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9. 09:10ㆍ예술
지금까지 미술 작품에 대한 책은 대부분 연대기순이었다. 미술은 시대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던 시대에 영향을 받는다. 미술같은 경우는 워낙 오래전부터 그림이 내려오니 우리는 미학으로 좀 더 집중하게 된다. 미술작품이 갖고 있는 당시 시대의 흐름과 사상을 느끼면 좀 더 깊게 알게 된다. 우리는 잘 모르니 이를 잘 알려주는 책 등으로 알게된다. 해당 미술작품을 그린 화가의 스토리와 그림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그걸 꼭 알아야 할 필요는 분명히 없다. 자신이 그림을 보고 느끼는대로 오는 감정이 제일 정확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림을 들여다볼 때 오는 느낌과 그림에 대한 것을 알고 보는 그림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이런 것들은 또 다시 시대가 흐르면서 미술도 발전을 거듭한다. 이전의 기법 등을 벗어나기 위해서 발전했다. 사진이 나오면서 달라야 살아남으니 또다시 발전을 했다. 이런 것들을 알게되면서 보는 그림은 확실히 다르긴 했다. 특히나 작가의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분명히 미술작품을 그린 화가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 큰 그림을 그리진 않는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해야 하는 작품인데 무작정 그리진 않는다. 이런 걸 알려주는 책을 읽을 때는 다소 거창하고 무거운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시대적 맥락으로 알려주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는 철저하게 사랑과 관련된 미술작품만 소개를 한다. 사랑이라는 표현이 나오니 좀 더 사람에 집중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나는 자연보다 사람을 좋아한다. 다큐멘터리를 봐도 자연이나 산 같은 걸 소개하는 것보다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걸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볼 때 미술작품도 사람이 나오는 걸 좀 더 소개하는 이 책이 괜찮았다. 사랑은 영원한 테마다. 어떤 작품이라도 사랑에 대해 말하지 않는 건 없다. 하나의 장르라고 할 정도로 사랑은 영원환 화두다. 사랑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그 안에도 역시나 핵심은 사랑인 경우가 많다. 사랑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란 것이다.
그 사람이 한 행동이 알고보니 사랑때문이었다. 사랑이 꼭 아름답기만 한 것은 그래서 아니다. 누군가 사랑할 때 상대방과 서로 감정을 공유하고 상대방도 나를 사랑해야 아름답다. 책에서 다양한 미술작품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미술작품이 아닌 행위예술이었다. 최근에 벌어진 포퍼먼스였다. '예술가가 여기 있다'라는 작품이다. 당시에 엄청난 화제가 되어 SNS를 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소개하는데 난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홀 가운데 책상과 의자가 두개가 놓여 있다. 한 쪽에는 마리나가 앉아있다. 그는 조용히 말없이 그곳에 앉아있다. 상대방이 반대쪽 의자에 앉으면 서로가 상대방을 응시한다. 마리나는 아무런 말없이 눈을 감고 있다 상대방이 앉으면 눈을 뜨고 바라본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바라볼 뿐이다. 상대방이 응시할 수도 있고 쑥스러워서 딴 짓을 할 수도 있다. 약 736시간 동안 1,565명을 만났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앉았던 어느 순간.
마리나가 평소처럼 눈을 뜬 순간 앞에 앉아 있는 남자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마리나는 그 남자를 본 순간 무표정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희미하게 얼굴이 변한다. 놀란 눈동자와 미세하게 변하는 얼굴표정에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남자도 마리나가 자신을 본 순간 가볍게 한숨을 쉰다. 다소 쑥스러워하고 놀라워하면서 마리나를 바라본다. 마리나는 말없이 남자를 보며 서서히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마리나가 처음으로 손을 뻗는다.
책상으로 뻗은 손을 그 남자가 잡는다. 갑자기 허물허진 마리나의 모습에 다들 무슨 사연인지 궁금해한다. 알고보니 그 남자의 이름은 울라아. 마리나가 30~40대에 함께 예술동반자였고 연인이었다. 20년 만의 만남으로 상대방을 응시만 하려던 원칙을 어긴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허물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직접 그 영상을 찾아서 봤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책에는 다양한 그림을 보는 맛이 분명히 가득가득하다.
사랑이라는 테마로 선정한 그림이다. 그림에는 한 명을 그린 것도 있고, 2명을 그린 것도 있다. 1명일 때는 대부분 화가가 사랑한 사람이었다. 그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영원성을 얻게 되었다. 상대방과의 애절한 사랑도 그림을 통해 후세에도 오래도록 알게 되었다. 다른 미술책과 달리 오로지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그림만 소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사랑에 대해 알려주는 작가의 이야기에 무척이나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하면서.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애절한 그림이 더 많았으면.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그림 하나 하나가 의미있게 다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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