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설렘과 현실의 무게, 박서준의 로코 귀환 '경도를 기다리며'

2025. 12. 12. 14:4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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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 킹' 박서준, 드디어 TV 드라마로 돌아오다 JTBC의 새로운 주말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이라 불리는 배우 박서준이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복귀했다는 점입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직전작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경성 크리처>였죠. 대작이고 장르물이었던 만큼, 우리가 박서준에게 기대했던 말랑말랑한 감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습니다. 팬들은 그가 브라운관을 통해 매주 시청자들과 호흡하는 로맨스물을 간절히 기다려왔는데, 이번 작품이 그 갈증을 해소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OTT가 아닌 정규 방송 드라마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진중함을 오가는 연기가 주말 밤을 책임질 준비를 마친 듯합니다.

20대의 풋풋함과 30대의 노련함, 교차되는 시간의 매력 박서준은 그동안 수많은 로맨스 장르를 섭렵해 왔지만, 이번 '경도를 기다리며'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을 넘어, 20대의 순수했던 시절과 현실에 찌든 30대의 모습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며 입체적인 서사를 쌓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로맨스 드라마가 현재 시점에 집중하거나 과거를 짧은 회상으로 처리하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는 두 시점의 비중을 균형 있게 다루며 캐릭터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밀도 있게 보여줍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저렇게 예뻤던 커플이 도대체 왜 헤어졌을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드라마에 몰입하게 됩니다. 풋풋했던 청춘의 한 페이지와 다시 만난 어른들의 로맨스가 공존한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나이 차이 논란? 연기력으로 증명한 '케미' 사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캐스팅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존재했습니다. 남자 주인공 박서준(88년생)과 여자 주인공 원지안(99년생)의 실제 나이 차이가 10살 이상 나기 때문입니다. 극 중에서는 동갑내기 대학생 혹은 또래로 등장해야 하는데, 과연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화두였습니다. 하지만 1, 2회를 시청한 후 이러한 논란은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서준은 특유의 소년미를 발산하며 대학 새내기 이경도 역을 이질감 없이 소화해 냈고, 원지안 역시 성숙하면서도 당찬 연기로 서지우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했습니다. 물리적인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캐릭터 그 자체로 녹아든 두 배우의 연기 합은 예상보다 훨씬 훌륭했습니다. 오히려 신선한 조합이 주는 시너지가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뽀샤시한 필터 속 20대, 그리고 선명한 현실의 30대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20대와 30대를 구분 짓는 장치가 흥미롭습니다. 대학 시절을 그리는 회상 장면에서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뽀얗고 몽환적인 필터를 사용하여, 마치 기억 속에서 미화된 추억처럼 표현했습니다. 이는 배우들의 나이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정해 주는 효과와 더불어, 그 시절이 얼마나 꿈같고 아름다웠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면, 30대가 된 현재 시점은 채도가 낮고 선명한 화질로 연출하여 냉혹한 현실 세계를 대변합니다. 이러한 시각적 대비는 시청자들이 두 시점을 혼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만드는 영리한 연출입니다. 특히 20살 새내기로 분한 박서준의 덮은 머리와 풋풋한 스타일링은 팬들에게 '박서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죠.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제목, 그 속에 숨겨진 뜻 드라마의 제목 '경도를 기다리며'를 보자마자 사무엘 베케트의 유명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오른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작가는 이를 숨기지 않고 전면에 내세웁니다. 실제로 극 중 두 주인공이 활동하는 대학 연극반에서 올리는 작품이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입니다. 원작 희곡에서는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인간의 부조리를 다루지만, 드라마는 이를 비틀어 '경도(박서준)'를 기다리는 '지우(원지안)'의 이야기로 치환합니다. 끝내 만나지 못하는 연극 속 주인공들과 달리, 드라마 속 경도와 지우는 10년의 세월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과연 지우가 기다린 '경도'는 단순한 첫사랑일까요, 아니면 그녀의 삶을 구원해 줄 어떤 존재일까요? 중의적인 제목이 주는 묵직한 울림이 있습니다.

운명 같은 우연, 연극반에서의 첫 만남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대학 시절의 에피소드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다른 학교 학생이었던 지우가 경도의 학교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연극반 신입 모집 현장에 휘말리게 되는 설정은 다소 뻔하지만 그래서 더 설렙니다. 착각과 오해로 인해 얼떨결에 연극반에 가입하게 된 경도, 그리고 그런 경도를 보기 위해 매일같이 남의 학교 동아리방을 드나드는 지우. 사실 경도가 억울하게 끌려간 척했지만, 내심 첫눈에 지우에게 반해 있었음이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지우와 쑥스러워하면서도 그녀를 밀어내지 못하는 경도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듭니다.

재벌 2세와 평범한 학생, 클리셰를 넘어서는 매력 서지우라는 캐릭터는 비밀을 품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그저 활달하고 예쁜 여대생 같지만, 사실은 굴지의 대기업 '자림어패럴'의 차녀라는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죠. 보통의 드라마라면 신분을 숨긴 재벌 2세가 가난한 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는 전개를 따를 것입니다. 이 드라마 역시 그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20대의 그들이 보낸 시간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야 했던 지우에게, 경도와 함께한 시간은 유일한 일탈이자 숨구멍이었을 것입니다. 타의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이별 과정이 앞으로 어떻게 풀려나갈지, 그 아픈 서사가 드라마의 감정선을 더욱 깊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후의 재회, 기자와 셀럽으로 마주하다 30대가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위치는 묘하게 바뀌어 있습니다. 꿈 많던 문학 청년 경도는 현실과 타협하며 신문사 연예부 차장이 되었고, 지우는 대기업의 딸이자 유명 셀럽으로 화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기자가 된 첫사랑과 기사의 대상이 된 셀럽.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잔인한 재회입니다. 특히 경도가 작성한 기사가 나비효과처럼 번져 지우의 삶을 뒤흔들게 되는 설정은 극적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다시 만난 지우가 경도에게 대뜸 "나 이혼할 거야. 이걸 네가 특종으로 터트려"라고 제안하는 장면은 그녀가 여전히 예측불허의 캐릭터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를 단칼에 거절하는 경도의 모습에서, 기자의 특종 욕심보다 옛 연인에 대한 예의와 걱정이 앞서는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스캔들, 기억상실, 그리고 비즈니스... 휘몰아치는 전개 경도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결국 타 언론사를 통해 두 사람의 만남이 스캔들처럼 보도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여기에 자림어패럴의 후계자이자 지우의 언니인 서지연(이엘 분)이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경영 일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한 지우는 자신을 도와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한번 경도를 찾습니다. 단순히 로맨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재벌가의 경영권 다툼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관계가 얽히며 흥미를 더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이엘이 기억상실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연기할지도 관전 포인트이며, 이 혼란스러운 소용돌이 속에서 경도와 지우가 어떻게 다시 사랑을 확인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시청률 상승세, 12부작의 빠른 호흡을 기대해 '경도를 기다리며'는 총 12부작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에 맞춰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를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실제로 1회에서 캐릭터와 배경을 설명하고 2회에서 곧바로 재회와 사건이 터지는 속도감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덕분에 1회보다 2회 시청률이 상승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정통 로코의 문법에 미스터리와 오피스물의 재미까지 가미된 이 드라마, 박서준의 로맨스를 기다려온 분들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작품입니다. 과연 경도는 지우를, 지우는 경도를 끝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까요? 이번 주말, 그들의 기다림에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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