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3. 09:28ㆍ수필
이 책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은 문상훈이 쓴 책이다. 문상훈에 대해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은 전부 이미 알고 있는 상태다. 보통 책 날개에 자신에 대한 이력 등을 알린다. 생판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책에 대해 가장 먼저 접하는 내용이다. 그러니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한 방법으로 꽤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은 날개에 작가에 대한 소개가 완전히 짧다. 좋게 생각하면 순수하게 책 내용만으로 승부하고 싶어 그런 게 아닐까도 한다.
그보다는 내 생각에 자신이 누군지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은 다 알것이라는 판단이 먼저였던 게 아닐까한다. 지금까지 본 책 중에 이토록 자각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책을 보질 못했다. 솔직히 서점에서 이 책이 매대에 있다면 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나같으면 그다지 크지 않을 듯하다. 작가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니. 그저 딱 하나는 빠더니스라는 단어다. 아마도 본인 유튜브 명칭이 아닐까한다. 사실 나는 배우로 알고 있다. 정작 배우로 작품은 기억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이게 더 유명해진걸로 안다. 무엇이든 자신을 드러내서 그걸로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정작 배우가 기억나는 작품이 없다. 찾아보니 거의 대부분 특별출연이다. 작가 소개로 이렇게 쓴 게 과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에서 이런 소개가 없어 특이해서 그렇다. 반대로 빠더니스가 궁금해서 찾아보고 이 책을 선택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한다. 책은 에세이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라고 보다는 좀 진지한 책이다. 가볍지만은 않다. 자신만의 생각을 책으로 소개했다. 본인이 한 사고를 세상에 전달한 책이다. 이상하게 얇은 책인데도 읽기 쉽지 않았다. 책의 내용이 어려워 그런 건 아니었다. 읽다보니 이유를 알았다. 문장이 상당히 만연체였다. 글을 짧게 쓰는 게 좋은 글은 분명히 아니다. 글은 하나의 형식이다. 내 생각을 전달하는. 그렇게 볼 때 문장이 짤든, 길든 그건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문장이 길면 읽다 집중이 흐트러져서 난 읽기 힘들었던 듯하다.
내용 중에 행복에 대한 파트가 있다. 행복을 바란다는 건 좋은 뜻이다. 상대방에게 불행을 바란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저주라서 그렇다. 행복을 바란다는 말을 더 조심해야겠다고 한다. 작가가 20대 일 때 행복을 추구했지만 오히려 주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이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아버지 건강이 나뼈졌다고 한다. 행복을 추구할수록 아버지 건강이 더욱 나뻐졌다. 자신의 행복은 죄책감을 수반해서 결국에는 아버지보다 더 불행해졌다고 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네가 행복하길 바래서 그래. 라는 표현은 사실은 상대방이 아닌 내 행복을 위해서다. 자신이 행복한지 여부를 내가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충분히 행복한 상황인데 내가 왜 상대방이 행복하다는 판단을 할까. 더구나 행복은 너무 주관적이다. 내가 볼 때 행복해보이질 않는데 자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행복은 가치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 상대방에게 이렇게 하는 게 더 행복해. 라고 조언하는 건 상대방을 위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할 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인걸까. 그건 상대방이 아닌 내 행복이다. 상대방이 그렇게 행동하는 걸 보고 내가 만족해서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행동하라고 조언을 했다. 나는 상대방의 부모나 상사다. 나로써는 그게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사람은 내 말을 듣고 행동한다. 내 눈치를 보기에 그런다. 과연,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상태일까. 내 눈에 보이는 행복일까. 아마도 후자에 더 가깝다.
누군가의 행복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행복이 어려운 건 보이질 않는다. 행복은 잡히질 않는다. 행복은 숫자나 물질로 표현되지 않는다. 행복이 어려운 이유다. 다소 추상적인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과 밥 한끼 먹는 거라는 말을 한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더구나 행복은 나에게 의미있는 것이지 상대방에게 강요할 성질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작가가 말한 네가 행복하길 바래서 이러는거야. 이런 표현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었을 때 중요한 건 단 하나다. 책에서 수많은 걸 얻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책은 없다. 오로지 딱 하나만이라도 내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좋은 책이다. 전체적으로 책 내용은 솔직히 이게 무슨 소리지..하는 것도 있었다. 뭔가 에세이답게 정리되지 않은 말을 한다는 느낌도 있었다. 원래 부담없이 가볍게 빨리 읽으려던 책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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