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 X 스릴러

2025. 2. 10. 09:45국내소설

반응형

책 제목에 있는 마티스는 앙리 마티스 화가를 의미한다. 앙리 마티스는 프랑스 태생으로 야수파를 창시했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화가라 나도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다. 앙리 마티스가 그린 <춤>, <루마니아 풍의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 <이카루스> 등은 아마도 다들 얼핏이라도 보지 않았을까한다. 한국에서도 몇 번 씩 전시회를 할 정도로 사랑받는 작가다. 사실 앙리 마티스와 스릴러라는 조합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앙리 마티스가 딱히 신비로운 삶을 살지도 않았다.

어차피 이런 건 전혀 상관은 없다. 작가는 아주 작은 걸 갖고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한다. 길가에 떨어진 바늘을 발견하고도 살인 사건의 단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앙리 마티스 그림을 갖고 스릴러를 쓰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굳이 왜 앙리 마티스냐고 한다면 최근에 전시회가 있었다. 이걸 모티브로 삼지 않았을까한다. 총 5명의 작가가 단편 소설을 썼는데 겹치는 그림은 없었다. 그림을 근거로 내용이 이뤄진다. 서로 협의를 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나는 책에 나온 순서대로 재미있었다. 어떤 순서로 결정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랬다. 스릴러라는 장르 특성을 볼 때는 순서대로 더욱 스릴러같았다. 어쩌면 미스터리라는 범위로 확장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좀 더 해결 불가능하고 미스터리한 내용이 들어간 작품을 좀 더 선호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소설 피아노레슨을 모티브로 한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결론도 그렇게 끝난다. 해결이 아닌 또 다른 과제를 던지며 끝난다고 해도 된다.

그림을 볼 때 사람마다 다른 관점으로 본다. 작가가 의도한 부분도 있다. 작가가 그걸 밝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꼭 그게 아니라도 그림을 본 사람이 원하는대로 볼 수도 있다. 작품이 위대하다고 할 때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한다. 그림을 보면서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표현도 한다. 그림을 보면서 의미를 해석하며 집중하다보면 그렇다. 내가 그런 적은 없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정도로 특정 작품에 대해 골똘히 보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소설인 피아노 레슨은 어떻게 보면 그런 내용이다. 그림이 내게 말을 건다. 그림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하라고 독려한다. 사실은 그림이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서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그걸 그림이 말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정신은 너무 복잡다단해서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누군가 그걸 믿는다면 믿는대로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믿는바가 터무니 없어도 마찬가지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게 바로 믿음이라는 영역이다.

두번째 소설은 유서라는 제목이다. 이것도 역시나 앙리 마티스의 이카로스 그림을 모티브로 한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명과 암을 간직한 형제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해서 함께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헛갈린다. 또는 누구때문에 이렇게 성공했는지 애매하다. 서로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또는 서로 자신때문에 성공했다고 믿는다. 내용이 전개되면서 약간 예측한대로 진행되기는 한다. 여기서 쪽지가 나온다.

쪽지가 좀 더 미스테리하거나 심령적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완벽한 범죄를 보여주면 안 될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대부분 작품이 어쩔 수 없이 권선징악적으로 흐르는 게 아닐까. 그거 자체가 깔끔하긴 하지만.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작품은 통일 한국을 그리는 좀비 여인의 초상이다. 이븐 랑베르앙의 초상이 모티브다. 통일은 되었는데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핵이 터진 세계다.

서울에 그런 이유로 좀비들이 살고 있다. 그곳에서 뭔가를 가져와야 하는데 그게 바로 앙리 마티스의 이븐 랑베르앙의 초상이다. 이게 얼핏 볼 때 좀비처럼 보이고 옷인 한복같다고 하는데 진짜 그렇게 보였다. 그 외에 다른 두 작품도 앙리 마티스 그림이 모티브다. 전혀 상관없을 듯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림을 보고 그런 소재를 이끌어 낸 걸 보면 확실히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듯하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듯하다. 단편이라 하나씩 읽어도 충분하니.

증정 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개인적인 재미가 다르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짧게 읽을 수 있어 좋다.

반응형

'국내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 끝의 온실  (1) 2025.03.27
내 친구는 나르시시스트  (1) 2024.11.29
십자가의 괴이  (4) 2024.10.29
은달에 뜨는 밤, 죽기로 했다  (5) 2024.10.10
소설 연어  (0)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