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회사원

2025. 6. 20. 14:0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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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광장'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배우 소지섭의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에 다시 한번 대중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열광한 팬들은 자연스럽게 그의 과거 필모그래피를 탐색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재발견된 작품이 바로 영화 '회사원'입니다. '광장'이 촉발한 '소지섭 앓이'는 2012년 개봉작인 '회사원'을 넷플릭스 영화 순위 2위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때아닌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회사원'은 언뜻 평범하고 일상적인 단어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회사'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금속 제조 회사로 위장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살인을 청부하고 처리하는 전문 킬러 조직입니다. 직원들은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며,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승진을 위해 경쟁합니다. 이처럼 살인이라는 비정한 행위를 '업무'로, 킬러 집단을 '회사'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시스템에 빗댄 설정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독창적인 지점입니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상상만은 아닙니다. 국가정보원이나 경찰과 같은 특수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보안을 위해 자신들의 직장을 '회사'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외부인에게 소속을 명확히 밝히기 곤란한 상황에서 '회사 다닌다'는 말처럼 편리하고 안전한 표현도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의 단면을 차용하여, '살인청부회사'라는 파격적인 설정에 아이러니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합니다.

소지섭이 연기한 주인공 '지형도'는 이 살인청부회사의 가장 유능한 인재이자, 감정의 동요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냉혈한 영업 2부 과장입니다.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완벽한 일처리 능력으로 그는 조직 내에서 신뢰받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의 삶은 오직 '임무 완수'와 '생존'이라는 두 가지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궤도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완벽한 기계 같았던 그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임무를 위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라훈'(김동준 분)을 처리해야 하는 순간, 그는 처음으로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그를 살려줍니다. 그리고 라훈의 부탁으로 그의 어머니 '유미연'(이미연 분)을 만나게 되면서 지형도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미연의 모습 속에서 지형도는 자신이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따스함과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회사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부장으로 승진시키며 더 깊은 충성을 요구하지만, 지형도의 마음은 이미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삶을 향한 갈망과 자신을 옥죄는 회사의 냉혹한 시스템 사이에서 그의 내적 갈등은 극에 달합니다. 결국 그의 작은 변화를 감지한 회사는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제거하려 들고, 지형도는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회사를 상대로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하게 됩니다.

'회사원'은 2012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액션을 선보입니다. 특히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 이후 할리우드 액션의 주류로 자리 잡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실전적인 격투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채용했습니다. 소지섭은 길고 유연한 신체를 활용하여 절도 있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냉혹한 킬러 '지형도'라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합니다.

다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마지막 대규모 전투 씬이 격투 액션보다는 총격전 위주로 구성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형도라는 인물의 처절한 감정과 개인적인 능력이 폭발하는 장면이기에, 보다 밀도 높은 격투 씬으로 채워졌다면 더욱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을 것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원'은 96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동안 독창적인 설정과 강렬한 액션, 그리고 한 남자의 비극적인 드라마를 밀도 있게 담아낸 수작입니다. 평범한 삶을 꿈꿨다는 이유만으로 동료 모두를 적으로 돌려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액션 영화를 넘어 깊은 페이소스를 남깁니다. 소지섭의 팬이라면, 그리고 잘 짜인 액션과 독특한 설정의 영화를 찾는다면, 역주행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회사원'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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