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7. 09:04ㆍ장르소설
미스터리라는 뜻을 찾아보니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나 사건, 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를 주된 내용으로 하며 그 사건을 추리하여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의 중점을 두는 소설이라고 한다. 어딘지 미스터리라고 하면 난 좀 기괴하거나 미해결사건 같은 걸 떠올렸다. 사건을 해결하긴 했지만 뭔가 깔끔하지 못하게 끝나면서 또 다른 열린 결말로 소설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말이다.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책은 그런 관점에서 읽기 시작했다.
읽은 시점이 여름이라 그런지 괜히 미스터리라는 뜻을 좀 더 서늘하게 생각한 듯하다. 이 책은 단편 소설 모음이다. 김동식, 조영주, 정명섭, 정해연, 전건우. 이렇게 5명의 작가가 미스터리 소설을 썼다. 배경만 같다. 귀문 고등학교라는 곳만 같을 뿐 접점은 전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분명히 다 같은 귀문 고등학교인데 장소가 다르게 묘사되기도 했다. 어떤 작가는 바닷가 근처로 했고, 또 다른 작가는 아마도 서울 인듯한 느낌으로 장소를 설정했다.
이런 부분은 전혀 문제되지는 않지만 - 소설을 읽을 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프롤로그에서 같은 학교라고 독자에게 인식시켰기에 좀 언발란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프롤로그가 없었다면 대 전제가 머릿속에 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여기에 내가 상상한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가장 부합한 소설은 조영주 작가의 '사이코패스 애리'와 정해연 작가의 '짝 없는 아이'가 이에 해당했다. 그 외에는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추리 소설이라고 해야 할 듯했다.
특히나 첫 소설인 김동식 작가의 '한 발의 총성'은 무척 유쾌하고 발랄하게 내용이 이어진다. 아마도 그건 김동식 작가만의 특유한 문체이나 구성인 듯하다. 읽은 소설이 다 그런 식으로 전개되는 걸 보면 말이다. 내용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미스터리라는 장르 관점에서 보면 기대에 어긋났다. 뭔가 좀 찜찜하고 개운치 못한 맛이 없지 않아 있어야 하는데 아주 깔끔하게 내용이 떨어진다. 군더더기 없을 정도로 말이다. 재미있지만 미스터리 장르로는 거꾸로 어색하다고 할까.
조영주 작가의 '사이코패스 애리'는 그다지 제목을 눈여겨 보지 않고 읽다보니 답을 몰랐다. 제목을 눈여겨 보고 소설을 읽었다면 처음부터 전개를 어느 정도 예측했을 텐데 말이다. 애리라는 뛰어난 아이가 전학와서 유일한 친구를 만들었는데 이를 고흐와 연결시킨다. 애리는 고흐를 보고 싶어한다. 네덜란드가 가서. 내용이 전개되면서 애리의 비밀이 밝혀지고 주인공이 애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 독자를 소설로 들어오게 만든 구성이 좋았다.
정명섭 작가의 '또 하나의 가족'은 미스터리보다는 사회 고발 소설이다. 형식은 사건 의뢰를 받는 탐정으로 시작한다. 추리 형식을 갖고 하나씩 사건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추적한다. 가출팸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가출한 청소년들이 갈 곳없으니 서로 패밀리로 함께 살아가는 걸 말한다. 가족처럼 산다고 하지만 서로 먹고 살아야 하니 미성년임에도 업소에 나가며 돈을 번다. 여기에 또래끼리 포주가 되기도 한다. 이런 내용을 책에서 설명하며 가출 청소년의 실태를 설명한다.
정해연 작가의 '짝 없는 아이'는 미스터리보다는 판타지에 좀 더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어딘지 친숙하다고 할 수 있는 소재가 나온다.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과거를 알게 된다. 과거를 알아도 밝히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알게 되니 주인공이 힘들어한다. 감추고 싶은 내용이 클수록 비밀이 크고 감정의 심연이 더 깊다. 주인공이 거기에 맞춰 감정의 다운이 지속되니 너무 힘들다. 여기에 상대방을 보는 것도 어렵다. 이런 내용으로 귀문 고등학교에서 생긴 하나의 비밀을 파헤친다.
전건우 작가의 '기호 3번 실종 사건'은 어딘지 전형적인 청소년 소설 같았다. 정확히는 소설보다는 만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타입이었다. 천재적인 머리를 갖고 있는 주인공이 실타래처럼 꼬인 사건을 하나씩 접근해 간다. 그 과정에 다소 유치한 느낌도 있지만 괜히 감정이입하며 독자가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꽤 많은 능력을 갖고 있어야만 감정이입한 주인공이 돋보이면서 읽는 재미가 생긴다. 소설 내용의 전개가 청소년이 딱 좋아할 스타일인데 유치한 내 취향과도 맞았다.
전체적으로 총 5편의 미스터리 소설이 있는데 금방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적당한 분량으로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면서 기승전결이 있다보니 즐겁게 읽었다. 페이지에 비해서는 다소 빨리 읽었을 정도로 집중해서 단편 소설을 하나씩 클리어했다. 고등학교가 배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 뒷날개를 보니 청소년 문고 시리즈 중 하나로 이 책은 기획된 듯하다. 책 내용이 다소 가볍게 된 이유가 독자 타켓이 명확하게 설정되어 그랬었나 보다. 더운 여름에 가볍게 집중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미스터리가 내 생각과 좀 달랐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단편 소설이 전부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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