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14. 09:18ㆍ사회
판교 신혼 부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적으로 <그냥 하지 말라>의 저자가 화두를 꺼낸 덕분이었다. 여러 강연에 나가 이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했다. 판교는 현재 IT기업이 집합된 곳이다. 학력은 몰라도 능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순수하게 자신의 프로그래밍을 비롯해 알고리즘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부를 본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 근무를 하면서 판교에서 거주를 한다. 전세든, 자가든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적으로 신혼이 판교에서 출발하는 건.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남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해도 어려운데 양가 부모의 도움을 받아 거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화였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데이터가 중요해졌다. 데이터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데이터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데이터를 본다고 뭔가를 알거나 깨닫게 되는 것은 없다. 데이터를 보고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분야에서 현재 가장 유명한 사람이 송길영인 이 책의 저자다.
과거와 달리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도 모르는 내 욕망까지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검색하는 것들이 모이면 그것이 바로 현재 사회에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이다. 스스로 이걸 모르니 더욱 재미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았다고 할까. 저자가 여러 매체에 출연해서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참 재미있고 생각지 못한 부분을 알려준다. 그 모든 것이 데이터를 취합해서 얻어낸 것이라는 점이 더욱 그랬다.
정작 이 책을 읽으니 그보다는 조금 못했다. 딱히 이렇다 할 인사이트를 크게 얻었다고 하기는 다소 그랬다. 이미 알고 있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한다는 느낌이 좀 더 강했다. 책 후반부는 다소 자기계발적인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그 부분이 더 크게 와닿게 된다. 특히나 내 입장에서는 더욱 그랬다. 뭔가를 묵묵히 하라고 알려준다. 누군가 당신을 발견하기를 기다리라고 한다. 그때까지 노력하고 있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여기서 단순히 묵묵히 노력만 하면 안 된다.
평생 노력을 해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제 자신이 하는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은 많지만 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를 예를 들면 그렇다. 나는 독서를 했다. 묵묵히 나 혼자 독서했다. 독서를 하다 어느 순간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리뷰를 묵묵히 나혼자 했었다. 누가 알아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했었다. 대신에 다른 점은 이를 블로그라는 곳에 하나씩 차곡차곡 올렸다. 리뷰가 쌓이면서 어느순간부터 엄청난 양이 있었다.
나를 알리려고 노력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그저 내 블로그에 독서 리뷰를 썼을 뿐이다. 누군가 나를 발견했다. 나는 발견당했다. 독서 리뷰를 쓰다보니 사람들이 책 관련 리뷰를 읽고 참고하기 위해 검색하다 내 블로그를 발견했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며 나란 존재가 나도 모르게 알려졌다. 나 또한 머물러 있지 않았고 계속 독서리뷰를 지금도 이렇게 올리고 있다. 어느덧 그런 독서리뷰가 2,000편에 달하게 되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기록이 되었고 역사가 되었다.
이와 같이 한다면 된다는 걸 책은 알려준다. 쓰고보니 좀 억울한 것은 나처럼 이렇게 독서 리뷰가 무려 2,000편이나 되는 사람이 한국에서는 아주 극히 드물텐데 출판관련 쪽에선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주로 문학관련 쪽만 신경쓰고 나처럼 주로 경제/경영/자기 계발 등의 실용서 위주인 사람은 문화 전반으로 별로 논외인가 보다. 여하튼 그렇게 나는 그저 이 자리에서 묵묵히 독서하고 리뷰를 했는데 사람들에게 발견이 되어 블로그 이웃이 무려 6.6만 명이 되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 제목과 달리 변화다. 하지 말라고 하니 정말로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히지만 정 반대다 내가 변화해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된 시대에 적응을 못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도태되고 점차적으로 희미하게 사회에서 존재가 사라진다. 꼰대라는 단어도 그렇다. 사회가 변화하는데 나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내가 윗사람이니 어느 정도 그래도 버틸 수 있다. 이런 사회도 팬더믹과 함께 사회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수많은 것이 변했다.
과거에는 부하 직원의 성과를 내가 독차지 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모든 것이 인트라넷에 전부 기록되면서 해당 업무가 누구의 아이디어고 성과인지 판별되었다. 자연스럽게 이 과정에서 누가 무임승차를 하게 되었는지 드러나고 말았다. 이런 일이 생기면서 자신의 능력이 없다면 저절로 도태되고 만다. 책에 나온 재미있는 사례에서 엑셀로 전부 계산해서 제출했더니 상사가 프린트해 오라고 해서 이를 다시 다 수작업으로 계산했다고 하니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때 벌어진 일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례가 지금의 청년 세대는 학원 등에 갈 때 전부 시간 등이 체크되고 부모에게 통보되었다. 윗 세대는 적당히 이런 것들을 넘겼지만 이에 따라 바라보는 세계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충동하는 가치관의 충돌도 생겼다. 이 사례를 보니 소소하지만 꽤 큰 차이라는 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사회의 변화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는 일을 10년이라도 꾸준히 묵묵히 하면서 이를 기록하라는 것이 내가 볼 때 이 책의 핵심이다. 그럴 수 있다면 분명히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더 잘 될 것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기대보다는 살짝 아쉬웠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변화하는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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