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의 이야기 - 기다림

2021. 5. 5. 09:31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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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이미 서정적인 내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되는 영화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제목이라 노래 제목도 떠올리고 로맨스라는 것도 느껴진다. 다소 발랄한 로맨스 드라마보다는 서정적인 로맨스가 이상하게 영화로 많이 나온다. 다른 동아시아는 풋풋하고 발랄한 로맨스가 많이 나오는데 한국은 서정적인 로맨스가 많이 나온다. 특히나 레트로라고 하여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당시의 느낌과 정서를 함께 전달하는 영화가 많이 개봉되는 느낌이다.

한국이 에전보다는 활력이 줄어들어 그런 것인지 레트로 유행이 있어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감독이 자신의 정서에 따라 영화를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지금보다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도 한다. 나이를 먹었으니 지금보다는 좀 더 감수성이 풍부했던 과거로 돌아가야 훨씬 다채로운 내용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이유는 아마도 스마트폰의 유무가 아닐까한다. 스마트폰이 있는 시대와 없는 시대는 연애를 하는 것도 확실히 다르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될 수가 없다.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안 갖고 있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 카카오 톡이 있으니 통화를 하지 않아도 톡으로 어지간한 이야기는 다 하는 시대다. 그만큼 뭔가 정서적으로 아련하고 기다리는 느낌이 적다. 약속을 서로 잡아도 쉽게 만나지 못했던 과거에는 연결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누구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 말을 건네고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는 때였다. 그에 반해 지금은 거의 즉각적으로 모든 게 이뤄진다.

상대방에게 톡을 보낸 후 응답이 없으면 기다리는 정도다. 그 기다림이 과거에 비해서는 엄청 짧다. 그만큼 뭔가 정서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있어 현대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런 정서를 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한다. 영화의 배경은 2011년인데 8년전 이야기와 함께 교차로 보여준다. 딱히 시대에 따른 느낌을 달리주지는 않는다. 영호(강하늘)은 삼수생이다. 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우연히 수진(강소라)를 만나 서로 함께 놀기도 한다.

영호는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던 소연에게 편지를 보낸다. 초등학생 때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다 넘어졌을 때 자신에게 친절히 대하고 피가 난 곳에 닦으라고 자신의 하얀 손수건을 준다. 감정을 품고 있었지만 전학을 가고 만다. 편지를 받은 소연은 현재 병으로 투병중이다.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소연의 동생인 소희(천우희)가 이 사실을 알고 소연을 대신해서 편지를 보낸다. 언니가 이로인해 좀 더 상태가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둘은 서로 지속적으로 편지를 보내는데 손편지다. 당시에도 핸드폰은 있었지만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 더구나 서로 상대방의 주소를 알아냈지만 자신의 번호를 알려준 영호와 달리 소희는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없어 손편지만 계속 보낸다. 길지 않게 담백하고 짧게 어떻게 지내는지 영화에게 편지를 보낸다. 둘은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방이 궁금해진다. 영호는 그런 소연이 보고 싶고, 소희는 그런 영호에게 제대로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시도도 한다.

서로 상대방의 주소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만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그곳을 느끼고 올 뿐이다. 이런 내용은 그 당시에는 통용되던 정서라고 할지도 모르겠는제 지금도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도 내가 볼 때는 좀 아닌 듯하다. 만나자는 영호의 제안에 소희는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만나자는 편지를 보낸다. 12월 31일은 소희가 태어난 날이고 한 겨울에 비가 올 확률은 거의 없으니 내린 결정이었다. 영호는 학원에서도 만난 수진과도 친하게 지내는데 영호와 달리 수진은 영호에게 마음이 있다.

영화는 마지막에 반전도 있다. 어떻게 보면 반전에 또 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화는 좀 드물다고 할 수 있는데 영호와 소희가 만나는 씬이 전혀 없다. 각자 자신의 삶과 생활 테두리에서만 활동한다. 꼭 무슨 현대와 과거의 사람이 서로 생활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엄마가 운영하는 중고서점을 도와주는 소희와 삼수하다 결국에는 때려치고 자신의 일을 하게 된 영호. 영화는 딱히 이렇다 할 극적인 일도 없도 긴장감 넘치는 일도 전혀 없이 아주 평범하고 무난하게 이뤄진다.

지루하다고 하면 지루할 수 있지만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서로 그리워한다고 하는 것도 다소 그렇다. 영호와 달리 소희에게 그런 감정이 있었냐는 부분에 있어 영화를 볼 때 그런 게 느껴지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다소 찌질한 영호가 덕분에 꿈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영화에서 영호가 우산을 만드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딱 나 혼자만 갖고 있는 우산이라 나도 그런 우산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는 비가 많이 오면 안 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되면 우산을 잃어버리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비는 항상 오면 안 되고 가끔 와야 한다. 영화에서 수진이 자신과 그 친구가 다른 점이 뭐냐고 물으니 '넌 별이고 그 친구는 비'라고 한다. 사실 비보다는 별이 더 좋은게 아닐까도 싶은데. 빛나는 별이라 오히려 영호는 부담스럽다는 말도 한다. 영화는 잔잔하고 딱히 감정적인 부분도 없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 고요하게 뭔가 남는 느낌은 있다. 기다림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그처럼 우리는 이제 너무 기다림을 못하는 거 아닐까.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감수성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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