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테니 냅 둬!

또 하나의 자기계발 서적이다.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 서적은 더이상 사람들에게 통용되지 않는 시기가 되었다.
어지간한 자기계발 서적의 내용은 널리 알려져 있으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더구나 신자유주의와 함께 득세했던 '너도 할 수 있어!'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욜로'와 '미니멀리즘'같은 것들이다.
노력이 전부가 아닌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인생이나 잘 살아가자는 개념의 전환이다.
여기서 또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거나 내일에 대한 희망을 끈을 놓치는 말자다.
어디까지나 모든 걸 포기하며 애쓰며 노력하지는 말자다.

둘 다 동일한 작동원리가 작용한다는 사실도 있다.
쓸데없는 건 전부 제거하고 하나에 집중하자는 주장이 그렇다.
성공하기 위해서 포커스하며 도움되지 않는 걸 없애고 집중해야 하는 것에만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너무 많은 걸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만 잘 해도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왜 힘들고 비참한 삶이라고 느껴질까.
이건 바닷물도 아닌데 마시면 마실수록 오히려 더 갈증이 더 커진다.
성공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이상하게도 더 힘들고 어렵다.
자기계발 서적에서 이야기하는 높은 이상은 달성하기 힘들고 넘사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무엇보다 우리 인생이 자기계발 서적이나 동기부여 강사가 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전후좌우 이야기나 자세한 디테일은 생략한채로 단순 도식으로 성공한 과정을 보여준다.
무척 쉽고 편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인생에서 그런 적은 거의 없다.
남들 보기에 어떨지 몰라도 살아가는 내 입장에서는 조울증 환자처럼 좋았다, 나빴다가 반복된다.

차라리 성공에 대한 그런 삶을 신경 꺼 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결코 성공에 대한 희망과 되겠다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남들 신경쓰지 말고 하면서 살아간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오고, 이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나오는 게 인생이다.

<신경끄기의 기술>은 환상을 심어주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알려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자기계발에서 나오는 판타지가 아니다. 
책 한권을 읽는 시간이나 강의를 들으면서 보내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동안 참고 이겨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지나한 과정을 끊임없이 극복하고 견디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이다.

누구나 다 성공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승리자가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기계발에서 그토록 주장하는 삶을 꼭 살아야만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이런 식으로 책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자기계발적인 스토리를 비틀어보여준다.
그마저도 어떤 면에선 저자가 새롭게 자기계발 작가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위한 방법으로 보이기도 한다.

책 초반에 나온 찰스 부코스키 사례는 이 책을 관통하는 내용을 잘 보여준다.
힘들고 어렵게 견디고 버텨서 드디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해피엔딩으로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정작 부코스키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똑같이 다소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사실 그는 작가였기에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맞는 삶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대에 들어 성공이라는 잣대는 보편타당하지 않고 획일적이지 않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공부는 죽어라고 못했는데 어느 날 재미삼아 유튜브에 올린 내용이 쌓여 대박으로 연결되어 큰 부자가 된다.
사회 부적응자였던 사람처럼 보였던 인물이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걸로 받아들여 뜻하지 않은 성공자가 될 수있다.
현대에는 과거의 성공패턴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핑크팬더의 다시 돌아보기 : 남 신경끄고 내 할 거나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