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가 우리를 망친다

2023. 7. 10. 09:22투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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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무척이나 힘들다. 투자가 쉽다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지 않을까. 투자를 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수익을 냈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익을 냈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나도 저 사람처럼 되겠다며 투자를 한다. 중요한 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 투자 수익을 내는 사람은 꽤 있다. 보통 길어야 1~3년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꾸준한 수익을 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시간이라는 테스트에서 전부 탈락한다. 운이 좋아 수익을 내는 경우도 많다. 본인도 수익 낸 것이 운인지 실력인지는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은 운이 아닌 실력으로 착각한다. 또는 실력이라고 포장한다. 시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 하는 실수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은 아주 비열하다. 결코 용서가 없다. 누구를 봐 주고, 누구는 가혹하게 대하지도 않는다. 아주 공평하게 똑같이 사람을 대하니 공정하다.

시장이 비열한 건 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은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내 사정을 생각할 뿐이지 상대방의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한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직접 만나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다. 개개인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 상대방이 미수를 썼는지 여부도 모른다. 내 상황만 내가 알고 투자를 한다. 그렇게 볼 때 시장은 비열한 게 아니고 누구에게나 똑같다. 내 사정을 전혀 고려해 주지 않으니 내가 비열한다고 생각하고 원망하고 한탄할 뿐이다.

시장은 이렇게 비열한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우리 인간은 전혀 똑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똑똑한 건 맞지만 투자 같은 의사 결정을 할 때면 언제나 바보 같다.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중요한 순간에 늘 감정적인 판단을 내린다. 지금까지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결정한다고 경제에서는 바라봤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인간은 분명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이 갖고 있는 속성 중 투자와 관련되어 가장 무서운 건 손실회피 본능이다. 손실을 보지 않도록 인간은 구조화되었다. 바로 이게 도마뱀의 뇌다. 고대시대부터 인간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자신에게 해가 될 만한 건 급하게 도망갔다. 도구가 없던 시대에 인간은 아주 나약한 존재였다. 어떤 짐승이 나타날지 모르니 일단 도망가는 게 생존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부터 인간은 도마뱀의 뇌를 갖고 있었는데 아직도 변한 부분이 크지 않다.

야성적 본능이 뛰쳐 나와도 금방 쫄보가 되어 손실회피 본능에 충실히 행동한다. 지금은 상당히 많이 알려진 개념이지만 예전에는 너무 신기하고 낯선 개념이었다.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가 나왔던 2000년 대 중반만 해도 한국에 소개된 책도 드물었다. 당시에 이 책을 읽고 상당히 인상 깊었는데 책을 구하긴 힘들었다.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와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책에 나온 내용이 최근 사례가 아닌 10년도 전 일이지만 투자 자체의 개념은 차이가 없다.

특히나 재미있는 건 투자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번에도 그랬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은 주식 관련 내용이 주된 설명이지만 흥미롭게도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부동산 관련된 내용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너무 일치한다. 특히나 금리 상황이 그렇다. 미국에도 부동산 투자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책에서 소개한 작가의 지인이 부동산 투자를 해서 큰돈을 벌었다. 문제는 금리 변동이 되면서 고금리에 견대지 못하는 상황이 묘사된다.

이를 위해서는 고정금리를 했어야 한다고 알려준다. 책에 나온 시대도 저금리였기 때문이었다. 저금리가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다수 사람이 금리가 오르면서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완전히 한국에서 최근 벌어진 상황이다. 투자에 대해서 아주 열심히 작가는 설명을 하는데 정작 자신은 주식에 10% 정도만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변동성을 스스로 버티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투자한다. 너무 현명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그렇다. 무리하지 말아라. 주식이 장기간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건 맞다. 그럼에도 수익을 냈고, 마이너스가 된다면 그 즉시 매도를 권유한다. 장기 투자도 좋지만 인간의 심리로 볼 때 그걸 견디는 건 어렵다. 그러니 마이너스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 정한 후에 미련 없이 매도한다.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은 대단한 건 없다. 하지만 기본과 기초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려준다.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을 볼 때 책에서 알려주는 걸 명심하면 좋지 않을까?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오래된 책이라 사례가 올드하긴 하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투자에 대한 기본을 익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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