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0. 09:22ㆍ국외소설
무라카미 하루키는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쓴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매년마다 책을 펴 낸다는 점 때문이다.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책이 나온다. 소설가에게 이 정도의 생산성은 거의 미친 것이 아닐까싶기도 하다. 이런 작가가 흔하지 않다. 스티븐 킹이나 히가시노 게이고 정도가 필적할 만하다. 여기서 약간 다른 건 하루키도 매년 책을 펴 내지만 다른 작가와 달리 소설만 펴내는 것은 아니다. 에세이를 펴 내면서 소설도 펴낸다. 거기에 단편소설까지.
패턴이라고 하면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소설과 에세이를 번갈아 가며 내는 듯하다. 그렇게 볼 때 자신의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 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도 계속 뭔가를 만들어 글을 쓰니 놀라울 따름이다. 소설이야 그럴 수 있어도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자신이 기억하는 거의 모든 것을 전부 남김없이 다 공개한 듯도 한데 여전히 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인칭 시점>은 분명히 소설이지만 에세이같은 느낌이 너무 물씬 풍긴다.
내용은 전부 단편소설로 이뤄졌는데 책 제목처럼 전부 일인칭 시점으로 이뤄졌다. 주인공이 나이고 내가 바라보는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자연스럽게 읽고 있는 내용이 소설인지 작가의 이야기인지 혼동될 때가 있다. 분명히 소설이라고 하지만 주인공이 소설가인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하루키가 야구를 무척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 있는데 야구에 대한 장황하게 설명하고 재즈까지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서히 혼란스럽다.
작가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소설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도 싶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면 분명히 작가의 실제 경험은 아니고 만들어낸 창작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경험과 추억에서 상당히 많은 걸 갖고 왔지만 실제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소설 내용 중에 원숭이 파트가 있다. 원숭이가 말을 한다. 으잉? 이게 말이 되나.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었고 에세이나 소설로도 지금까지 밝히지 못했다고 밝히니 또다시 헛갈리기는 한다.
전적으로 하루키가 만들어 낸 세계에 내가 빠졌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진짜로 하루키가 경험한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 원숭이는 말도 할 줄 알고 시중도 든다. 안타깝게도 사랑을 하고 싶지만 어릴 때부터 사람에게 길러지고 말까지 할 줄 알게 되어 원숭이를 사귈 수 없게 된다. 원숭이들에게도 배타적으로 암컷 원숭이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여자 사람에게 감정을 느끼지만 그들은 원숭이를 또다시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큰 문제다.
대신에 원숭이는 방법을 찾았다. 여기서 뜬금없이 염력이 나오는데 이 정도면 거짓이고 믿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순간까지 왔는데도 그럼직하다. 한 마디로 하루키가 이 정도면 거짓이야..이건. 이렇게 말했는데도 원숭이가 여성의 감정을 얻을 수 없으니 했던 방법때문에 해당 여성에게 일어난 일이 있다. 우연히 그런 여인을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로 마지막을 끝낸다. 이러다보니 음~~ 하면서 소설 내용을 읽게 된다. 그 보다는 첫번째 파트가 더 인상적이긴 했다.
내용보다는 여자가 말한 첫번째 대화였다. "있지, 절정일 때 어쩌면 다른 남자 이름을 부를지도 모르는데, 상관없어?" 너무 도발적이고 생각한 적도 없는 질문이라 무척이나 강렬했다. 자고로 소설가라면 이런 이야기를 펼쳐야 독자가 흥미를 갖고 내용에 빠져들테다. 하루키는 그런 걸 기가막히게 잘 파악하고 알아내는 게 아닐까한다. 하루키가 쓴 소설에는 이런 식의 대화나 묘사가 상당히 많다. 그로 인해 괜히 궁금하게 만들고 '잉?'하면서 더 읽게 만드는 효과를 낼 때가 많다.
총 8개의 단편소설이 나오는데 전부 아무런 연관성은 없다. 굳이 있다면 일인칭 시점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목차 중에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 일인칭단수이기도 하다. 그 외에 나만 느꼈던 공통점이 있다. 에피소드 중에 못생긴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냥 대 놓고 못생겼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신에 굳이 말하면 지적인 충족을 주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내용이다. 그걸 읽은 후에 다른 에피소드도 다 읽은 후에 순간 느꼈다. 이 소설에 나온 모든 여자 주인공의 특징이었다.
단 한 명도 예쁜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 대놓고 못생겼다고 하기도 한다. 그럭저럭 생겼다는 말도 한다. 예쁘지는 않고 다소 괜찮다는 말도 한다.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예쁘다는 표현을 한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걸 생각해보면 하루키 소설에서 그런 표현을 들은 여성은 없었던 듯하다. 남자도 그런 것도 같지만. 단편소설이라 매번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긴 했지만 - 새로운 내용이라 -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찰리파커 이야기도 그렇고 말이다. 역시 하루키는 이야기꾼이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뭥밍하는 내용도 있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좀 더 확장했으면 하는 내용도 있다
함께 읽을 책
https://blog.naver.com/ljb1202/222113975290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하루키 월드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접한 건 지금은 <노르웨이의 숲>이라 불리는 <상실의 시대>였다. 워낙...
blog.naver.com
https://blog.naver.com/ljb1202/220723700716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하루키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책 읽는 시간>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블로그에 리...
blog.naver.com
https://blog.naver.com/ljb1202/220103821140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제목이 참 길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 민음사 발매 2013.07.01 리...
blog.naver.com
'국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라라와 태양 - 인공지능 인간 (0) | 2021.08.23 |
---|---|
주주 - 돈가스 (0) | 2021.06.08 |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 하이틴 로맨스 (0) | 2021.04.30 |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은 오로르 - 동화 (0) | 2021.03.17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 자유 (0) | 2021.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