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16. 09:00ㆍ영화
밥 말리에 대해 아는 건 극히 드물다. 레게 음악 한다는 정도만 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무려 2시간 동안 레게 음악을 들었다. 레게 음악이 친숙한 듯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들은 게 거의 없다는 걸 알았다. 레게라는 리듬 정도만 친숙해진 듯하다. 더구나 밥 말리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걸 알았다. 밥 말리는 그저 팝 스타로 음악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를 보니 그건 아니었다. 레게 문화도 내 생각과 달랐다.
레게 문화 자체가 아무래도 해당 국가와 연결되니 더욱 그런 듯하다. 내가 아는 레게음악은 가볍게 들으며 클럽에서 듣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밥 말리도 워낙 유명해서 이름은 알고 있는데 스쳐 지나가듯 노래를 들었을 뿐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오는 노래 중에 내가 친숙하게 아는 곡이 하나도 없었다. 리듬 정도만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반대로 생각할 때 레게 리듬이 얼마나 전 세계에 퍼졌는지 알 수 있기도 하다. 한국에도 내가 레게 리듬을 알 정도면 말이다.
보통 팝 스타 영화는 일대기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성장해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어 성공하고 힘들어했는지 등을 말이다. 이 영화는 결이 좀 달랐다. 어린 시절은 나오긴 하지만 어떤 성장 과정을 겪었는지 거의 나오질 않는다. 대부분 팝스타가 그러하듯이 아주 불우한 어린 시절이 살짝 나온다. 그 이후로 곧장 이미 성공한 상태로 나온다. 배경은 자메이카가 국내적으로 무척이나 불안한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대립이 심하고 국민들이 죽어 나갈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밥 말리는 콘서트를 계획한다. 내 생각에 단순히 콘서트인데 이걸 정치적으로 볼 이유는 하나도 없을 듯한데 아니었나 보다. 더구나 정치인과 상관없이 거대한 갱조직도 밥 말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밥 말리가 하는 콘서트가 그런 의미로 보여지는지 솔직히 영화로는 잘 모르겠다. 밥 밀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건 약간 신비주의 종교인 듯했다. 굳이 뿌리는 둔다면 아프리카다. 왜 모든 종교가 백인 중심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밥 말리는 그곳에서 부인도 만나고 영혼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한 듯하다. 부인은 밥 말리 팀에서 코러스도 한다. 자녀들이 엄청 많은 데 알고보니 자녀가 전부 부인과 낳은 게 아니었다. 다른 여자 사이에 낳은 아이마저도 지금 부인이 전부 키우고 있었다. 밥 말리는 자메이카에서 슈퍼스타지만 콘서트는 불만인 사람이 많았던 듯 하다. 콘서트를 하기 전 밥 말리는 알 수 없는 인물이 숙소로 들어와 총질을 한다. 다행히도 부상없이 살아나지만 부인은 죽을 뻔 한다.
다들 말리지만 끝내는 콘서트를 강행한다. 그 후로 밥 말리는 런던으로 가서 새로운 앨범 작업을 한다. 이전에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지만 이 때 만들었던 엑소더스가 거대한 히트를 한다. 런던 차트에서 10위 내에도 들 정도로 큰 성공을 한다. 그걸 보니 한국에서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대단한 성공을 한 것인지 간접적으로 비교도 되었다. 당시와 지금을 똑같이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밥 말리는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게 생각을 했던 듯하다. 아프리카로 가려는 노력도 한다.
본인 스스로 아프리카에서 콘서트를 하는 게 소원이었던 듯하다. 돈이 들더라도 하고 싶었던 듯하다. 영화로 볼 때는 끝내 이는 이루지 못한 거 같다. 유럽에서 투어를 하며 큰 성공을 거둔다. 엑소더스 앨범이 엄청난 히트를 한다. 뉴욕타임즈인가에서 20세기 최고 앨범으로 엑소더스를 선정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같은 악기인데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드럼과 기타인데 어떤 리듬이냐에 따라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진다.
부르스 리듬이나 레게 리듬이나 분명히 똑같은 악기인데 말이다. 누가 그걸 다루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 신기했다. 밥 말리가 부른 노래는 하나같이 영화에서 볼 때는 사랑에 대한 가사가 아니다. 대부분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사회를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야 할 지와 같은 가사였다. 밥 말리 노래는 사랑이 아닌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었다. 말랑한 가사가 아니었다. 리듬은 무척이나 경쾌한데 정작 가사는 날카로웠다.
자메이카 태생의 밥 말리는 자메이카가 잘 되길 바랐다. 자신이 죽을 뻔 했기에 쉽게 다시 돌아가질 못했다.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한 편으로는 조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았을까한다. 자녀들도 그 기간동안 전혀 보질 못했으니까. 자메이카에서 밥 말리가 속한 종족은 천민같은 대접을 받은 듯하다. 차를 타고 가다 경찰이 잡고 내리라고 하는데 다른 경찰이 보고 밥 말리를 알아봐서 무사히 넘어갔다. 그런 내용이 노래 가사로도 만들었다.
밥 말리가 다소 일찍 죽었다는 건 알았다. 총격 사건 같은 것인지 알았는데 알고보니 암이었다. 40살도 안 되어 사망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거기에 밥 말리는 직접 자메이카로 돌아와 대립하던 정치인 2명을 콘서트에 초대한다. 평화로운 국가를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자메이카는 여전히 치안이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 걸 알고 있어 보면서 안타까웠다. 레게 음악 자체가 밥 말리에 의해 전세계에 퍼진 듯하니 한 명의 뛰어난 음악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레게 음악 2시간 처음 듣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