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 보이는게 다는 아니다

영화보며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출발 자체가 신기한 볼꺼리로 시작했으니까요.

영화는 여전히 그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몇몇 영화는 작품이라는 명성도 얻었습니다.

위대한 문학작품이라는 표현처럼 인간과 사회와 인류에 대한 감독의 탐구가 담겨있는거죠.


이런 영화를 보면 집중하며 재미있게 보는 건 아닙니다.

솔직히 보다보면 다소 느린 전개로 인해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듭니다.

고전이라 불리는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요.

<애프터썬>역시나 그런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영화 설명을 보니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친절하지 않으니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걸 잘 몰랐습니다.

소피는 아빠인 캘럼과 튀르키예에 둘이서 여행을 갑니다.

왜 둘이서 가는지 몰랐는데 마지막에 엄마에게 안부 전하라는 말에 이해를 했죠.


초반을 집중 안해 그런지 영화는 소피가 성인이 되어 캠코더를 다시 보는 내용입니다.

아빠랑 갔던 튀르키예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서 기억을 떠올리는거죠.

한국처럼 다소 떠들썩하고 쉬지않고 관광을 하는 여행이 아닌 휴양입니다.

한 장소에서 머물며 힘들었던 일상을 정리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말이죠.


캘럼과 소피도 특별한 곳을 가는 건 없고 대부분 휴양지에서 머물고 지냅니다.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왔겠지만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고요.

돈을 마음 것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딸과 함께 보내기 위해 아빠는 온거죠.

소피는 아마도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되지 않을까하는 나이입니다.

성인도 겉으로 볼 때는 상대방이 어떤 속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는 잘 모릅니다.

무척이나 유쾌하고 웃고 있지만 알고보면 속으로 현재 힘든 상황인 경우도 많습니다.

어린 소피 눈에는 그저 아빠랑 함께 이곳에 와서 놀고 가면 되는 거죠.

그 이상은 생각도 할 수 없겠지만 성인이 된 소피는 그 이면을 느끼게 된 듯합니다.


아빠가 늘 웃고 떠든 건 아니고 문득 어딘지 무척이나 우울한 감정도 있었다고 느낀거죠.

소피는 침대에 누워 우울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아빠 감정에 이입된 거 아닐까요?

캠코더를 통한 아빠는 찍는 사람이 소피니 웃고 있거나 찍는 걸 아니 밝은 표정으로 있습니다.


캠코더를 찍지 않을 때 아빠는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아마도 파티장에서 조명이 비추는 곳에서 아빠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춤을 춘다는 건 흔들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절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상상 영역이겠지만 아빠가 혼자 있을 때 큰 소리로 우는 모습이 나옵니다.


캠코더로 보는 아빠를 추억하는 것이니 그런 모습을 소피가 본 적은 없을 겁니다.

솔직히 중간에 캘럼이 바다에 빠져 자살하는 것과 같은 묘사를 하면서 관객을 속이기도 합니다.

들어간 후 오래도록 나오지 않는 모습으로 화면이 전환된 후 소피가 문이 잠겨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답답한 마음에 그랬는지, 진짜로 그런 마음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방에 누워 자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순간에 영국에서 튀르키예로 왔는데 소피만 남겨둘 수는 없었겠죠.

소피는 휴양지에서 또래 친구도 사귀고 첫 키스도 하고, 언니, 오빠들과 즐거운 시간도 갖습니다.

여기서 사귀는 모습을 보며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간의 사귀는 모습까지도요.

성인이 된 소피는 이성이 아닌 동성과 동거를 하는 듯하고요.


아마도 소피에게는 즐거운 추억만 남긴 좋은 여행으로 평생 간직했을 겁니다.

현재 아빠는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으나 소피가 상상한 이유가 현재와 연결되겠죠.

영화를 볼 때보다는 소피처럼 다시 회상하며 쓰려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캘럼은 소피가 상상하던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과거는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