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1. 14:54ㆍ영화

지금까지 넷플릭스 전용, 즉 '오리지널' 영화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불신이 컸습니다. 아무래도 극장에서 완벽히 집중된 상태로 감상하는 것과, 다소 산만할 수 있는 집에서 시청하는 환경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환경적 요인을 제외하고서라도,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들은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작이 나와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영화 '굿뉴스' 역시 그런 이유로 시청 목록에서 한참이나 밀려 있었습니다. 최근 흥미로운 드라마나 다른 콘텐츠들이 많았던 탓에, 우선순위에서 밀려 뒤늦게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 이 영화를 왜 이제야 봤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두 가지 사실에 크게 놀랐습니다. 하나는 이 영화가 믿기 힘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영화가 제가 본 넷플릭스 전용 영화 중 가장 재미있었다는 점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것은 분명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라는 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작가가 상상해낸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 서사가 너무나 기묘하고도 현실적인 아이러니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적군파'가 사회적 문제였고, 그들이 비행기 납치 사건을 일으켰다는 사실 정도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납치된 비행기가 대한민국 영토, 그것도 김포공항에 착륙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1970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일본 적군파가 비행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가려던 것이 그들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북한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영공입니다. 지금보다 정보 전달이 훨씬 느리고 아날로그적이었던 시대임을 감안하더라도, 타국의 영공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일본에서의 상황과 한국에서의 상황이 동시에 전개되어, 두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북한으로 향하던 적군파의 비행기가 모종의 이유로 경로를 이탈, 혹은 유도되어 대한민국의 김포공항에 불시착하게 된 것입니다. 이 예상치 못한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를 거대한 혼란에 빠뜨리며, 영화의 본격적인 갈등을 점화시킵니다.

'굿뉴스'가 블랙 코미디로서 빛을 발하는 지점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1970년, 대한민국 정부는 김포공항에 착륙한 이들을 속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작전을 세웁니다. 바로 김포공항을 북한의 평양 공항처럼 위장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허술한 위장이 가능할까?' 싶은 순간들이 많았는데, 오히려 그 '허술함' 자체가 당시의 긴박했던 실제 상황을 반영한 리얼리티였다는 점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이 영화는 주연과 조연을 가릴 것 없이 모든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배우를 한 명 꼽으라면 단연 류승범입니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닌, 영화를 위해 창작된 캐릭터라고 합니다. 하지만 스크린 속에서 그는 그 어떤 실존 인물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솔직히 말해, 류승범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부터 영화의 몰입도가 수직 상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설경구는 가상의 인물로서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았고, '서고명 중위'를 연기한 홍경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실존 인물이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했습니다. 또한 적군파 수장 '카사마츠 쇼'는 낯이 익어 찾아보니 드라마 '간니발'에 나왔던 배우였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일본 배우들이 기존 일본 작품에서 보여주던 특유의 연기 톤과 달리, 한국 작품의 정서에 완벽하게 녹아든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는 것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것은 이 믿기 힘든 실화의 결말입니다. 결국 적군파는 우여곡절 끝에 북한으로 가는 데 성공했고, 현재까지도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2022년에는 트위터(현 X)를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서고명 중위처럼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했던 대한민국의 실제 인물들은 영화에서처럼 그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씁쓸함을 더합니다.

'굿뉴스'는 일촉즉발의 심각한 비행기 납치 상황을 다루면서도,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적 외피를 성공적으로 입혔습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관객을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으며, 그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성공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정말 실화라고?' 반문하게 만드는 허술하고도 황당한 실화의 힘, 그리고 그 실화를 완벽하게 스크린에 구현해낸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력. 이 두 가지만으로도 '굿뉴스'는 제가 본 넷플릭스 한국 영화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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