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 09:00ㆍ영화
영화 <거미집>은 개봉 하기 전 두 가지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칸에 초청받아 갔다는 점이죠. 칸에 초청받은 건 훌륭한 일이지만 재미라는 측면은 좀 다르긴 하죠. 다음으로 김기영 감독 유족이 금지 가처분을 하려 했습니다.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면서요. 이 부분은 결국 제작사와 원만히 해결해서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인 김지운은 <반칙왕>으로 송강호와 함께 찾아왔죠. 아직까지 송강호가 주연배우를 한다는 점에 있어 기대보다 우려가 많을 때였습니다.
재기발랄하고 코믹한 상황이 영화 속 현실과 대비되어 흥행과 작품성을 다 잡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 김지운 감독은 여러 작품을 흥행에 성공시키고 작품성도 계속 인정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으면 과거와 다른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김지운 감독은 헐리우드에서 액션 영화도 찍었습니다 애플과 함께 드라마도 만들었고요. 한국에서 <밀정>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인랑>으로는 실패했죠. 일본 애니메이션이라 실패한 측면도 있다고 했죠.
제가 볼 때는 <인랑>이 실패한 건 재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연한 배우도 엄청나게 훌륭했거든요. 김지운 감독이 영화를 만든다면 함께 하고 싶은 배우가 많을 겁니다. 이번 <거미집>도 송강호를 필두로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까지 많은 배우가 출연합니다. 올 여름 한국 영화는 신기하게도 70년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추가로 70년대 가요까지도 함께요. <거미집>도 배경이 70년대 초반이니 당시 노래가 제법 나와 새로운 사운드로 들려줘서 좋았습니다.
영화는 딱 이틀동안 걸작을 만들겠다는 김감독(송강호) 열망과 집념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지금까지 평론가에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흥행을 성공했으니 계속 감독을 할 수 있었겠죠. 만드는 영화가 치정이라는 비평에 분개하죠. 아마도 전설이 된 신감독 조감독 출신인데 왜 못 만드냐는 비아냥과 함께요. 그 말을 듣고 김감독은 영화 후반부를 다시 찍을 결심을 합니다. 후반부를 위해 전반부도 다시 찍고요. 영화볼 때 거의 대다수 새롭게 찍은 듯도 하고요.
주요 배역과 엑스트라 뿐만 아니라 모든 제작 관련자들을 전부 부릅니다. 당연히 제작사는 반대하고 당시 시대 상황을 볼 때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건 찍으면 안 됩니다. 시나리오부터 사전 검열하며 문제 될 부분은 삭제되거나 찍지 못합니다. 김감독은 제작사의 미도(전여빈) 도움으로 일단 찍게 됩니다. 제작사 창업주 딸이라 실질적으로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었으니까요. 더구나 김감독에 대한 존경심까지 있는데 걸작을 만들겠다니 무조건 도와주려고 합니다.
이때부터 대소동이 벌어집니다. 헐리우드는 전성기였던 20년과 30년대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워낙 관련자료도 많을테고요. 한국은 과거 충무로라는 시스템이 있었죠. 아쉽게도 한국은 충무로와 그 이전 시기에 대한 영화가 없습니다. <거미집>은 덕분에 과거 한국이 어떤 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에 들을 수 있는 특유의 대사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상에서 하는 대화 톤과 영화 찍을 때 대사 톤을 배우들이 달리합니다.
감독이 새롭게 쓴 시나리오는 당시 시대에는 너무 앞서갔다고 할까요. 대본을 받은 배우를 포함한 모두가 이해를 못합니다. 감독 자신은 이렇게 찍으면 걸작이 나올 것이라 기대에 차있지만요. 다소 당시와 동떨어진 여성이 주체적 결정을 하는 부분 아닐까합니다. 갑자기 모였지만 이틀이 아닌 하루라고 속이고 불러들였습니다.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문을 잠그고 전화도 끊어버리고요. 이를 검사하러 온 조사관도 술 먹여 인사불성을 만든 후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묶어 놓고요.
이 모든 일을 미도가 감독을 믿고 해 버립니다. 전여빈이 연기했는데 다소 왈가닥이고 여배우를 뺨까지 때리면서 적극적으로 제작에 임하는 캐릭터입니다. 남주인공인 강호세(오정세)와 이민자(임수정)은 극에서 부부입니다. 여기에 함께 출연 중인 한유림(정수정)은 강호세와 사귈 뿐만 아니라 임신까지 한 걸로 나옵니다. 타이틀 롤은 임수정이 앞에 나오지만 실질적인 여주인공은 정수정에 더 가깝지 않나 합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기는 대소동 원인이 대부분 한유림에게서 나오거든요.
임수정은 영화 속 영화 연기는 70년 대 톤으로 맛깔나게 하는데요. 그 외는 거의 따로 연기를 하는 건 없습니다. 이 부분은 송강호, 전여빈, 정수정이 거의 활약합니다. 무조건 이틀 안에 영화는 전부 찍어야 하고 외부에서 방해하는 인물은 제압해야 하고요. 거기에 또 오정세와 임수정이 벌이는 소동은 영화 제작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제작에 전여빈은 완전히 감정이입해서 다른 건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김감독은 어떻게 하든 영화 완성을 위해 중심 못잡고 우왕좌왕하고요.
<거미집>은 우디알렌이 만든 영화와 비슷한 점이 느껴지더라고요. 거대한 스케일보다는 다소 소품같은 형식과 많은 대사로 티카타카를 보여주는 거 말이죠. 영화에서도 모든 장소가 전부 세트장에서 이뤄집니다. 마지막에 원컷으로 찍는 과정은 영화 하이라이트입니다. 이런 식으로 찍는구나라고 알려주죠. 굳이 이걸 다 찍은 흑백으로 결말까지 보여줍니다. 김감독이 걸작을 만들었다니는 식으로 기립박수를 받으며 영화는 끝나고요. 막판 그 장면이 재미있더라고요.
대신에 저는 힘을 좀 빼고 만들었으면 어떨까했습니다. 너무 힘을 주고 찍으니 재미가 좀 덜했습니다. 그 안에서 재미를 찾는 분도 있겠지만요. 좀 더 가볍고 웃게 만드는 소동이면 어땠을까말이죠. 전체적으로 좀 심각하게 진행되었는데 내용은 전혀 안 그렇거든요. 걸작을 만들겠다는 김감독 노력을 알겠지만요. 블랙코미디처럼 전개되긴 하는데요. 딱봐도 작품성에 치중하며 너무 무게를 잡은 게 아닌가싶더라고요. 걸작을 찍겠다는 김감독이 바로 김지운 감독아니었을까 하네요.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가볍게 찍었다면 좋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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