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2023. 11. 3. 22:53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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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부정적인 내용보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좋아한다. 특히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 되는 내용만큼 좋아하는 소설도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조건이다. 고생을 했는데 귀인을 만나 잘 풀리는 것도 좋아한다. 원래 귀한 사람이었는데 알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어렵게 살다 비밀이 밝혀지며 원래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도 좋아한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면서 안타까워하고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보게 된다. 이럴 때 주인공이 잘 되면 내 일처럼 기뻐하면서 소설을 읽게 된다.



이런 종류는 과거부터 많이 있었다. 과거에는 이런 내용이 소설보다는 연극으로 많이 공연되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글을 쓰고 읽을지 몰랐던 시절이다. 그러니 연극으로 공연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면서 공감하며 웃고 울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소공녀>는 그런 작품이다. 원래 연극으로 공연했던 작품을 소설로 다시 만들었다. 소설은 약간 동화책에 가깝다. 어른이 읽어도 큰 무리는 없지만 아이들이 읽으면 더욱 손에 땀을 쥐고 흥미진지하게 읽을 수 있다.



제목처럼 소공녀는 고귀한 여자 아이다. 소설 주인공 사라는 어떻게 보면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아이다. 책이 나온 1905년에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는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일단 너무 해맑고 올바르고 게다가 유연하다. 사라는 부잣집 딸이다. 엄마가 없는 관계로 아빠가 어떤 응석도 다 받아줬을 것이라고 본다. 이럴 때 보통 되바라지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얻고 싶은 건 무조건 떼를 써서라도 얻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듯 한데 그렇지 않다.



어쩌면 워낙 큰 부자라 언제나 요구하는 건 아빠가 다 들어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보다는 천성이 고운 아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이 잘 남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아니가 이렇게 자라는 건 쉽지 않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저 남들보다 돈이 많다고 자신이 우위에 서 있다는 우월감에 빠진 사람이 많다. 각 사람은 전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인격을 갖고 태어났다. 돈이 많을 뿐 인격이 더 훌륭한 건 절대로 아니다.



천박하다는 표현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양은 예전부터 이렇게 사회지도층이 최소한 겉으로는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예의범절과 해야 할 에티겟을 지키며 행동한다. 그게 오히려 사회지도층이 해야 할 마땅한 규범으로 인식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사라는 몸에 베여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학급에 있는 친구들 중에는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대신에 그 아이들이 귀족 집안이거나 큰 부를 갖고 있어 보이진 않는 걸로 묘사된다. 어릴 때부터 체득한 교육이 다른 듯하다.

엄청난 부자로 따로 한자 큰 방을 쓰고 있던 사라에게 시련이 닥친다. 아빠가 인도 광산에 투자했다 돈도 날리고 돌아가셨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사라는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사리 분별이 뛰어나서 말도 똑부러지게 했다. 교장 입장에서는 마음에 안 들지만 학교 운영을 위해 너무 필요한 인물이니 평소 화를 꾹 참고 지냈다. 사라 생일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는다. 교장은 골치아프게 사라를 떠맡게 생겼다. 다행인 점은 사라가 똑똑하고 언어를 잘하는 점이었다.



사라가 평소에 올바른 소리만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데리고 있기로 한 이유다. 소설에서 교장은 분명히 나쁜 인물로 묘사된다. 사실 사라에게는 아빠 이외는 누구도 없었다. 만약 교장이 거두지 않고 내쳤다면 사라가 갈 곳도 없었을텐데 어떤 운명이 되었을까. 워낙 예의 바르고 똑똑하고 외국어도 잘하니 어딘가에서 잘 되었을까? 그런 누구도 모른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를 귀엽고 볼 수 있어도 집으로 데리고 갈 사람은 없지 않았을까 예측한다.



그나마 교장이 데리고 있었으니 해피엔딩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소설 특성상 주인공을 돋보이는 인물로 묘사되긴 했어도. 제대로 먹이지도 않고 옷도 주지 않아 인간답게 대우해주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워낙 사라는 단 한 번도 뭔가 모자란 점이 없었기에 겸손은 조금 부족해 보였다. 그건 아직 어린 사라에게 쉽지 않은 행동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미움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라에게는 강력한 비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상상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정 원칙으로 자신이 무엇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비록 지금 위치는 하녀나 마찬가지지만 혼자 있을 때면  공주처럼 상상하며 품위를 유지했다. 또한 더 대단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잠시도 게을리 하지 않고 공부를 한다. 소설이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착한 아이라 복을 받았다. 그런 개념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라 자체가 현실은 암울해도 상상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천성이 밝은 아이라 누구에게도 귀여움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을가까라는 의문은 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점도 놀랍다. 제대로 먹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아이에게 먹을 걸 준다. 웃음을 잃지 않고 밝음이 내면에 늘 가득했다. 소설이 나온 시기는 1900년대 영국이니 어려운 시절이었다. 이 연극을 보고 많은 사람이 희망과 꿈을 갖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공녀>는 다른 여타 고전과 결을 좀 달리하는 소설이다.



다른 소설이 현실에 기반하여 탄탄한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소공녀>는 그보다는 철저하게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고 운이 많이 나온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며 보여주는 소설도 좋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현실을 또 작품으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현실을 잊게 만들 판타지같은 작품을 더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소공녀>는 당시에는 좀 판타지였을 듯하다. 현실을 잊고 연극을 보거나 소설을 읽으며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면 오히려 좋은 게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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