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기억과 사랑의 본질을 묻다: 영화 <4월이 되면 그녀는>

천천히꾸준히 2025. 6. 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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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4월이 되면 그녀는>은 2016년 발간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간관계의 복잡미묘한 심리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원작자 가와무라 겐키는 주변에서 점점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한 의문을 풀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영화 전반에 걸쳐 녹아 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감정의 소비를 넘어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추리하게 만든다.

영화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눈부신 풍경과 함께 이요다 하루(모리 나나 분)가 선배 후지시로 슌(사토 타케루 분)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한때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일출 사진을 찍기로 약속했던 두 사람. 그러나 지금 하루는 홀로 그 약속을 지키며 편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인연은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가까워진 두 사람은 해돋이를 함께 보며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키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하루는 슌의 곁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정신과 의사가 된 슌은 새로운 연인 사카모토 야요이(나가사와 마사미 분)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동물원 수의사인 야요이는 슌의 환자로 처음 만났지만, 슌의 적극적인 구애로 연인으로 발전하여 동거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연애가 길어지면서 슌의 태도는 예전 같지 않게 변해갔고, 야요이는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지 않는 그에게서 미묘한 거리감과 서운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야요이는 아무런 예고 없이 슌의 곁에서 사라진다.

야요이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슌에게 큰 충격과 혼란을 안겨준다. 그녀가 사라진 이유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슌에게 도착한 옛 연인 하루의 편지는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며, 얽히고설킨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야요이는 우연히 하루가 보낸 편지를 읽고 슌의 마음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과거의 그림자를 확인하고 실망감에 떠나간 것이었을까?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슌과 하루, 그리고 야요이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과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좇는다.

<4월이 되면 그녀는>은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다소 일본적인 정서가 짙게 묻어난다.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주저하고, 자신의 진심을 온전히 표현하기보다는 침묵과 오해 속에 관계를 방치하는 슌의 모습은 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초상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함과 함께 설득력 부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명확한 설명 없이 떠나버리는 하루와 야요이의 선택 역시 그들의 내면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영화의 후반부를 '열정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사랑이라는 감정을 애써 외면하고 감추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더욱 도드라진다. 

사랑이 시작될 때의 설렘과 열정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때로는 소멸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국 영화는 사라진 연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이 잃어버렸던 사랑의 감정과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성장 드라마로 귀결된다.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사랑에 대한 심오한 탐구는 관객 각자에게 다른 의미와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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