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 09:00ㆍ영화
영화 제목인 <리멤버>는 기억이라는 단어다. 영화는 외국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영화를 봤을 때 워낙 한국 상황에 충실해서 리메이크라는 걸 전혀 못 느낄 정도였다. 리메이크라고 하여 찾아보니 원작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나치가 나온다. 그걸 보니 '아하'하고 이해가 되었다. 영화는 한국 상황에 맞게 일제시대 청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제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논쟁이다. 여전히 논란이 된다는 점이 참 신기하지만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워낙 근대사라 오히려 더 확실한 사료가 있을텐데도 그렇다. 물론 대부분 일제시대에 동의는 한다. 그 이후에 펼쳐진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결이 다르다. 최근 들어서는 일제시대에 대한 평가도 다르게 말한다. 식민사관이라 하는데 이에 동조하는 사람도 꽤 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듯하다. 모든 걸 제외하고 오로지 이성적으로 경제적으로 말하긴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같다.
불행히도 당시에 살았던 사람은 한 두명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역사에 대해 정확히 단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넘어가는 듯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 아직도 여전히 작품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영화가 바로 <리멤버>다. 한필주(이성민)는 프랜차이즈 식당 알바를 하고 있다. 몇 십년동안 근속으로 신문에도 나올 정도다.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대략 80세 정도 전후가 아닐까한다. 찾아보니 81세다. 그곳에서 지금은 서빙이나 설겆이도 한다.
마지막 날에 크리스마스라 산타할아버지 복장을 하고 축하 공연을 한다. 함께 근무하는 박인규(남주혁)는 한필주와 단짝으로 정겹게 지낸다. 한필주는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바로 그 날 아내가 사망한다. 사람들이 위로를 하지만 한필주는 각오를 다진다. 모든 장례가 끝난 후 한필주는 집 뒷산에서 한 자루 총을 꺼내든다. 다음 날 한필주는 박인규에게 부탁을 한다. 포르쉐 차를 운전해달라고. 매니저에게 이야기해서 일주일만 휴가를 내게 할테니 함께 하자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함께 해야 하는데 면허가 없어 포르쉐 차를 운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한필주는 사실 치매가 오고 있는 중이다. 기억이 가끔 가물가물하고 어떤 질병에도 현재 걸린 듯하다. 박인규는 포르쉐를 운전한다는 기쁨에 승낙한다. 인규가 알바를 하는 이유는 아버지가 산재사고를 당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아빠 병원비 등을 위해 사채까지 쓴 상태였다. 돈이 아쉬운 상황에 필주가 자신을 도와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돈은 필요없다며 전 재산으로 갖고 있는 현금을 주면서 빚을 갚으라고 한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 둘의 협력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한필주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준다. 인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얼떨결에 필주는 쫓아다녔다. 나중에 무엇을 하게 되었는지 알고 힘들어한다. 영화 내용은 이렇게 진행된다. 한필주는 자신의 손가락에 한자를 쓴다. 자신이 혹시나 치매가 심해져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손가락에 문신처럼 했다.
총 5명의 이름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필주가 만나야 할 사람들이었다. 영화는 교차편짐으로 현재를 보여주면서 필주에게 과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준다. 필주가 만나는 사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부 아픈 역사에 대한 기록이었다. 초반에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중반부터 사실을 알게된 사람이 준비하고 경찰도 끼어든다. 정체가 밝혀지면서 더 긴박한 순간이 이어진다. 시종일관 진지한 영화는 중간 의외의 유머코드를 넣어 웃게 만들긴 한다.
이성민과 남주혁의 캐미가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성민은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 의지를 갖고 회한을 보여주는 모습이 잘 그려진다. 남주혁은 아직은 원탑으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은 부족하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정도가 딱 좋았고 아주 잘 맞았다. 다소 순딩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 대해 포기하지는 인물을 잘 그려냈다. 이성민은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적으로 자신의 치매가 좀 더 심해지면서 서서히 무너지지만 포기하지 않는 인물을 잘 연기했다.
뒷부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박형근이 연기했다. 그는 자기 입으로 왜 그랬는지 이야기한다. 내 생각에는 분명히 그런 신념일수도 있고, 최면일수도 있는 개념으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본다. 무조건 나쁜 놈이 아니다. 영화 속 대사에도 '나쁜 짓을 한 것이지 나쁜 놈은 아니다'라고 필주에게 인규가 외친다. 내용이 꽤 흡인력있게 만든다. 한국 사람에게는 좀 더 심각하다면 심각한 표정으로 보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조용히 말없이 극장을 빠져나왔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쿠키는 1개) (1) | 2022.11.10 |
---|---|
20세기 소녀 - 21세기에 만나 (0) | 2022.11.06 |
자백 - 자발적 고백 (0) | 2022.10.30 |
블랙 아웃 - 사라진 기억 (0) | 2022.10.23 |
블랙 아담 - 드웨인 존슨 (0) | 2022.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