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7. 17:53ㆍ경제
기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건 하나다. 올라간 건 떨어지게 되어있다. 떨어진건 올라게 되어 있다. 이걸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싸이클이라 한다. 이건 자산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분명히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건 너무 큰 갭이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인간이라 그렇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너무 분명하고 확실하다. 너무 단순할 정도다. 문제는 다가올 때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찾아온다. 본질은 같을지라도 언제나 그렇게 현혹되어 감정에 휩쌓인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한다. 분명히 반복된다고 하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 대해 알아놓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분명히 이번은 다를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본질은 같다고 한 것처럼 이번에도 같다고 깨닫게 된다. 한국은 그나마 자본주의 역사가 짧다. 이걸 자본주의라고 하면 다소 이념적인 영역이라 시장경제라고 표현한다.
원래부터 시장 경제는 있었지만 제대로 활동한 건 아마도 일제 제국주의 시대 때부터 아닐까한다. 이전까지 대부분 물물교환으로 돌아가던 시스템이 좀 더 화폐단위로 굴러간다. 화폐는 대체적으로 국가가 좀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야 신뢰가 생긴다. 종이에 불과한 화폐를 우리가 믿고 교환하는 건 국가가 보증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이전과 달리 좀 더 국가 체계가 확실히 갖춰진 때부터 국가경제가 돌아가면서 일반인도 마음놓고 거래를 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돈의 역사>는 홍춘욱 작가가 쓴 시리즈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역사를 전공했기에 누구보다 가장 확실히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워낙 많은 책을 펴낸 작가지만 최근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자신 전공을 잘 살린 덕분이 아닐까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거나 모르는 역사를 경제와 관련되어 스토리를 전달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외국에는 역사학자인데 경제를 잘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드물기에 큰 인기를 끄는 게 아닐까한다.
전체적으로 한국 경제 흐름을 바꾼 19개 사건과 주식과 부동산으로 또 나눠서 중요한 걸 설명한다. 읽다보면 운도 참 많은 작용을 한다는 걸 느낀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운이 안 되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운이 좋아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건 단순히 한국 만의 상황이 아니다. 한국은 경제규모가 적은 건 아니지만 독자적으로 뭔가를 하기에는 적은 규모다. 열심히 수출 위주 경제를 만들어 지금까지 왔지만 반대로 그만큼 취약한 구조기도 하다.
아무리 한국이 잘 하려해도 세계 경제가 나쁘면 수출이 안 되어 경제와 경기가 안 좋다. 열심히 노력했을 때 세계 경제가 좋으면 덩달아 수출이 잘 되어 한국 경제와 경기도 좋아진다. 이렇게 볼 때 아주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극복할 수 있는 힘도 갖고 있다. 덕분에 한국 경제는 언제나 생각보다 빨리 불황에서 탈출했다. 이런 싸이클로 인해 자산도 함께 움직였다. 큰 흐름으로는 그렇다는 것일 뿐 이게 막상 잘 들어오지 않을 때가 태반이라는 게 문제다.
초기에 농지개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산업이 없는 상황에서 토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지에서 산출된 생산물로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를 대부분 특정 계층이 갖고 있다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흥이 나지 않는다. 열심히 해도 내 것이 아니라 빼앗길 것이니 말이다. 한국이라는 국가가 생긴 후 농지 개혁을 통해 일반인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한국에서 제대로 된 자유 경쟁 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닐까한다.
이후로 한국은 없는 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겨우 외국에서 돈을 끌어들여 뭔가를 할 수 있었다. 대신에 외국에서 돈을 빌렸다는 뜻이다. 돈을 갚아야 한다는 뜻도 된다. 한국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한국은 다행히도 그런 문제를 아주 잘 극복했다. 3저 호황이 오기도 하고, 전쟁으로 돈이 생기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근면성실이라는 특유의 정서로 온 국민이 노력했다. 이후 금융에 대한 정보와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도 겪었지만.
책에는 한국에서 왜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고정관념이 되었는지 나온다. 태생부터 출발이 좀 잘못되었다고 할까. 반대로 왜 부동산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의 신화를 갖게 되었는지도 나온다. 한국이 유독 부동산에 대해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른 국가도 부자들을 제외하면 부동산이 갖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이다. 책은 1945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역사와 경제를 설명하면서 자산 시장 변화도 알려준다. 살짝 아쉬운 건 좀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나비 넥타이 메고 사진 찍을 줄이야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반복되는 역사에서 기회를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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