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쳤으면 후회할 뻔! 정경호 주연의 법정 활극 '프로보노

2025. 12. 9. 14:53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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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 낯선 제목 뒤에 숨겨진 통쾌한 반전 처음 드라마 제목을 접했을 때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프로보노(Pro Bono)'라니, 법조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단어였기 때문입니다. 예고편을 보면 분명 정경호 배우가 나오는 세련된 법정 드라마 같은데, 제목이 주는 뉘앙스는 마치 다큐멘터리나 교양 프로그램 같았거든요. 판사 출신의 주인공이 변호사가 되어 활약한다는 설정은 흔해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드라마, 예사롭지 않습니다.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라틴어 약어에서 따온 제목처럼, 이 작품은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로펌 세계에서 오직 '공익'을 위해 싸우는 별동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목의 진입 장벽만 넘으면, 그 어떤 법정물보다 짜릿한 도파민을 선사하는 작품임을 2회 만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판사 출신 작가 문유석의 필력, 우려를 기대로 바꾸다 사실 방영 전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드라마의 집필을 맡은 문유석 작가는 실제 부장판사 출신으로, 베스트셀러 <개인주의자 선언>과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필력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판사직을 내려놓고 전업 작가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죠. 하지만 전작인 <악마 판사>가 다소 만화적이고 과한 설정으로 호불호가 갈렸었고,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비질란테>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판사가 쓴 법정물'이라는 타이틀이 이제는 신선함보다 '자기복제'나 '계몽적인 메시지 주입'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보노'는 작가 특유의 리얼리티에 대중적인 재미를 아주 영리하게 섞어내며 제 예상을 기분 좋게 배신했습니다.

다소 투박했던 1회의 오프닝,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전개 솔직히 1회 초반부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강다윗(정경호 분)이 함정에 빠지는 설정 때문이었는데요. 잘나가던 판사의 차 트렁크에 갑자기 현금 10억 원이 발견되고, 이로 인해 옷을 벗게 된다는 전개는 너무 급작스럽고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전직 판사가 쓴 대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건의 빌드업이 허술해 보였거든요. 하지만 이 다소 억지스러운 오프닝은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기 위한 아주 빠른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드라마는 이 과정을 지루하게 끌지 않고 속전속결로 처리한 뒤, 강다윗이 법원이라는 '성'에서 쫓겨나 야생과도 같은 '로펌'으로 던져지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1회의 투박함을 견디면 2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대법관을 꿈꾸던 엘리트 판사, 공익 변호사가 되다 배우 정경호가 연기하는 강다윗은 우리가 흔히 보던 '정의로운 캔디형 변호사'가 아닙니다. 그는 대법관을 꿈꾸며 조직 생활에도 능하고, 적당히 속물적이면서도 실력은 확실한 엘리트 판사였습니다. 그런 그가 누명으로 인해 불명예 퇴진을 하고, 1년간 변호사 개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변호사법 위반 등)에 처하게 됩니다. 이때 대형 로펌 '오앤파트너스'가 그에게 손을 내밉니다. 바로 '공익 전담 센터'의 센터장 자리죠. 강다윗은 1년 동안 로펌의 이미지 세탁용 공익 활동을 맡아주는 대신, 1년 후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약속받는 '거래'를 합니다. 순수한 정의감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 회복과 야망을 위해 공익 변호사가 된다는 설정이 캐릭터를 훨씬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2회부터 폭발한 몰입감, 이것이 '진짜' 법정 드라마다 1회가 캐릭터와 상황을 설명하는 프리퀄 같았다면, 2회부터는 본격적인 법정 활극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드라마의 몰입도가 수직 상승합니다. 작가가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법정 드라마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 즉 변호사가 탐정처럼 수사를 다 하거나 법정에서 감정에 호소해 재판을 뒤집는 식의 판타지를 배제합니다. 대신 실제 소송 절차, 서면 공방의 중요성, 판사의 심리를 이용하는 전략 등 디테일이 살아있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아, 저 상황에서는 저렇게 빠져나갈 수 있구나" 싶은 현실적인 법률 지식들이 에피소드에 녹아들어 있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줌과 동시에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습니다.

'전관예우'는 없다던 작가, 그 실체를 낱낱이 해부하다 문유석 작가는 과거 인터뷰나 책을 통해 "영화에서 보는 식의 전관예우는 없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 '전관예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혹은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단순히 "내가 선배니까 좀 봐줘" 식이 아닙니다. 직속 상관이었던 관계, 해당 재판부의 성향, 법원 내의 역학 관계 등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소름 돋을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주인공 강다윗은 자신이 판사였기에 누구보다 그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고,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하여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거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합니다. 작가가 스스로 금기시했던 소재를 드라마적 재미를 위해 과감히 꺼내 든 느낌이라 더욱 흥미롭습니다.

고지식한 판사는 가라, 유연함으로 무장한 트릭스터의 탄생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판사 출신 변호사는 고지식하고, 법전만 달달 외우며, 융통성 없는 이미지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강다윗은 다릅니다.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놀되, 그 경계선을 줄타기하는 데 능숙합니다. 판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사는 이런 서면을 싫어해", "이 타이밍에 이런 증거를 내면 판사는 이렇게 생각할 거야"라며 상대의 허를 찌릅니다. 때로는 여론전을 펼치기도 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협상 카드로 쓰기도 하는 등 다소 변칙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습니다. '모범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싸움 1등'인 캐릭터가 주는 쾌감이랄까요? 정경호 배우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밉지 않은, 응원하고 싶은 '능력캐'가 탄생했습니다.

고구마 없는 사이다 전개, 사회지도층을 향한 통쾌한 한 방 '공익'을 위한 무료 변론이라고 해서 내용이 지루하거나 교훈적이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2회에서 다룬 에피소드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갑질과 비리를 다루었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정말 통쾌했습니다. 힘없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다윗의 모습은, 이름 그대로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특히 법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뒤집어버리는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들이붓는 듯한 시원함을 선사했습니다. 억지 감동이나 신파 없이, 논리와 지략으로 상대를 박살 내는 전개야말로 요즘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맛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청률 4.5%에서 6.2%로 떡상, 입소문에는 이유가 있다 드라마의 재미는 시청률이 증명합니다. 1회 4.5%로 무난하게 출발했던 시청률이 2회 만에 6.2%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하루 만에 1.7% 포인트가 상승했다는 것은 1회를 본 시청자들이 이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거 재밌다더라"는 입소문을 듣고 유입된 시청자가 상당하다는 방증입니다. 초반의 낯설음과 우려를 단 2회 만에 불식시키고, 주말 저녁을 책임질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입니다. 경쟁작들이 쟁쟁한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승세를 보인다는 건, 스토리의 힘과 배우들의 호연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뜻이겠죠. 앞으로 본격적인 에피소드가 진행될수록 시청률 상승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은 10회, 주말이 기다려지는 이유 총 12부작으로 기획된 '프로보노'. 이제 막 초반부를 지났을 뿐이지만, 저는 남은 10회를 끝까지 본방 사수할 예정입니다. 법정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토록 현실적인 디테일과 드라마틱한 재미를 균형 있게 갖춘 작품은 오랜만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강다윗과 오앤파트너스 공익팀이 해결해 나갈 사건들은 또 어떤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을지, 그리고 강다윗은 과연 1년 뒤에 로펌을 떠나 대법관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아니면 진정한 변호사로 거듭나게 될지 궁금증이 꼬리를 뭅니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묵직한 재미에 빠져들고 싶은 분들, 이번 주말엔 '프로보노' 정주행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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