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1. 10:06ㆍ세계문학전집
보통 남자는 평생 아이라고 한다. 성인이 된다고 철없는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나마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달라지는 듯하다. 달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남자끼리 모여있으면 똑같다. 과연 이사람들이 다 큰 성인일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남자는 아마 노인이 되어도 마음 내부에는 철부지가 살고 있지 않을까한다. 그걸 다들 숨기고 점잖은 척 살아가고 있다. 겉모습과 달리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게 바로 남자다.
그런 남자의 속마음을 아주 솔직하게 안다면 어떨까. 아마도 깜짝놀라지 않을까. 속마음뿐만 아니라 하는 행동 자체도 그렇다면 어떨까. 좋게 본다면 아주 투명하다.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다 보여주니 말이다.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면 <하이 피델리티>를 읽어보면 된다. 바로 롭이 그런 친구다. 롭은 덜 자란 성인이라고 해도 된다. 딱 하나의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다. 앨범 판매하는 레코드샵을 운영할 정도니 말이다.
유유상종이라고 레코드샵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도 대책은 없다. 분명히 사장과 종업원 입장이지만 이들의 관계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종업원이 사장을 사장으로 대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친구라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랄까지 할 정도다. 롭도 직원을 쓸 생각을 하지도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월급을 주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앨범에 대한 지식은 롭에 못지 않다. 레코드 샵이 잘 나가면 아무 문제가 없다. 갈수록 매출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올려준 월급을 내릴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롭의 속마음과 달리 자신이 너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니 똑같은 놈들이다. 레코드 샵의 앨범 구성도 사장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마음들지 않으면 앨범마저도 없애버린다. 이런 사람들과 아무런 불편함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유유상종이다. 롭은 최근 연인인 롭과 헤어진 상태다. 오래도록 사귄 사이라 그런지 자기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롭이 자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탑 5를 뽑아 평가를 내린다.
로라와 헤어진 롭은 다시 한 번 자신 인생의 애인 탑 5를 뽑는다. 이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샘질을 하며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나 따져본다. 여기서부터 롭이 얼마나 철부지 없는 친구인지 드러난다. 사춘기 소년에겐 너무 당연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그건 바로 애인을 만나 스킨십을 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섹스까지 한다면 너무 황활하다. 단순히 이 목적만이 롭에게는 중요했다. 자신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지 여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이들 모두의 특징은 자신이 채였다는 점이다. 오래도록 사귄 것도 아니다. 아주 짧게 며칠만 사귄 여자도 있다. 그들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다. 남녀간의 이별은 오래도록 기억하는 건 맞겠지만 이 부분도 참 찌질하다.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한다고? 거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기억하는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전부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이용당한 적도 있다. 일부러 자신과 사귀면서 다른 남자에게 가기위한 징검다리정도로. 그렇게 볼 때 롭이 모를 뿐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매력없는 남자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위한 용도로 쓸 리는 없을테니까. 그 중에서도 자신에게 너무 과분했던 애인은 지금도 기억한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보기로 한다. 대단한 것이 연락한다. 연락처를 모르니 부모에게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한다.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고 했을 때 물러나긴 해도. 평범한 성격은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롭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과 행동을 한 후에 로라의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주 잠시동안만.
로라가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열려있다. 우연히 미국 여자를 만나 하룻밤까지 지낸다. 아주 개방적이고 매력적인 여자라 롭은 오늘 이후로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롭의 찌질함은 사실 약과였다. 로라와 다시 연락한 후부터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찐이다. 로라가 남은 짐 때문에 연락을 했다. 여전히 로라를 잊지 못하는 롭은 계속 말을 이어가고 로라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로라가 머물고 있는 곳이 바로 윗집 남자 집이었다.
롭은 그 남자가 밤일을 엄청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초조해진다. 로라에게 묻고 싶다. 로라에게 잤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유치한 롭이 참을리가 없다. 결국에는 로라에게 묻는다. 이런 내용이 전개될 때 읽으면서 감정이입을 하면 안 된다. 나도 함께 찌질해질 수 있다. 솔직히 이해는 된다. 솔직히 너무 궁금하다. 내가 사귀었던 애인이 다른 남자와 잤는지 나보다 좋았는지. 이런 건 대부분 사람이 묻지 않겠지만 솔직히 궁금한 건 사실일테다.
소설에서는 가감없이 전부 다 오픈한다. 롭이 이토록 찌질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성인 남자라도 이토록 찌질할 수 있구나. 이것보다는 모든 남자는 다 그렇다는 걸 여자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한다. 내가 이렇게 설명을 해도 여자는 이해 못하지 않을까싶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면 로라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찌질하게 굴어도 로라는 다 이해한다. 그게 바로 롭이라는 남자라는 걸. 이런 로라를 롭이 잃는다면 그건 바보 멍청이나 다름 없을 정도다.
소설은 이렇게 찌질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나위없는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음반과 노래가 소개된다. 여기서도 상황에 맞는 노래나 앨범 탑5를 꼽는다. 어떤 일이 생겨도 이렇게 탑5를 뽑는 습관은 재미있을 듯하다.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롭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자의 원초적인 모습이 아닐까한다. 누구나 갖고 있지만 이성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모습. 남자끼리 있을 때는 서로가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그 모습 말이다. 그걸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롭이 대단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런 남자는 인기 없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진짜 남자들의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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