합니다. 여기에 집에서도 아빠에게 맞으며 상처까지 나고요.

얼굴에 난 상처가 다소 보기 흉측해서 짜장면 사장이 그만 두라고 한 거죠. 갈 곳이 없어진 연규는 송중기에게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일 하는 것 말고는 돈 벌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요. 이때부터 송중기와 연규가 함께 영화 중심축을 이룹니다. 송중기는 이미지가 있어 그런지 몰라도 살짝 어색한 느낌이었습니다. 연기를 못하는 건 결코 아닌데도 말이죠. TV와 달리 영화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작품이 없는 송중기인데요. 이번 작품도 대표작이 되기에는 살짝 부족한 듯합니다.

영화 특징 중 하나는 송중기도 연규도 이 도시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연규는 18살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송중기가 그렇다는 점은 아주 이상한 일이죠. 경기도에 있는 어떤 도시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도시가 크지 않다면 다른 도시나 서울에 한 번은 가 봤을 듯한데 말이죠. 연규는 엄마 아들이고요. 하얀은 아빠 딸입니다. 둘은 서로 피가 섞이지 않은 사이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진짜 친남매처럼 대한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배려따위 없는 친남매말이죠.

이제 18살인 연규는 조직입장에서는 써먹기 좋은 카드입니다. 한 마디로 쓰고 버리기 좋은 카드죠. 아무 것도 모르는데 시키면 말없이 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화란>속 세계에서 긍정적인 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암울한 세계입니다. 어느 누구도 탈출할 틈도 보이지 않습니다. 송중기는 그 세계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본인 표현으로는 시체처럼 살아갑니다. 당장 누가 자신을 죽여도 별 상관없다는 식입니다. 연규는 조직에서 내린 지시를 받지만 배신당합니다.

그 이후 과정은 솔직히 공감되지 않더군요. 송중기 눈치보며 손톱을 빼 버리기도 하고요. 모든 걸 끝내겠다고 자신 손을 절단하는 시도까지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폭주하며 송중기를 죽이려 합니다. 이런 과정이 별로 공감되지 못하고 영화 결말을 위한 내용처럼 느껴졌습니다. 연규가 송중기에게 형이라고 부르지만 관계는 부자지간이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조직에서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 송중기가 연규에게 알려줍니다.

이런 내용은 지금까지 아빠가 없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연규에게 도움이 됩니다. 아빠가 딱히 뭔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우는게 아들이니까요. 보통 정신학쪽에선 아들은 아버지를 죽여야 성장한다는 식으로 묘사하기도 하죠.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영화 마지막을 억지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적 장치지만 마지막에 연규가 오토바이를 타고 드디어 도시를 떠나면서 끝나는 것도 좀 무리라고 느꼈고요. 전 너무 작품성으로 승부하려고 했던 영화가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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