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0. 14:59ㆍ드라마

창고 속에 갇혀 있던 비운의 드라마, 드디어 세상 밖으로 티빙(TVING)에서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 <빌런즈>가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는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꽤나 험난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2022년에 이미 모든 촬영을 마쳤고, 당초 2023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었던 기대작이었죠. 하지만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고, 드라마는 기약 없이 창고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보통 주연 배우가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 작품 자체가 폐기되거나 재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촬영이 완료된 상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연말 시즌을 맞아 티빙은 조심스럽게 봉인을 해제했습니다.

곽도원의 복귀 선언, 그리고 드라마 공개의 미묘한 타이밍 공교롭게도 드라마 공개 시점에 맞춰 곽도원 역시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자숙의 시간을 갖던 그가 소속사를 통해 활동 재개 의지를 밝힌 것이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빌런즈>의 공개 일정에 맞춘 전략적인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지만, 배우 본인에게나 제작진에게나 이 드라마는 더 이상 묵혀둘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이었을 겁니다. 드라마 속에서 곽도원은 자신의 장기인 비리 형사 역을 맡았는데, 현실의 논란과 맞물려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어쨌든 이 작품은 곽도원이 다시 대중 앞에 서게 된, 좋든 싫든 그에게는 중요한 발판이 된 셈입니다.

초정밀 위조지폐 '슈퍼노트', 욕망을 찍어내는 기계 드라마의 핵심 소재는 바로 '슈퍼노트'라 불리는 초정밀 위조지폐입니다. 위조지폐라고 하면 단순히 복사기로 찍어내는 수준을 생각하기 쉽지만, 슈퍼노트는 전문가조차 감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달러 위폐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을 의미합니다. 원화 역시 위조 방지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 위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드라마는 "만약 완벽한 기술자가 존재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돈은 곧 권력이자 생존 수단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임이 틀림없습니다.

위조 기술자 한수현, 평범함을 벗어던진 이민정의 변신 배우 이민정이 연기한 '한수현'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신을 보여줍니다. 평소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장르에서 보여주었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이번에는 천재적인 위조 기술을 가진 범죄자로 분했습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소소하게 위조 기술을 사용하며 살아가지만, 거물급 설계자 '제이(J)'를 만나면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자신의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인 양철진(정인기 분)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더 큰 한탕을 위해 제이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죠. 섬세한 손기술로 위조지폐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예술가와 범죄자의 경계를 오가며 묘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설계자 제이의 배신, 잔혹한 범죄의 서막 유지태가 연기한 '제이'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범죄 설계자입니다. 그는 한수현의 기술이 필요해 접근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잔혹한 본성을 드러냅니다. 한수현과 양철진이 열심히 작업한 위조지폐 공장을 불태워버리고, 그 과정에서 양철진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배신을 저지르죠. "큰 판을 벌여 한 몫 챙기자"던 달콤한 제안은 지옥으로 가는 초대장이었습니다. 유지태 특유의 냉철하고 지적인 이미지가 악역과 만나 시너지를 내며, 감정 없는 사이코패스 같은 제이의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이 배신 사건은 한수현이 복수심을 품고 흑화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국정원 요원 차기태, 쫓고 쫓기는 추격전 범죄가 있는 곳에 이를 쫓는 자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이범수가 연기한 '차기태'는 국가정보원 금융범죄팀장으로, 제이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과거 위조지폐 공장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제이를 놓친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게 제이 검거는 단순한 임무를 넘어선 집착에 가깝습니다. 이범수는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어딘가 독기가 서린 연기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습니다. 법과 정의의 편에 서 있지만,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 같은 그의 눈빛은 또 다른 형태의 광기를 보여줍니다.

비리 형사 장중혁, 편집으로 축소된 곽도원의 비중 곽도원이 연기한 '장중혁'은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비리 형사입니다. 그는 정의 구현보다는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데 더 관심이 많은, 현실적이고 탐욕스러운 캐릭터입니다. 사실 곽도원은 이런 류의 연기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음주운전 논란 탓인지, 1~2회에서 그의 비중은 주연치고는 상당히 적게 느껴졌습니다. 포스터나 예고편 마케팅에서도 그의 얼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역력했고, 본편에서도 편집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듯합니다. 흐름상 필요한 장면 외에는 덜어낸 느낌이라, 캐릭터의 서사가 다소 투박하게 연결되는 부작용도 감지되었습니다.

5년 후 다시 떠오른 슈퍼노트, 다시 모이는 '빌런'들 드라마는 과거의 배신 사건 이후 5년이 흐른 2023년을 조명합니다. 한수현은 절망 속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세상에 다시 슈퍼노트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각성합니다. 죽은 줄 알았던, 혹은 잠적했던 제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이는 보란 듯이 위조지폐를 유통하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심지어 위조지폐를 입에 문 시신을 이용해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이에 한수현은 과거 자신을 쫓았던 국정원 요원 차기태에게 제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위험한 공조를 시작하려 합니다. 각자의 목적을 가진 '빌런'들이 슈퍼노트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시 집결하는 과정이 2회까지의 주된 내용입니다.

돈에 미친 자들의 전쟁, 짧은 러닝타임의 아쉬움과 기대 총 8부작으로 기획된 <빌런즈>는 1회 45분, 2회 35분이라는 다소 파격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아마도 논란이 된 곽도원의 분량을 대거 들어내면서 발생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급하거나 뚝뚝 끊기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 앞에서는 누구나 악당이 될 수 있다"는 주제 의식만큼은 선명합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오직 욕망과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라는 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비록 시작은 삐걱거렸지만, 배우들의 연기 내공과 범죄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이 남은 회차에서 어떻게 폭발할지,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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