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6. 14:39ㆍ드라마

대한민국 대표 미남 배우들의 첫 OTT 나들이, 그 무게감이 다르다 디즈니플러스가 야심 차게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 작품이 공개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캐스팅입니다. 대한민국 영화계를 지탱해 온 두 기둥, 현빈과 정우성이 주인공으로 나서며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배우 모두 이 작품이 데뷔 이래 첫 OTT 드라마 출연이라는 사실입니다. 스크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압도적인 아우라의 배우들이 안방극장의 작은 화면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는 생경하면서도 설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과연 이 거물급 배우들이 선택한 첫 OTT 시리즈는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지, 그 무게감만으로도 정주행의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넷플릭스 '굿뉴스'와 맞물린 역사적 소환, 요도호 납치 사건의 재해석 드라마 초반부를 시청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굿뉴스>와의 기묘한 연결고리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1970년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요도호 납치 사건(적군파 납치 사건)'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두 콘텐츠가 같은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고 연출했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굿뉴스>가 사건 자체의 긴박함에 집중했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 사건을 주인공 백기태(현빈 분)의 대담함과 기지를 보여주는 장치이자, 그가 중앙정보부 요원으로서 권력의 음지에서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오프닝으로 활용합니다. 덕분에 잊혔던 과거의 사건이 2024년의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생생하게 소환되었습니다.

비즈니스맨의 가면을 쓴 야수, 백기태의 이중생활 현빈이 연기한 '백기태'는 첫 등장부터 시청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합니다.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고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수출 관련 사업을 하는 비즈니스맨처럼 보였던 그는, 사실 중앙정보부 정보과장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쥔 인물입니다. 제목인 '메이드 인 코리아' 때문에 그가 단순히 한국 제품을 수출하는 열혈 상사맨일 것이라 착각했던 시청자들에게, 그가 취급하는 물건이 다름 아닌 '마약'이라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적군파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하여 위기 상황을 마약으로 해결하고, 승객들을 구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그의 모습은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욕망으로 똘똘 뭉친 야수의 탄생을 알립니다.

우민호 유니버스의 확장, '마약왕'과 이어지는 1970년대의 그림자 이 드라마는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마약왕>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곳곳에서 전작 <마약왕>의 향기가 짙게 배어 나옵니다. 1970년대 당시 일본은 히로뽕(필로폰) 소탕 작전을 대대적으로 펼쳤고, 이로 인해 갈 곳 잃은 재일조선인 기술자들이나 야쿠자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어 부산을 거점으로 마약을 제조, 다시 일본으로 역수출하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 "뽕은 일본 놈들이 다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단속한다고 우리한테 떠넘기나"라는 식의 대사나 설정은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러한 야만의 시대를 배경으로, 마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권력을 향한 갈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승진보다 정의, 타협을 모르는 '불독' 검사 장건영 야수 같은 백기태의 대척점에는 정우성이 연기한 특수부 검사 '장건영'이 서 있습니다. 부산지검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그는 동기들이 승승장구하며 승진할 때, 여전히 평검사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인물입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윗선, 권력, 관행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사건의 본질과 범죄 소탕에만 매달리는 꼬장꼬장한 성격 탓입니다.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그의 저돌적인 수사 방식은 조직 내에서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한 현실을 뚫어줄 사이다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정우성은 특유의 굵직한 연기 톤으로 타협을 모르는 장건영의 신념을 묵직하게 표현해 냅니다.

마약으로 얽힌 두 남자, 욕망과 신념의 정면충돌 접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았던 중앙정보부 요원 백기태와 검사 장건영은 '마약'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운명처럼, 아니 악연처럼 얽히게 됩니다. 백기태에게 마약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닙니다. 그는 마약 자금을 통해 더 큰 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서고자 하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한국의 마약 제조 조직을 포섭하고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려 합니다. 반면 장건영에게 마약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사회의 악입니다.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하던 장건영의 레이더망에 백기태가 포착되면서, 두 남자의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1970년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면을 들추다 드라마는 단순히 마약 범죄를 쫓는 수사물에 그치지 않습니다. 1970년대라는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며,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감춰져 있던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합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권력 기관이 범죄 조직과 결탁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화만 벌어들이면 그만이라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던 시대를 풍자합니다. 마약을 한국에서 제조해 일본으로 역수출한다는 설정, 그 과정에서 개입하는 일본 야쿠자 세력과 한국의 정치 권력 등은 당시 동북아시아의 복잡한 정세를 반영하며 극의 스케일을 확장시킵니다. 화려한 복고풍 패션과 미장센 뒤에 숨겨진 그 시대의 비릿한 욕망의 냄새가 화면을 뚫고 전해집니다.

서은수, 원지안, 조여정...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향연 두 남자 주인공 외에도 극을 풍성하게 채우는 조연들의 활약 또한 인상적입니다. 그동안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주로 보여줬던 서은수는 오예진 수사관 역을 맡아 거친 액션과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이며 극의 활력을 더합니다. 또한, 신예 원지안은 일본 야쿠자 조직의 실세이자 로비스트인 최유지 역을 맡아 신비로우면서도 위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여기에 요정(고급 요리점) 마담 배금지 역의 조여정은 1970년대 정재계 스캔들의 중심이었던 실제 사건(정인숙 피살 사건 등)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리얼리티와 긴장감을 높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는 남성 중심의 서사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정우성 연기 논란? 기우에 불과한 '클래스'의 증명 드라마 공개 직후, 일각에서는 정우성의 연기 톤에 대해 다소 어색하다거나 힘이 많이 들어갔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논란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수십 년간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온 배우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우성은 장건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고집스러움과 투박함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냈으며, 오히려 그 거친 질감이 1970년대 형사(검사)의 모습과 잘 어울렸다고 봅니다. 현빈 역시 능글맞으면서도 서늘한 양면성을 가진 백기태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중심을 잡았습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 해석의 차이에서 오는 호불호의 영역일 뿐, 그들의 클래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시즌1은 서막일 뿐, 진짜 이야기는 시즌2에서 현재 공개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시즌1입니다. 이야기는 이제 막 판을 깔아놓은 상태에서 마무리된 느낌입니다. 백기태의 욕망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장건영이 과연 거대한 권력의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진짜 승부는 예고된 시즌2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소 짧은 회차 탓에 전개가 급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1970년대의 레트로한 분위기와 누아르적인 감성,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시즌2를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둠을 정조준한 이 드라마가 끝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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