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떠나는 여행

2023. 11. 28. 12:43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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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은 크게 두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순수하게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보고 느낀 걸 알려주는 책이다. 또 하나는 여행은 살짝 핑계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여행이 매개체가 된다는 점은 둘 다 동일하다. 여행이 주는 장점이 그 점 아닐까한다. 어쩌면 책을 썼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여행을 갔다 왔다면 단순 추억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이걸 책으로 쓰려니 여행에 관한 내용이 아닌 나도 모르게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된다.

많은 여행 책이 후자에 좀 더 방점이 찍힌 듯하다. 내가 읽었던 여행 책이 대부분 그렇다. 어떤 장소를 가기 위한 택한 여행 책이 아니다보니 더욱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해당 장소에 대해 미리 알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다. 이런 책은 사진도 많다. 해당 장소에 알려주기 위해서는 사진이 필수니 말이다. 그렇지 않은 책은 사진이 많은 건 아니다. 사진이 중요한 요소긴 해도 굳이 꼭 넣지 않아도 읽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책을 쓴 작가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할 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반추라는 표현은 다소 거창할 수 있어도 그렇게 한다. 여행 책을 펴 낸 사람이 나이가 어떠하든 되돌아 본다.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떠올린다. 신기하게도 이게 왜 여행을 가야 떠올리는 것일까. 여행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여행이란 그런 면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매일 똑같이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하루다. 여행을 가면 내게 익숙하지 않은 장소가 펼쳐진다.

더구나 해외는 한국 사람이나 한국 말도 들리지 않는다. 그곳을 가서 보느라 정신 없고, 먹느라 별 생각이 없다. 신기하게도 당시에는 몰랐는데 뒤늦게 떠올리며 글을 쓰려니 자꾸 다른 게 떠오른다. 만두를 먹었다면 만두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마구 잡이로 떠오른다. 어쩌면 이게 여행이 주는 묘미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가며 느꼈던 감정, 여행을 가서 봤던 기억, 여행에서 먹었던 촉감을 통해 느낀 정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어도 묘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이걸 구체적으로 떠올릴 때 드디어 뭉텅이가 되어 다양한 게 떠오른다. 덕분에 여행 책을 쓴 사람이 보여주는 글에서 뜻하지 않게 많은 걸 알게 된다.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도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신과 떠나는 여행>은 작가가 16년간 19개국 83개 도시를 다닌 걸 알려주는 책으로 알고 읽었다. 읽다보니 어느 국가인지와 도시인지는 아무 상관없었다. 더구나 소개하는 국가와 도시는 몇 개 나오지도 않는다. 중요한 게 그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빙자해서 지속적으로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지금까지 부부가 살아왔는지 설명한다. 좋았던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그 모든 걸 이겨낸 건 여행이었다고 알려준다. 아이가 없는 삶에서 여행은 둘 사이 커다란 매개체가 되었다. 처음에는 각자 여행에 대한 준비가 달랐다. 작가가 대부분 여행에 대한 준비를 한다. 남편은 그런 면에서 도와주지 않는다. 화를 냈더니 자신이 하더라도 결국에는 작가가 원하는 곳을 가지 않느냐고 했단다. 

생각해보니 그랬다고 한다. 여기에 좀 더 영어를 잘하는 남편을 전적으로 의지했는데 답답한 측면이 많았다고 한다. 빨리 좀 가서 묻거나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아서. 이런 것도 둘이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좀 더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해외 여행을 간다고 하니 대단하다. 물질이 아닌 경험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리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 쪽이 좋지 않을까한다.

물론, 책에는 세계 곳곳으로 여행 다닌 이야기도 함께 있다. 워낙 여러 곳을 다니다보니 흔한 여행지보다는 다양한 곳을 다녔다. 책에서 가장 근사하게 소개하는 곳은 프랑스 남부다. 한국 사람이 잘 안 가는 곳이라고 한다. 여행 책은 아니지만 여러 책에서 프랑스 남부에 대한 소개는 읽긴 했다. 책은 여행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소소한 듯 특별한 삶이다. 남들과 같은 듯 다른 삶이다. 어느 누구도 들려주지 않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증정받아 읽었습니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여행 이야기가 생각보다 적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어딘지 여행은 핑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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