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 이 정도가?

2022. 8. 16. 09:48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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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지 10년 내라면 상관없지만 그 이상이 되면 당시의 시대 맥락을 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인간은 같지만 가치관이나 생활상이 다를 수 있다. 이걸 알지 못하면 책을 읽어도 공감을 못할 수 있다. 왜 저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알기가 힘들다. 그걸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도 묻혀지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보편타당한 정서와 여전히 공감하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실격>은 일본 저자의 책인데 한국에서 꽤 인기가 있다. 제목에 실격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인간으로 실격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실격이라고 할까. 이런 의문을 갖고 읽었다. 는 솔직히 아니고 그냥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느낌이 이상하게도 <노르웨이의 숲>같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인데 정서가 비슷하고 느낌이나 정서는 물론이고 문장이 그랬다. <인간 실격>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읽었다.



책을 다 읽고보니 역시나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일본 작가라고 했단다. 주인공은 요조인데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었다. 아마도 본인 스스로 그걸 밝히지 않았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몰랐을 듯하다. 남들에게는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끌었다. 정작 자신은 그런 모습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볼 때 무척이나 영악하다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그런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남들에게 어리숙하게 보이려고 한다. 보통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음흉하다는 시선으로 보게된다. 그걸 알게 되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그걸 모르면 그저 그런 사람이구나한다. 더구나 어리숙하게 보인다는 것은 본인이 엄청나게 똑똑하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할 이유는 없다. 요조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일부러 보이면서 나름 편안하게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눈치 챈 친구가 있는데 그것도 흥미롭다.



그다지 대단한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친구였는데 눈치를 챈다. 스스로 평범이하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을 흉내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는 요조에게 많은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과 화가가 될 것을 예언(?)한다. 이런 것은 별 내용이 없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시간이 지날 때부터 자신과 관련된 걸 연관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으니 말이다.

책에서 보면 많은 여자들이 요조를 좋아한다. 요조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책을 읽었을 때 익살이 있다고 말은 한다. 원래 유머가 있는 남자를 여자는 좋아한다. 남자에게 매력 중 하나가 유머다. 대신에 유머를 갖고 있는 남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매력을 커버하기 위한 노력이다. 요조는 꼭 익살이 아니라도 보자마자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는 걸로 묘사된다. 그걸 그다지 반기지 않았기 때문에 요조가 불행한 인생을 살아간 것이 아닐까도 한다.



요조가 살아갔던 시대에는 남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여자에게 기생해서 살 수 있었다. 그런 건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요조는 만화를 그리며 먹고 살았다. 요조에게 다가온 많은 여자가 있었는데도 이를 이용할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인간 실격이라고 표현하려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요조는 딱히 남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가 인간 실격이라는 표현을 하지만 내 관점에서는 그런 행동이 전혀 없다.



누군가에게 기생하며 살아간 적이 있는 건 맞다. 어느 정도는 미안해하면서 기생했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낌새를 보이면 그 즉시 집에서 나온다. 철면피가 아닌 무척이나 부끄러워한다. 요조가 망가진 것은 결국 학교를 떠나면서부터다. 아빠와 함께 동경에서 거주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요조 혼자서 자취를 한다. 사건에 휘말리며 의지할 때가 없어졌을 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책에서는 묘하게 변명을 하지만 얼마든지 학교로 갔으면 되었다.



그때부터 요조의 삶은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나락을 빠진다고 했지만 누군가 그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했을 뿐이다. 자신이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안심시켰던 것처럼. 그로 인해 자신을 찾아오는 여성들을 싫어했지만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던 것처럼. 여기서 술이 그를 점차적으로 중독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딱히 의지를 가졌던 적도 없었던 듯하다. 책에서 요조가 어떤 희망을 말하거나 의지를 갖고 해야겠다는 걸 보여준 적이 없다.



그렇다고 흘러가는대로 살았던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자신이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선택을 할 때마다 일반적인 삶이 아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인간실격과 내가 생각하는 인간실격이 다른 듯하다. 요조는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았다. 몇 번의 운이 없었던 적이 있었다. 다른 선택을 했으면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요조의 삶이 인간실격이라면 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의 삶도 인간실격이다. 그저 소설이 나왔던 시대에는 그랬던 듯하다. 지금이 얼마나 살기 좋은 시대인가.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요조의 삶이 실패인가?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페이지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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