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국 최초의 유니콘 기업, 그 신화를 담은 매드 유니콘

천천히꾸준히 2025. 6. 14. 14:04
반응형

글로벌 OTT 플랫폼의 가장 큰 순기능 중 하나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채로운 국가의 콘텐츠를 안방으로 배달해준다는 점일 것입니다. 만약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태국에서 제작된 한 편의 드라마를 이토록 흥미롭게 감상할 기회는 아마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매드 유니콘(Mad Unicorn)>은 저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문화적 즐거움을 선사한 숨은 보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적 배경 때문에 약간의 장벽이 느껴졌지만, 친절하고 깔끔한 번역 자막 덕분에 금세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낯섦은 익숙함으로, 익숙함은 곧 짜릿한 재미로 변해갔습니다.

이제 동남아시아의 콘텐츠, 특히 태국 작품들은 더 이상 변방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거 한국에 주로 공포 영화 위주로 소개되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자국의 콘텐츠가 흥행했을 때 ‘K드라마를 이겼다’는 식의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그들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자부심과 경쟁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매드 유니콘>을 보면서도 태국의 도시 풍경이나 사람들의 생활상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느끼며, 문화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매드 유니콘>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스타트업, 그중에서도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주인공은 바로 태국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물류 회사 '플래시 익스프레스(Flash Express)'입니다. 총 7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한번 재생 버튼을 누르면 멈출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합니다. 

물론 한국 드라마의 세련된 연출과 비교했을 때, 다소 과장된 배경 음악이나 일부 전개의 매끄러움이 아쉬운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단점들을 기꺼이 감수하게 할 만큼, 이야기가 가진 힘과 속도감은 실로 대단합니다. 그야말로 '시간 순삭'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작품입니다.

드라마의 서사는 가난한 현실을 벗어나 부자가 되겠다는 뜨거운 야망을 품은 청년 '산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그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고, 그는 밑바닥 영업부터 시작하며 사업가의 꿈을 키워나갑니다. 그러던 중 부유층을 상대로 한 영업을 통해 돈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더욱 키우게 되고, 아직 미개척 분야였던 택배 사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는 자신의 멘토이자 부유한 사업가인 '카닌'의 강연에서 영감을 얻어 그에게 택배 사업의 비전을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마침내 투자를 유치하여 훗날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할 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여기에 원래 카닌의 회사에 투자하려던 중국인 투자 담당자 '샤오위'와 회사의 전산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분 투자까지 감행한 IT 전문가 '루이지'가 합류하면서, 스타트업은 비로소 날개를 답니다. 그러나 성공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드라마는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겪게 되는 온갖 시련과 역경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냅니다. 가장 큰 시련은 내부에서 찾아왔습니다. 믿었던 최초의 투자자 카닌이 산티를 배신하고 회사를 통째로 삼키려 한 것입니다. 그는 산티 몰래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아들에게 넘겨주고, 창업자인 산티를 무정하게 내쫓습니다.

모든 것을 잃은 산티는 자신을 믿고 따라준 동료 샤오위, 루이지와 함께 태국 시장에서 새로운 택배 회사 '썬더'를 창업하며 재기를 노립니다. 당시 시장은 이미 경쟁사들이 장악한 레드오션이었습니다. 카닌이 빼앗아 간 회사가 업계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고, 1위 기업의 아성은 난공불락처럼 보였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썬더'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였지만, 산티는 기존의 물류 시스템을 뒤엎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입니다. 바로, 물류 거점에서 고객이 직접 찾아가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고객의 집 앞까지 직접 배송해주는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서비스를 태국 최초로 도입한 것입니다.

한편, 드라마는 태국과 중국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비중 있게 다룹니다. 주인공들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을 오가는 모습이나,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11월 11일)'가 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여겨지는 장면 등은 양국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만, 드라마의 극적인 전개와 실제 역사는 차이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창업자의 배신과 경쟁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실제 '플래시 익스프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전자상거래의 급증이었다고 합니다.

<매드 유니콘>은 영화 <배드 지니어스>를 통해 국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에 여담으로, 극 중 여배우인 메티카 지라노라팟이 과거 JYP와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는 점은 K-POP 팬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더해줍니다. 낯선 태국 드라마라는 약간의 선입견만 걷어낸다면, 성공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7부작이라는 길지 않은 분량 덕분에 부담 없이 정주행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꿈을 향해 질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뛰는 시청자라면, <매드 유니콘>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반응형