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곳에서 난 이방인일수도

2023. 7. 17. 09:29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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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 있든 누구와 만나든 이방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리에 속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인간은 군집 생활을 하는 동물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한편으로 누군가에게 독립되어 살기를 원합니다. 종속된 삶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경계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것이 제일 좋지 않을까 합니다. 좀 더 집단에 가까운 사람이 편할 수 있겠죠. 집단에서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는 내가 선택할 수도 있지만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체적으로 선택하면 좋지만 반대인 경우가 대다수죠. 

아무리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도 사람들에게 이방인으로 느껴지는 순간 외롭습니다.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꼭 좋다고 할 수 없어도 혼자 살 수 없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이방인이 되는 순간 잘못하면 낙오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까이 오려 하지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보통 이방인이라 하면 나와 다른 사람을 의미합니다. 대부분 다른 국가 사람을 이방인이라고 하지만요.

소설 <이방인>은 읽어보면 작가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는 듯도 합니다. 작가가 알제리에서 태어난 사람이니이까요. 아마도 프랑스에서 살았어도 그 점은 평생 자신의 정체성이 되었겠죠. 책 초반에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내용 자체가 이방인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인공은 엄마를 양로원에 보냈습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더구나 엄마가 죽었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보편타당할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슬퍼하고 애도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니 말이죠. 주인공은 그런 면에서 다소 독특한 인물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이 아닐까 말이죠. 엄마가 돌아가셨어도 본인은 일도 했기에 피곤합니다. 굳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의지대로 행동합니다. 솔직히 저는 그게 큰 문제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건 이미 결과이며 과거죠. 당장 피곤하고 힘든 건 현재의 내 상태고 말이죠.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건 기쁜 일은 분명히 아닙니다. 슬픈 일이지만 그걸 담담히 맞이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주인공은 그렇게 어머니를 떠나보냈습니다. 편하지 않더라도 잠도 좀 잤고요.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그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할 노릇을 못한 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전부 했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전부 치렀으니까요. 여기까지 본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지만 이 내용이 소설의 초반에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별게 아닐 수도 있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다지 인상적인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충분히 주인공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요. 함께 있던 분 중에는 큰 소리로 우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건 그곳의 원장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는 양로원에 모인 사람이라 누군가 사망을 하면 다들 좀 더 감정이입을 하면서 힘들어한다고요. 그런 이유로 될 수 있는 많이 모이게 하지도 않고 빠른 시간 내에 장례식을 끝낸다고 말이죠. 그렇기에 빨리 끝낸 거죠.

주인공은 그 후에 다시 업무에 복귀합니다. 여기서 또다시 당시의 현실은 지금과 다를 것이라 봅니다. 지금 같으면 휴식을 좀 취하고 마음을 정리한 후에 회사에 나오라고 했을 겁니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에게 그런 호사는 사치입니다. 장례식으로 가기 위해 회사에서 빠지는 것도 엄청 눈치 보이고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죠. 다른 누구도 아닌 어머니의 사망인데도 말이죠. 그런 후에 인간의 감정과 본능이 사라질까요? 그건 아마도 사람마다 다소 다르지 않을까 전 봅니다.

주인공은 사귀는 여자가 있습니다. 결혼을 약속하지 않았지만 여자는 주인공에게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집에 왔을 때 합니다. 주인공은 그러자고 합니다. 꼭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여친이 결혼하자면 그렇겠다고 합니다. 연애하며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관습도 인류 역사에서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여친이 자기를 사랑하냐고 묻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죠. 그러면서도 결혼하자는 이야기에는 그러자고 합니다. 또한 함께 정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엄마 장례식을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렇게 하는 건 죄악일까요?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본능이라는 게 있습니다. 굳이 일부러 피한 것이면 모를까. 그렇지 않았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여친은 장례식에 참여하지도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알려주지 않아 그랬겠지만요. 사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이 중요할까요, 아닐까요? 아마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인생은 아주 평범하면서도 일상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똑같은 일이라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그때부터 완전히 달라집니다. 주인공이 했던 모든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아주 지극히 평범하게 자신의 일상을 살아갔을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생에 몇 번 경험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죽음이 있었고요. 이후에 주인공에게는 아주 끔찍한 사건이 생깁니다. 그건 바로 살인을 저지른 겁니다. 피해자는 아랍인이었습니다. 아랍인은 분명히 프랑스에서 이방인입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알제리 사람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사람이라고 느껴지고요. 굳이 피해자를 아랍 사람으로 한 것은 그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볼 때 별문제가 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방인을 살해한 것이니 말이죠. 그것도 계획된 것이 아닌 우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끔찍이도 불행한 사건이 생긴 겁니다. 감옥에서 살긴 하겠지만 별일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주인공은 여기서부터 뭔가 다른 일이 펼쳐집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은 자신의 주관이 확실합니다.

다른 누군가의 생각이나 의견을 존중하지만 자신과 일치하려 하지 않습니다. 너무 뚜렷하게 자신의 생각이 확실합니다. 이런 점이 일반 사람과 일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죠. 뚜렷한 주관은 대체적으로 무리와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사람은 이방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를 때 차이를 인정하기보다는 배척할 때 그는 이방인이 되어 버리는 거죠. 도대체 주인공에게 무슨 큰 잘못이 있었기에 재판 결과로 사형 판정을 받았을까요? 그 부분은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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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이방인도 똑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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